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여름철 평균기온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건설현장이 '폭염 딜레마'에 빠졌다.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멈춰야 하지만 공사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은 대부분 시공사가 떠안는 구조여서 현장에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폭염으로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자는 모두 228명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가 106명으로 전체의 46.5%를 차지해 전 산업 가운데 온열질환 산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도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하도록 하고, 올해부터는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는 긴급 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온도가 지침 기준을 훨씬 웃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햇빛을 가릴 공간이 부족한 데다 철근과 콘크리트의 복사열, 중장비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져 실제 작업환경이 기상청 발표 기온보다 훨씬 높게 느껴진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시공사들도 냉각조끼와 이동식 에어컨, 그늘막 쉼터를 설치하고 온도 감지 안전모나 사물인터넷(IoT) 환경센서 등을 활용한 폭염 대응(매일신문 7월 14일 보도)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냉방용품을 지급하고 휴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폭염으로 작업을 멈추면 장비 임대료와 현장 유지비는 그대로 발생하고 공정도 연쇄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공정을 맞추기 위해 작업이 가능한 날에 비용을 추가로 들여 인력과 장비를 더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공사가 부담하는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런 여건을 감안해 입찰 단계부터 공사기간을 더 길게 잡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폭염이나 호우로 공사가 어려울 경우 이를 불가항력 사유로 인정하고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했다. 지체상금도 부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건설 현장소장은 "공공 공사는 추가 비용을 인정받기 위한 입증 절차가 까다롭고, 민간 공사는 발주처 협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폭염으로 인한 손실을 현장이 감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최저가 중심의 입찰 구조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애초부터 촉박한 공사기간과 낮은 공사비를 전제로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폭염으로 인한 작업 중단이나 안전관리 비용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기후변화로 혹서기가 길어지면서 실제 공사가 가능한 기간은 과거보다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한 작업 중단이나 작업시간 조정은 불가피한 만큼 발주처도 이러한 여건 변화를 반영해 공기 연장과 현장 운영비 증가 등을 합리적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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