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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동발 물가 폭등, 26조원 추경 기름 붓지 않도록 세심한 지출 설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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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이 물가를 뒤흔들고 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2%는 신호탄(信號彈)에 불과하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해 물가를 0.39%포인트(p) 끌어올렸는데, 국제 유가는 좀처럼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전(開戰) 33일 차인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2∼3주에 걸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하자 국제 유가는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국책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전쟁이 조기에 끝나도 유가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낙관적 시나리오조차 배럴당 90달러를 예상하며, 최악의 경우 170달러 이상까지 내다본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로선 끔찍한 현실에 놓이게 된다.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변수다. 저소득층, 소상공인·자영업자, 수출기업 등의 유류비·물류비 부담을 덜어 줘야 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다만 기존 예산 재배치 등을 제외해도 시장에 추가로 풀리는 20조원대의 돈이 가져올 물가 상승 압력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 불안 요인은 다층적(多層的)이다. 전쟁이 불러온 원자재 비용 상승, 고환율로 인한 수입물가 압력, 재정이 촉발하는 물가 인상이 한꺼번에 닥치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벌어진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장치가 필요하지만 재정 지출은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금 살포(撒布)가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물가 추이가 결정된다. 자칫 중동 전쟁이 가져온 위기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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