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경북 안동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로의 고향을 오가며 나눈 전례 없는 '고향 셔틀 외교'는 한일 외교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공식 합의 내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크다. 핵심 성과로 제시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에너지 안보 협력, 즉 LNG·원유 분야 협력 강화 및 정보 공유 채널 심화(深化)다. 다른 하나는 1942년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현장에서 발굴된 강제 동원 피해자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 협력이다.
인도주의적 의미에서 후자(後者)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발표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게 전부라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 다카이치 총리와의 세 번째 정상회담이 거둔 수확치고는 초라하다. 에너지 협력도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란 전쟁이 촉발한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 속에서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일 양국이 협력 채널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당연한 수준의 얘기다. 구체적 공유 범위도, 공동 대응 기준도, 이행 시한도 없는 '정보 공유 채널 심화'는 합의라기보다 합의 의향서에 가깝다. 위기는 이미 닥쳤는데 정보 공유 수준의 합의 정도로는 에너지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군사 분야도 아쉽다. 한미일, 한중일 협력 공감대가 언급된 정도였다. 안보정책 협의회 차관급 격상이 거론되긴 했으나 군사협력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AI·우주 탐사·바이오 첨단기술 등 미래 협력 논의와 역사 문제도 구체적인 이행 각서나 실행 타임라인 없이 선언(宣言)적 공감대 수준으로만 짧게 나열되는 데 그쳤다.
셔틀 외교가 정착된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만남의 빈도가 성과의 깊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만날수록 불편한 의제(議題)를 꺼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선물하는 하회탈엔 웃는 얼굴과 화난 얼굴이 모두 담겨 있다. 실용 외교라면 아름다운 장면과 함께 불편한 장면도 함께 담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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