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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성태] 봄날의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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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봄 햇살은 사람을 나른하게 만든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어느 순간 고개가 천천히 기울고, 짧은 침묵이 흐른다. 잠들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조각잠. 봄이면 이런 순간이 잦아진다. 사람들은 이를 춘곤증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은 피로가 아니라 계절이 '몸의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겨울을 지나 기온이 오르면 몸은 계절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다. 몸이 깨어나면서 활동량이 늘고 자연스레 나른함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는 봄의 졸음을 충분히 말해주지 못한다. 우리 몸에는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원시시대, 겨울을 버티기 위해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를 아끼던 겨울잠의 기억 말이다.

낮잠은 낯선 습관이 아니다. 더운 지역에서는 한낮의 노동을 멈추는 시에스타(Siesta)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낮잠은 게으름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해온 삶의 기술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시간은 노동과 생산에 맞춰 일정하게 쪼개졌고, 낮잠은 생산성을 해치는 것으로 밀려났다. 우리는 졸음을 참고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럼에도 낮잠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습만 달라졌다. 커피 한 잔 뒤 짧게 눈을 붙이는 '커피냅(coffee nap)'이라는 방법까지 생겼다. 카페인이 작용하기 직전의 시간을 이용해 피로를 줄이려는 계산이다. 자연스러운 졸음마저 효율 안에서 관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잠을 통제하는 시대에도 불면을 호소하는 사람은 더 늘고 있다. 낮에는 졸리고 밤에는 잠들지 못하는 역설. 빛과 정보, 긴장과 속도가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몸은 더 이상 스스로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렵다. 몸은 자연을 따르려 하지만, 삶은 그 흐름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우리는 잠을 자며 꿈을 꾸고, 그 꿈으로 자신을 비춘다. 꿈은 목표이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잠을 잃는다는 것은 어쩌면 꿈을 잃어가는 과정과도 닿아 있다.

그래서 봄날의 낮잠은 다르게 보인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우리 안에 남아 있는 오래된 시간의 징후다.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삶의 속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몸은 그 변화를 완전히 따라가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따라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짧은 낮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짧은 단잠이 남긴 여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점점 더 깨어 있으려 애쓴다. 그 사이, 가장 나다운 시간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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