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진은 이상하게도 실제보다 더 익숙하다. 신디 셔먼의 〈Untitled Film Stills〉를 볼 때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 바로 그렇다. 사진 속 여성들은 처음 보는 인물인데도, 어딘가 오래전 영화에서 본 듯하다.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불안하게 뒤돌아보는 여성,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는 여성, 화면 밖의 누군가를 의식하는 듯한 여성. 그러나 이 장면들은 실제 영화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다. 셔먼은 존재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사진을 만들어냈다.
〈Untitled Film Stills〉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제작된 70점의 흑백사진 연작이다. '영화 스틸'은 원래 영화 홍보나 기록을 위해 촬영된 장면 사진을 뜻하지만, 셔먼의 사진에는 원본 영화가 없다. 그는 자신이 직접 분장하고 연기하며, 1950~60년대 할리우드 영화, 필름 누아르, 유럽 예술영화, B급 영화 속 여성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허구의 장면들을 구성했다.
이 작품에서 셔먼은 작가이면서 동시에 배우, 모델, 감독, 분장가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자기 얼굴과 몸을 사용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하나의 빈 화면처럼 사용해 대중매체가 반복적으로 만들어낸 여성 이미지의 유형들을 연기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전통적인 의미의 자화상이 아니다. 사진 속 인물은 신디 셔먼이지만, 동시에 영화와 광고와 잡지가 만들어낸 수많은 여성의 가면이다.
이 연작의 핵심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라는 느낌에 있다. 관람자는 사진을 보며 특정한 영화 장면을 떠올리지만, 정확한 원본을 찾을 수 없다. 셔먼은 실제 영화의 한 장면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영화 속 여성이라고 인식하도록 훈련받은 시각적 관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순진한 소녀, 불안한 주부, 도시에서 길을 잃은 젊은 여성,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배우 같은 유형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따라서 〈Untitled Film Stills〉는 여성의 정체성을 직접 설명하는 작품이 아니라, 여성이 이미지로 만들어지는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진 속 여성들은 모두 어떤 이야기의 중간에 놓인 듯하지만, 그 이야기는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바로 그 빈틈 속에서 관람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영화적 기억과 대중문화의 상투형을 동원해 장면을 해석하게 된다.
이 점에서 작품은 페미니즘 미술의 중요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셔먼은 여성이 남성적 시선 속에서 어떻게 욕망의 대상, 불안한 존재, 순진한 인물, 장식적 이미지로 구성되어 왔는지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이를 직접적인 구호나 고발로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익숙한 영화 이미지의 형식을 빌려와, 우리가 여성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신디 셔먼의 〈Untitled Film Stills〉는 사진이 단순히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가 아니라, 이미지와 정체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비판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장치임을 보여준다. 셔먼은 자신을 찍었지만 자기 자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자기 몸을 통해 현대 시각문화가 만들어낸 여성 이미지의 가면들을 드러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연작은 현대사진, 페미니즘 미술,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을 대표하는 결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김석모 전 강릉 솔올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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