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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도체 지도, 정치가 먼저 그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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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를 열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을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지방 투자 구상도 윤곽을 드러낸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첨단산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향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가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는 중차대(重且大)한 사안인 만큼 정치보다 원칙이, 속도보다 검증이 앞서야 한다. 논란의 핵심은 호남에 반도체 전공정(팹·FAB)까지 포함한 신규 클러스터 조성이다. 반도체 팹은 공장이 아니라 산업생태계다. 수백 개 협력 업체, 장비 공급망, 연구개발 역량, 전문 인력, 초순수(超純水) 설비, 전력망이 집적돼야 경쟁력이 확보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도 신주를 중심으로 타이중·타이난으로 생산기지를 확장해 반도체 벨트를 구축했다. 삼성도 기흥·화성·평택·용인 생산 축을 형성하며 세계 시장에 대응했다.

팹 입지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선택인데, 논의 과정이 석연치 않다. 정부는 기업 투자를 지원할 뿐 입지를 예고해선 안 된다. 국가전략산업이 정치적 결정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야당이 '관치(官治) 경제'를 거론하는 이유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의심을 사게 만든 것 자체가 정부의 부담이다. 정부는 전력과 용수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광주·전남권에 하루 100만t 이상의 산업용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고, 수계 조정과 미사용 용수 활용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더욱이 정부가 마련한 기존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은 기후변화를 감안할 경우 영산강·섬진강 권역의 공업용수 부족 가능성을 전망해 왔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최종적으로 하루 76만4천t의 공업용수를 필요로 하도록 설계돼 있다. 가능하다는 설명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객관적 검증이 필수다.

균형발전 기준도 모호하다. 삼성의 투자 구상에는 호남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청 첨단소재 산업 고도화가 담긴 반면, 영남은 구미사업장의 AI 기반 모바일·가전 제조 경쟁력 강화와 기존 제조시설 고도화에 그친다. 대구·경북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과 전자산업 기반, 풍부한 전력 여건을 갖춘 핵심 거점인데도 주변부로 밀려난 모습이다. 국가 산업 지도 재편이라면 모든 후보지가 공정한 잣대로 검토됐는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균형발전은 지역 안배(按排)와 다르다. 경쟁력 있는 산업 거점의 전국 확장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한 번의 결정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정치가 아니라 시장과 산업의 논리가 우선되는 이유다. 메가프로젝트는 치밀한 산업 논리와 객관적 근거부터 국민 앞에 제시한 뒤 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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