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 배고팠던 시절이 있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치미 속의 무쪽으로 배고픔을 달래며 보냈던 날이 여럿이었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일상(日常)이었지만, 그래도 각 공동체는 사랑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했다.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참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부족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1달러짜리 햄버거 하나로 한 끼를 때워야만 했던 외국 생활이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했다. 부자 나라들에 널려 있는 잔디 구장을, 대형 마트에 가득 채워진 넘쳐나는 생필품을 보면서, 언젠가는 조국 대한민국에도 이러한 풍요로움이 함께하길 기도했다.
독일로 갔던 간호사와 광부들, 베트남전에 파병(派兵)되었던 군인들, 중동에서 땀 흘렸던 근로자들을 위시한 선배 세대의 피땀과 노력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의 곳곳에는 잔디 구장이, 대형 마트에는 물자가 넘쳐난다. 그토록 바랐던 물질적 풍요를 이룬 것이다. 기도가 통했나, 운이 좋았나, 손놀림이 정확하고 빠른 덕분인가! 아무튼 대한민국의 시대가 온 듯하다.
부자 나라가 되면 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물질을 지키고 나눠야 하는 큰 고민이 추가로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옛날에 없었던 물질적 풍요가 생기니, 옛날에 있었던 행복이 줄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물질적 풍요는 넘쳐나는데, 사랑과 희망은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이런 풍요의 시대를 거꾸로 돌려버리면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결국 오늘날 대한민국은 물질적 풍요의 지속과 함께 정신적 가치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놓였다. 또 한 번 대한민국과 그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즈음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에 큰 고민이 생겼다. 그들이 엄청난 영업이익을 거둔 탓이다. 삼성전자의 노조는 상한을 폐지한 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이익에 대한 자신들의 기여를 반영하라는 요구이다. 즉 '돈 잔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소한 삼성전자의 '돈 잔치'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약간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주 52시간제 포기'나 '고용유연제 실시'와 같은 노동 약자 보호를 위한 권리의 포기(抛棄)도 동시에 수용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전자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했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반도체 산업에 공헌한 과학자들 등등 수많은 기여자들의 헌신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공정에 부합하지 않을까!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서 스스로 "글로벌 일류 기업"이라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노조의 작금(昨今)의 행태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미래에 대한 투자 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닌 듯싶다. 그저 자신의 '물질만능주의'의 표출 정도로만 비친다.
삼성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그토록 소망했던 일류의 당당한 문화를 뒤로하고, 이류(二流)로 곤두박질치는 서글픈 자화상 앞에 섰다. 그렇게 잘나갔던 ㈜소니(SONY) 그룹이 쇠락(衰落)하리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로 학자인 김형석 교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진정한 행복은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주변과 더불어 행복할 때 가능하며, 이때 그 의미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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