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신기루를 쫓다 이를 잃는 사람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광고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싸움이다. 이미지: ㈜빅아이디어연구소 -
- 광고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싸움이다. 이미지: ㈜빅아이디어연구소 -

최근 대구광역시치과의사회의 의뢰로 예방 광고 하나를 기획했다. 카피는 이렇다.

"덤핑치과는 신기루입니다."

발단은 요즘 부쩍 늘어난 저가 임플란트 광고였다. "임플란트 35만 원"이라는 문구로 사람들을, 특히 어르신들을 끌어들인 뒤 정작 진료실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검증되지 않은 재료를 쓰고, 충분한 상담 없이 서둘러 치료를 진행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진료를 추가로 권한다. 그렇게 시작한 치료가 재치료와 재임플란트로 이어지면 처음 약속했던 가격은 무의미해진다. 그리고 그 무렵이면 그 병원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다른 이름으로 자리를 옮긴 뒤다. 한철 장사를 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병원들이 유독 노인을 겨냥하는 이유도 짚어야 한다. 어르신들은 정보를 비교하고 검증할 채널이 상대적으로 적고, 가격이라는 단 하나의 숫자에 크게 의지해 병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 번 치료가 시작되면 진료실 안에서 "지금 하지 않으면 더 나빠진다"는 말을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이 구조적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저가 미끼 광고의 본질이다.

이 구조를 어떻게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사막을 떠올렸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본 사람은 그 방향으로 걷는다. 물이 있어 보이고, 오아시스가 있어 보이니까. 하지만 다가갈수록 신기루는 자리를 옮기고, 결국 사라진다.

덤핑치과도 똑같다. 광고 속 가격은 멀리서 보면 선명하지만, 다가가서 실제로 진료를 받아보면 그 자리에 없다. 대신 다른 비용과 다른 진료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신기루를 쫓는 사이, 정작 지켜야 할 자신의 치아는 조금씩 상하고 있다.

이 광고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두 컷의 대비였다. 첫 컷에서는 저 멀리 보이는 병원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을 담았다. 등에 짊어진 가방, 무심히 걷는 발걸음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로 향하고 있을 누군가의 현실처럼 보이길 바랐다. 두 번째 컷에서는 그 병원이 사라진 사막 위에, 뒤를 돌아보는 노인의 얼굴을 담았다.

광고는 설득이 아니라 예방이어야 할 때가 있다. 이번 광고가 목표한 것은 소비자를 설득해 어느 병원으로 이끄는 일이 아니라, 걷기 전에 한 번 멈춰 서서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정말 오아시스인지 되묻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헤드 카피 아래의 바디 카피에도 가격이 아니라 과정을 짚었다.

"검증되지 않은 재료, 불충분한 상담, 과잉 진료가 내 치아를 조금씩 망가뜨립니다."

위협하듯 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절차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고가 된다고 판단했다.

가격이 지나치게 매력적으로 보일 때일수록, 그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진짜 좋은 치과는 가격이 아니라 신뢰로 이야기한다는 것. 그 단순한 진실을 사막이라는 은유로 어필하고 싶었다. 신기루는 멀리서 볼 때만 아름답다.

'기획력이 쑥 커집니다'의 저자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대표.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광주경찰청장과의 면담이 무산되자 경찰의 증거 인멸 및 사건 축소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경찰의 태도가 장윤기 ...
정부의 '호남 반도체 투자' 발표 이후 대구경북 지역에서 'TK 패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선 9기 대구시와 경북도가 경제 회복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경찰 조사 중 아버지인 장 모 경감과 세 차례 접견한 사실이 밝혀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이 유착 의혹...
서유럽에서 시작된 폭염이 중부 유럽으로 확산되며 런던 지하철의 객실 온도가 40도에 달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정부는 시민들에게 이동 경로를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