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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읽남] 015B 'The Sixth 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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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B(공일오비) 멤버 장호일과 정석원. 더공일오비 제공
015B(공일오비) 멤버 장호일과 정석원. 더공일오비 제공
2025년 8월 공개한
2025년 8월 공개한 '아주 오래된 연인들' 리메이크 버전 뮤직비디오 속 015B(공일오비) 멤버 정석원 캐리커처 이미지. 015B 유튜브
2025년 8월 공개한
2025년 8월 공개한 '아주 오래된 연인들' 리메이크 버전 뮤직비디오 속 015B(공일오비) 멤버 장호일 캐리커처 이미지. 015B 유튜브

프로듀서 정석원과 기타리스트 장호일(정석원의 형 정기원이 직장에 음악활동을 들키지 않으려고 쓰게 된 가명)로 구성된 015B(공일오비)는 1990년대 우리 대중가요의 스펙트럼을 확장한 뮤지션이다. 메인 보컬 없이 객원 보컬을 기용하는 시스템을 가장 처음 도입한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듀서 밴드다. 분업이 기본이 된 요즘 대중가요계를 보면 선구자격 시도였다.

당시 다양한 장르를 구사하며 때론 비틀고 뒤섞어 마치 음악 실험실 내지는 연구소 같았다는 비유도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히트곡을 생산하는 감각을 자랑했다. '이젠 안녕' '아주 오래된 연인들' '수필과 자동차' '신인류의 사랑' '슬픈 인연'(원곡 나미) '단발머리'(원곡 조용필) 등이 유명하다.

◆대한민국 최초 프로듀서 밴드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형제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한 밴드 무한궤도의 후기 멤버가 됐다. 정석원이 먼저 키보디스트로, 장호일은 나중에 기타를 메고 무한궤도에 합류했다. 그러나 무한궤도는 1집만 내고 해체, 리더 신해철은 솔로 및 밴드 N.EX.T(넥스트)로 활동했고 나머지 멤버 중 정석원·장호일·조형곤(나중에 탈퇴)이 015B를 결성했다.

015B의 의미를 두고는 무한궤도에 대한 언어유희라는 설이 있다. 0=無(무), 1=한, 5B=발음이 비슷한 Orbit(오르빗, 궤도). 조형곤의 PC통신 아이디(01orbit)에서 따왔다는 장호일의 언론 인터뷰 내용도 존재한다. 공식적으로는 空一烏飛(공일오비, 하늘에 한마리 까마귀가 날다)라는 한자어로 설명한다.

015B는 1990년 1집을 내며 데뷔했고, 1996년 6집 발표를 끝으로 해체했다. 이어 2006년 7집을 내며 컴백, 2018년부턴 매달 한 곡씩 온라인으로 작업물을 공개하고 있다.

전성기였던 90년대 7년 동안의 활동은 다시 2개 시기로 나눠 평가할 수 있다. 청춘의 풋풋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이따금 세상을 향해 삐딱한 시선을 내비친 1~5집 시기가 있고, 이전의 삐딱한 시선을 넘어 냉소와 광기로 가득 채운 세기말에 대한 상상을 작가(작사·작곡·편곡)와 기술자(음향)의 공동 건축으로 구현한 6집 The Sixth Sense(제6의 감각) 시기가 있다.

015B
015B 'The Sixth Sense'(1996) 앨범 커버
015B
015B 'The Sixth Sense'(1996) 음반

◆올해 30주년 '디스토피아' 명작

평단에선 6집에 좀 더 점수를 준다. 음악적 경험치를 누적한 흐름상으로도 최고작이고 해체 전 마지막 불꽃을 태운 면모에 어떤 예술적 각성까지 느껴지는 작품이다. 마침 오는 5월 23일 발매 30주년을 맞는다.

일단 015B 특유의 객원 보컬 기용이 더욱 빛을 발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뛰어난 코러스 세션이며 특히 이 앨범의 연주곡 '성모의 눈물'에서 한국 대중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품 코러스를 선보인 조규찬을 비롯해 김형중, 이승환, 신경필(윤종신이 소속사 문제로 쓴 가명), 이장우, MGR(박용찬) 등 015B의 끈끈한 협력 뮤지션들이 총출동했다.

그런데 '나 고마워요' '나의 옛 친구' '콩깍지' 같은 015B 스타일 청춘물들을 제외하면, 트랙 하나하나가 문제작이다. 타이틀곡 '독재자'를 비롯해 '구멍가게 소녀' '21세기 모노리스' '타락도시' '마르스의 후예들' 'Air Borne(에어 본)' 'Nuclear Age(누클리어 에이지)' 등의 곡들이 인더스트리얼과 테크노 등 전자음악의 문법도 적극 활용해 어둡고 암울하며 희망 없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다.

015B(공일오비) 인스타그램
015B(공일오비) 인스타그램

◆'세기말 가요' 고전 반열로

'인간은 인간이다'라는 곡에선 대중화 수순을 밟던 인터넷과 무분별한 정보 전파의 위험성을 디스토피아의 한 주제로 다뤘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쇳덩이가 새 시대를 줄 거라고 믿고 있는가. 미디어는 앞도 뒤도 영문도 없이 그물망을 대스타로 만들고 있다.'라는 가사는 지금 21세기를 내다본듯 하다.

015B는 올해 1월 인간은 인간이다 리메이크 버전을 공개하며 해당 노랫말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토킹 머신(이) 새 시대를 줄 거라고 믿고 있는가. 사람들은 앞도 뒤도 따질 것 없이 지능망을 아이처럼 따르고 있다.'로 바꿨다. 역시나 사람들의 맹신이 집중되고 있는 요즘 AI(인공지능)를 디스토피아의 관점에서 얘기하는 곡으로 업데이트한 것이다.

리메이크 버전도 객원 보컬을 기용했는데, 인간이 아닌 AI의 목소리를 썼다. 의도적 아이러니다. 그러면서 이 곡은 무려 30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시대의 논쟁점을 잇따라 건드린 대중가요라는 희귀 사례를 작성하게 됐다.

세기말을 콘셉트로 사회의 혼란과 사람들의 불안감을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수십 년은 기다려야 다시 온다. 2100년대에 들어서기 직전 말이다. 그때까지 이 앨범은 '세기말 감성'을 다룬 고전으로 올라서며 추앙받을듯 싶다.

015B(공일오비) 멤버 정석원과 장호일의 캐리커처 이미지. 015B 인스타그램
015B(공일오비) 멤버 정석원과 장호일의 캐리커처 이미지. 015B 인스타그램
친동생이자 같은 015B(공일오비) 멤버 정석원과 달리 방송 출연 등 대외 활동을 많이 하며 남다른 패션으로도 인기를 얻은 장호일이 1995년 서울에서
친동생이자 같은 015B(공일오비) 멤버 정석원과 달리 방송 출연 등 대외 활동을 많이 하며 남다른 패션으로도 인기를 얻은 장호일이 1995년 서울에서 'X세대 길거리 패션'이라는 제목으로 언론 카메라에 찍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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