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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감동은 음악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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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우리는 종종 아름다움이 대상 안에 있다고 믿는다. 좋은 음악은 아름답고, 훌륭한 연주는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은 곡을 찾고, 더 완벽하게 연주하려 애쓴다. 마치 감동이 이미 그 안에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공연을 거듭할수록, 그 믿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어떤 날은 객석이 깊이 가라앉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다. 연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날의 공기와 반응은 분명히 다르다.

나는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느낀 음악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청중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해설을 할 때면 더 조심스러워진다. 내 생각이 누군가의 감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음악은 듣는 사람마다 다르게 살아나야 하는데, 나의 해석이 그 가능성을 좁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점점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여백을 남길 것인가를 더 고민하게 된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반응을 들으며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있다. 같은 음악을 듣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연주자의 의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이에게는 특정한 장면만 깊이 남는다. 음악은 하나였지만, 경험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감동은 음악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 안에서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은 소리로 존재하지만, 그 의미는 각자의 기억과 상태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진다.

그래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상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하나의 감정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 연주는 감정을 규정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는 것을.

공연장에서는 때때로 묘한 순간이 찾아온다. 아무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지만, 같은 흐름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만, 그 감정들이 동시에 살아나는 시간. 그 안에서는 연주자와 청중, 그리고 서로 다른 개인들 사이의 경계가 잠시 흐려진다.

그 순간은 대개 아주 조용하게 시작된다. 작은 움직임도 멈추고, 공간 전체가 하나의 호흡처럼 느껴진다. 누구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지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향해 있다는 감각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그 순간이 예술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감정이 하나의 흐름 안에 들어가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 동안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 안에 함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름다움은 음악에 있지 않다. 그것을 듣는 사람 안에서, 그리고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어떤 상태 속에서 비로소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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