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구 도심의 주요 사거리는 그야말로 현수막의 바다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를 향한 비방과 헐뜯기로 얼룩진 '정치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 시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무질서하게 엉킨 정치 현수막은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렇게 '현수막 공해'가 만연(蔓延)하게 된 것은 중동 전쟁 상황으로 나프타 수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며 가격이 30%가량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현수막의 절대적인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크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0만~13만원 선이면 자신의 얼굴을 내붙인 현수막을 걸 수 있으니 홍보 효과를 노리는 정치권 인사들에겐 매혹적인 홍보 수단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혐오(嫌惡)의 현수막'이 난무하게 된 데는 2022년 국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함으로써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정치적 현안에 대해 허가·신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의 현수막을 자유롭게 걸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은 횡단보도, 사거리 등 발걸음을 멈추거나 주정차를 해야 하는 거의 모든 공간에서 자극적이고 불쾌한 정치 구호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6일 환경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선거 현수막 사용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닐, 포장재, 섬유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 불안이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정치 현수막이 자원 낭비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만큼 실효적인 규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현수막 대부분이 폴리에스터 등 석유화학 기반 합성섬유로 제작, 자연분해가 어렵고 매립이 불가능해 소각(燒却) 처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선거용 폐현수막은 2020년 총선 1천739t, 2022년 대선 1천110t, 2022년 지선 1천557t, 2024년 총선 1천235t에 달했다. 공공 공간을 사유화하고, 시민의 시선을 강제로 점유하며, 선거 후엔 플라스틱 쓰레기로 남는 현수막 정치는 이제 시대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한윤조 논설위원 hanyunjo@imaeil.com
2026-04-09 05:00:00
미국과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들이 각종 사업에 연계되며 '이해 충돌'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여느 정치인이라면 벌써 스캔들로 확산해 도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겠지만, 워낙 막무가내식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인 데다, 그들 일가의 대놓고 전쟁을 빌미로 돈벌이하는 행동에 그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최근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의 두 아들이 투자한 무인기(드론)업체가 이란의 공격권에 놓인 걸프 국가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 플로리다 소재 드론 업체 '파워유에스(PowerUS)'는 최근 이란의 미사일·드론 위협에 노출된 중동 국가들에 요격(邀擊)용 드론 체계를 집중 홍보하고 있는데, 이 업체는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가 연계돼 있다. 특히 최근 6천만달러(약 9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트럼프 일가와 연관된 상장사 '아우레우스 그린웨이 홀딩스'와의 역합병(逆合倂)을 통한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중동의 안보 수요와 미국의 방산(防産) 예산 증액이 트럼프 대통령 아들 관련 기업의 사업 기회로 이어지는 셈이다. 중동 특사로 활동하는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역시 이해 충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가 설립한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는 사우디 국부 펀드와 카타르 및 UAE 등 중동 자본과 밀착된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 전쟁 중재 협상자 역할로 쿠슈너의 이름이 연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전쟁으로 인해 가족 기업이 수익을 올리게 된 형국이다. 트럼프의 오락가락하는 말 뒤에는 '폴리마켓'이라는 암호화폐 기반의 온라인 예측 시장이 놓여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원래는 선거나 스포츠, 경제 전망 등에 쓰이던 예측 시장이 전쟁으로 확장하며 기사 한 건에 수백억달러의 베팅이 오가는 '워 카지노'가 돼 버린 모습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攻襲)하기 불과 수시간 전 폴리마켓에 '마가맨(Magamyman)'이라는 계정이 등장해 이란 전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3월 이전에 권좌(權座)를 떠날 것이라는 데 대규모 베팅을 했고, 마가맨은 53만달러(약 7억7천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그 외에도 폴리마켓에서는 이번 이란 공습과 관련해 약 5억달러(약 7천억원)의 금액이 거래됐고, 지상전 가능성 베팅에만 현재 2천300만달러(약 335억원)가 걸려 있다. 이 폴리마켓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미국은 전쟁 초기 이란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를 타격해 175명의 어린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최악의 오폭(誤爆) 참사로 꼽힌다. 최근에는 이란의 고속도로를 폭격해 100여 명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기도 했다. 이 같은 민간인 공격은 국제법상 금지된 전쟁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럼프는 이란의 민간 발전시설과 교량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 아니면 트럼프의 임기가 끝난 뒤에라도 미국 국민들은 분명히 나서 이 같은 트럼프의 계산된 정치 놀음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연 이 전쟁의 이유가 이란 핵 확산 방지인지, 트럼프 집안의 부를 확장하기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인 도덕적 해이(解弛)에 대해 전 세계인들은 분명 기억하고 그 잘잘못을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2026-04-08 05:00:00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석유·화학 제품은 물론이고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까지 충격파가 전달되고 있다. 그중 생각지도 못한 한 분야가 바로 전 세계적인 식량 가격 상승(애그플레이션) 우려다. 당장 하반기 수확량 감소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전쟁 여파로 중동의 물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글로벌 비료 공급망(供給網)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질소 비료(肥料)'의 공급난을 가장 큰 위협으로 꼽는다. 질소는 작물 성장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투입 시기를 놓치면 즉각적인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 전쟁 이후 질소 비료의 기준인 이집트산 요소 가격은 톤당 최대 700달러 선으로 전쟁 전과 비교해 75% 가까이 뛰어올랐다. 수입처를 다변화해 베트남 등지에서 요소를 구하려 해도 역시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물량 부족에 동남아 기준 요소 가격 역시 톤당 700달러까지 상승해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심지어 수송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서는 비료 생산자들이 아예 가격 책정을 포기해 버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걸프만이 세계 비료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하게 된 것은 비료의 주원료인 암모니아를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만들기 때문이다. 생산 비용의 70~90%가 천연가스라고 한다. 카타르에너지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한 순간 비료 공장도 함께 멈춰 선 것이다. 유통 또한 문제다.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의 약 3분의 1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시장조사 기관 CRU는 현재 비축분(備蓄分)으로 버티고 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작황 타격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북반구의 봄 파종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뚫린다 해도 비료를 생산하고 이를 운송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금 우리는 당장 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지만, 머지않은 시일에 애그플레이션이 닥치고 이것이 다시 육류와 낙농업에까지 영향을 주며 올 연말에서 내년 초 식료품 전체 가격을 밀어 올릴 거라는 건 예정된 수순이다. 연쇄적으로 확산할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사전 대처가 필요하다.
2026-04-02 05:00:00
24일 오전 9시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했던 48시간 시한이 끝난다.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하겠다"고 선을 그었던 그 시간이다. 강경한 그의 말에 전쟁이 장기화(長期化)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23일 한국 증시는 오전 한때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크게 휘청이다가, 코스피 지수 5,405.75로 하락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말도 흘러나오지만, 아무래도 이란이 트럼프의 엄포에 겁을 집어먹고 호르무즈 해협을 포기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이란은 자국 발전소가 공격당할 경우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 관련 에너지 목표물, 정보기술(IT) 시설, 해수 담수화 인프라를 타격할 것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3주를 넘어선 가운데 일관성 없이 계속해서 바뀌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세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는 20일(현지 시간) 대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의에서 "(이란과) 대화를 나눌 수는 있지만 휴전(休戰)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서는 '대규모 군사적 노력 축소 검토'를 밝혔다. 또 다음 날인 21일에는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완전히 파괴(obliterate)하겠다"고 썼다.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는 건지, 아니면 지루한 싸움이 이어질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트럼프의 최후통첩(最後通牒) 이후엔 어떤 혼란이 닥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다. 발전소 공격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 발전소는 민간 전력 공급 시설인 만큼, 타격 시 발생하는 민간인의 고통이 군사적 이득보다 크다면 명백한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란이 먼저 국제법을 어기고 민간 시설을 '방패'로 삼고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국제법을 위반해 의도적으로 군사와 민간 시설을 혼용해 사용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 사회는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인들이 언제까지 트럼프의 엎치락뒤치락 행보에 맘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나. 전쟁이 끝나야만 한다.
2026-03-24 05:00:00
문성요양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과 함께하는 문성 이야기'가 지난 20일 성료됐다. 이번 행사는 See씨울림(회장 손효성), 청라시낭송문학회(회장 박찬흥), 문성요양복지센터(원장 김상순)가 함께 마련한 자리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학의 장으로 펼쳐졌다 특히 전국 시낭송 대상 수상자로 구성된 낭송가들과 장기요양시설 평가 3회 연속 9년간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문성요양복지센터 종사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그 외에도 국보문학 열린시세계(동인회장 이성칠) 장영환, 이윤숙(전 회장), 권영숙, 이순필, 전진식 등 시인들이 참석해 자리를 더욱 빛냈다 행사에 앞서 김상순 원장은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시 한 편의 울림과 웃음을 통해삶의 여백을 찾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성요양복지센터는 앞으로도 시낭송을 통한 문학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의 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2026-03-23 12:47:52
워낙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반감(反感)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 등 미국의 핵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보다 중국을 더 의지할 만한 상대로 보는 여론이 확산할 정도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영국 여론조사 기관 퍼블릭 퍼스트와 함께 5개국 성인 1만2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미국을 제외한 핵심 4개 동맹국(同盟國)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 의지하는 것이 나은가?'라는 질문에 '중국'이라는 답변이 더 많았다. 나라별로는 캐나다 응답자의 57%는 중국을, 23%는 미국을 꼽았고, 독일에서는 중국 40%·미국 24%, 프랑스에서는 중국 34%·미국 25%, 영국에서는 중국 42%·미국 34%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에서는 미국을 택한 응답이 약 63%, 중국을 택한 응답은 약 30%로 나타났다. '향후 10년 뒤 어느 나라가 세계의 지배적 국가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서도 답변의 양상은 비슷했다. 독일 응답자의 51%, 캐나다 49%, 프랑스 48%, 영국 45%가 중국을 꼽았다. 반면 미국을 택한 비율은 독일 33%, 캐나다 35%, 프랑스 36%, 영국 41%였다. 폴리티코는 이런 여론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優先主義)'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지연,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경제적 압박,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인권이사회(UNHRC) 등 주요 국제기구 이탈, 고율의 관세, 그린란드 편입 위협,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 등이 동맹국들의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조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을 실행하기 이전인 지난달 6일에서 9일까지 실시된 것이어서, 전쟁 이후 트럼프에 대한 세계인들의 시선은 더욱 냉담(冷淡)해졌으리라 짐작된다. 트럼프의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에 유럽 각국이 서둘러 손절 신호를 보낸 것만 봐도 그렇다. 오랜 서방 질서를 균열시키는 트럼프의 행동에 미국 의회는 왜 손 놓고 구경만 하는 것인가?
2026-03-19 05:00:00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유행이 드디어 한풀 시들해지는가 하더니, 그 뒤를 이어받겠다며 다양한 먹거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핫하게 떠오른 것은 중국 상하이 전통 디저트를 변형한 '버터떡(황요우)'이다. 역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을 앞세운 디저트인데 개당 300~400㎉에 달하는 고열량에도 입소문을 타고 해외 직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오리온이 봄 시즌 한정판으로 출시한 '촉촉한 황치즈칩'은 온라인상에서 정가의 5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다. 금세 품귀 현상을 빚다 보니 최근 열흘간 오리온 고객센터에 접수된 상시 판매 요청만 1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숏폼 플랫폼을 강타한 방송인 강호동의 '봄동 비빔밥' 챌린지에 마트에서는 봄동이 동나는 희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행이 번지자 편의점 이마트24는 봄동 할인 사전 예약 프로모션에 돌입했고, GS25와 CU는 아예 비빔밥 완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 트렌드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숏폼을 타고 유행하는 해외 디저트와 레시피가 연일 화제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대중의 피로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지나치게 짧은 유행 주기로 인해 식문화(食文化)의 본질이 흐려지고 불필요한 과잉 소비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을 강타한 먹거리 유행 변천사(變遷史)는 상당히 오래됐다. 약 10년 전 유행하면서 골목골목마다 대왕카스테라 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가 얼마 못 가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했고, 2023년 유행했던 탕후루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허니버터칩은 공장 설비를 추가 설치할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기억 속으로 사라졌고, 포켓몬빵과 두바이 초콜릿 역시 빠르게 흐름을 탔다. 이런 소비 흐름은 SNS 알고리즘을 타고 한층 빠르게 회전되고 있다. 더구나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더 이색적이고 자극적인 메뉴를 찾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과잉 소비마저 조장되고 있다. 워낙 유행에 민감한 한국인이라지만, 이 같은 '반짝 유행'이 한국인들의 트렌드 중독 현상을 한층 가중시키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2026-03-12 05:00:00
6,000선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치솟았던 한국 증시가 중동 전쟁 발발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4일 하루 만에 12% 넘게 급락했다가 다음 날은 9% 이상 급등하는 등 지수가 종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작은 뉴스 하나에도 증시가 부침(浮沈)을 반복하는 취약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쉽게 쌓아 올린 모래성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이란 사태 발발 직후인 이달 4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12.1% 하락한 반면 일본과 대만 주가지수 하락률은 각각 3.6%와 4.4%에 그쳤고,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오히려 0.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유독 변동 폭이 크다. 지정학적 충격은 언제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유독 심각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빚투(빚을 내서 투자)'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유례없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불장'에 너도나도 빚내서 투자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33조원까지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천여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닷새 만에 1조3천억원이 급증했을 정도다. 한국 증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 아래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등 강력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덕분에 무려 1.5배 이상 지수를 끌어올리며 과거 어느 때보다 외형을 확장했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시장의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개인투자자 비중과 거래 회전율이 높다. 그만큼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하고 주가수익률의 변동성도 높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증시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손바뀜은 더욱 빨라졌고, 빚투는 무려 82%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외국은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금, 기관투자자, 기업 자금 등 장기 자본이 시장의 중심을 이루면서 단기적 시장 변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외부 영향으로 시장이 급락할 때 완충(緩衝)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자금들이다. 금융자금이 기업 투자나 장기 자본으로 흘러가기보다 단기 자산시장으로 몰리는 현재 구조는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자산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확장 구조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단기 투자에 집중된 개인투자자 탓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궁극적으로 금융자금의 흐름을 바꿔 금융이 단기 자산 투자보다 기업과 산업으로 흐르고, 장기 자금이 시장을 굳건히 하는 중심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산시장도 안정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도 이런 맥락(脈絡)일 것이다.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아닌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주식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장기·가치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 증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건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2026-03-11 05: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송한 데 이어,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까지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까불면 다친다(FAFO·FXXX Around Find Out)'는 전략이 또 한 번 적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반응은 날카롭다. 다음 번 표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는 신변의 위협을 강력하게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일 이란 공습에 대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공인된 국제법 위에 국내법을 올려놓고 저들의 이기적, 패권적 야욕 달성을 위해서라면 군사력의 남용도 서슴지 않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후안무치한 불량배적 행태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란 공격이 핵 억제는커녕 전 세계 핵 확산을 더 강화하는 역설(逆說)적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과 같이 트럼프의 목표가 될 수 있는 국가들이 정권 전복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체제 생존 수단으로 외교보다는 핵 개발에 더 전력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1일(현지 시간) 미 싱크탱크는 "특히 미국의 적대국들이 향후 외교적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면서 "미국이 손을 내미는 협상이 시간을 벌고 정보를 얻어 결국 정권 교체를 이뤄내려는 '위장(僞裝) 전략'에 불과했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같은 대외 정세 변화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특히 공격을 받은 이란이 당장 걸프 지역 6개국의 공항과 기반 시설을 타격하며 '물귀신 작전'을 펴며 반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이 공격당했을 경우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될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 주변국에 위기를 일으켜 작전 중단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보다 한층 더 미국과 강하게 협력해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기민하게 살피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등 우방국들과의 외교·안보 레이더망을 총가동해 혹시나 우리가 처하게 될 위협은 없는지 면밀하고 깊숙하게 분석해야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라지만 FAFO에 예외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6-03-05 05:00:00
김종훈 전 국회의원, 대한민국항공회 제 30대 회장에 선출
김종훈 전 국회의원이 대한민국항공회 제 30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신임 회장은 외교·경제·통상 정책 분야를 두루 거친 경제·통상 전문가로, 국회의원 재임 시절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와 대외 협력 정책을 주도해왔다. 또 대한체육회 국제교류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국제 스포츠 네트워크를 확장에 기여하 바 있으며, 1천500회 이상의 패러글라이딩 실 비행 경험을 보유한 항공 스포츠인으로 현장 이해도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 전문성과 국제 감각, 그리고 실무 경험을 겸비한 김 회장은 대한민국 항공스포츠 및 일반항공(General Aviation) 산업 전반의 제도적 정비는 물론 미래항공 모빌리티 분야의 성장에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은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이라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면서 "회원들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과 항공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중점 추진 과제로는 ▷드론, UAM(도심항공교통) 인프라 구축 ▷항공 규제 혁신 ▷국제 협력 및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항공 산업·스포츠·미래항공을 아우르는 통합적 항공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대한민국항공회는 이번 회장 선출을 계기로 항공스포츠 저변 확대와 항공 산업 간 융합, 그리고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직 혁신과 정책 역량 강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편, 대한민국항공회는 1945년 설립된 국내 항공 분야 대표 단체로, 1956년 국제항공연맹(FAI)에 가입하고 국토교통부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1981년부터는 매년 10월 30일 '항공의 날'을 주관하며 항공인의 위상 제고에 기여해왔다.
2026-03-04 16:51:52
지난달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는 대미투자법 등 여러 가지 민생 법안이 연루된 배경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당장 '촉법소년'(觸法少年) 문제 하나만 놓고 봐도 우리 국회의 의제 공론화와 입법(立法) 속도가 얼마나 느린지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의제화를 지시한 데 이어 두 달 만인 24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촉법소년 연령을 최소한 한 살 정도 낮춰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는 부처 간 이견 조율과 국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두 달 안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형법이 제정된 1953년에 함께 마련된 촉법소년 제도는 범행 시점의 나이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지칭하는 말이다. 현행범이라도 촉법소년을 체포하는 것은 불법으로, 보호처분을 통해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있게 할 수 있는 등 형량(刑量)도 성인범보다 가볍다. 범죄 기록도 남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나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꽤 있다. 영국·싱가포르는 10세, 캐나다·네덜란드·중국은 12세, 프랑스는 13세 미만이며, 스웨덴은 현재 15세인 기준을 13세로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촉법소년'이 문제가 된 것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SNS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어릴 때부터 범죄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학교폭력의 양상이 성인 범죄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수준으로 치달았고, 딥페이크 등 신종 사이버 범죄, 마약 거래 운반책, 살인·강간 등의 중범죄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다 "나 촉법"을 외치며 경찰을 조롱하는 사건도 많다. 특히 일명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들이 스쿨존을 지나는 차량에 접근해 운전자를 당황케 하는 놀이까지 유행한 바 있다. 어린이의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부주의라고 보기엔 워낙 범죄의 정도가 중해 국민의 법 감정 수준을 넘어서는 사례가 흔히 보도되면서 국회에는 관련 법 개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지만 몇 년째 제대로 논의를 거친 적이 없다. 지금이라도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국회가 입법에 속도를 낼 때다.
2026-02-26 05:00:00
2030세대의 술 소비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2030세대의 술 기피 현상은 고위험 음주율(최근 1년간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성은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이며 주 2회 이상 마시는 비율)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대의 고위험 음주율 경우 2018년 15.9%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2024년에는 한 자릿수(9.9%)로 감소했다. 30대 역시 고위험 음주율이 2018년 15.2%에서 2024년 14.5%로 하락했다. 젊은 층의 술 소비 감소는 다양한 사회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SNS 등을 통해 다양한 취미를 공유하고 이를 인증하는 게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술 없이도 인간관계 유지가 충분히 가능해진 데다, 주머니 얇은 젊은 층들에게 비싼 술값과 안줏값을 내는 것도 부담인지라 그 대신 자기 계발(啓發)과 관리에 힘쓰는 '갓생(God+生)'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트렌드의 변화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라는 신조어에서도 드러난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루비 워링턴이 2018년 출간한 책 제목에서 유래돼 '술에 취하지 않은(Sober)'과 '궁금한(Curious)'을 합친 말로, 술 없는 만남을 중심으로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즐기겠다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이들이 주목한 건 취하지 않아도 이어지는 진정한 관계로, 모닝커피 챗, 모닝 파티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 중이다. 여기에다 2030세대가 술 없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도 한 배경으로 꼽힌다. 러닝크루, 독서, OTT, 소모임 등 취미 활동이 생겨나면서 회식이나 술자리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던 문화는 점점 밀려나고 있다. '술값=낭비'라는 인식도 한몫했다. 2030세대가 술값을 '매몰 비용'으로 인식하다 보니 회수 불가능한 경제적 비용이 아닌 취미 활동 등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는 2030의 변화는 알코올 소비로 인한 각종 사회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새도 없이 모범적인 생활과 성공에만 매달려야 하는 선택권을 잃은 2030의 측은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2026-02-19 05:00:00
영화 '아이언맨' 속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의 현실판이 최근 등장했다. 최근 전 세계 AI계를 뜨겁게 달군 'AI 에이전트' 이야기다. 클로드봇으로 시작해 몰트봇, 현재는 '오픈클로(Openclaw)'로 이름이 바뀐 이 서비스는 이메일 정리와 요약,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개인 비서형 AI 에이전트다. 개인 메일 계정을 연동해 광고 메일을 자동으로 분류·삭제할 수도 있고, 중요 메일들을 요약해 매일 보고하는 자동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날씨·도로 상태와 주요 일정, 뉴스 속보 등을 정리해 주는 '아침 브리핑'을 시키거나, 자료 정리, 저장된 결제 정보를 통한 교통편 예매, 복약·운동·납부 등 정기적으로 할 일을 상기시키는 역할, 주식·가상자산 투자 관련 정보 수집 등도 가능하다. 여기까지가 아니라 물어보지 않은, 예측 가능한 부분까지 미리 준비해 주고 수행해 준다는 측면에서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지만 자칫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될 우려가 크다. 예정된 카드 결제나 송금, 코인 구매 등도 알아서 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편리함에 매료된 직장인들 사이에 오픈클로 활용이 확산하면서 특히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보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 업무 기밀과 민감한 개인 정보 등에 접속해 무단 유출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보니 네이버와 카카오, 당근 등 기업들은 개발자 및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오픈클로 사용금지 공지를 내렸다고 한다. 실제로도 사용자 인터페이스(API) 키가 평문으로 저장돼 노출되거나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을 통해 AI가 민감 개인 정보, 금융 정보를 빼돌리는 취약점이 보고된 바 있다. 인간의 육체를 대신해 노동을 하는 '피지컬 AI'에 이어 이제는 사람의 뇌를 대신해 주는 '뇌지컬 AI'까지 속속 등장하는 시대. 공상과학소설 속에서나 보던 미래가 생각보다 훨씬 일찍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AI가 얼마나 자율성을 갖게 할 것인가다. 자율성을 주는 만큼 AI가 인간을 위험하게 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미래다.
2026-02-09 05:00:00
[세풍-한윤조] 로봇 시대, 노동력의 설 곳은 어디에?
지난 2일 롯데이노베이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장 역할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미래형 편의점 'AX Lab 3.0'을 공개했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매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로봇이 점장뿐 아니라 앞으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대행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 나간다. 노동 의존도가 높고 저자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업종이 카페와 편의점, 택배 배달 등일 것이다. 이미 카페의 경우 로봇 카페, 무인 카페 등이 등장하며 바리스타의 일자리를 일정 부분 대체했다. 택배 역시 무인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인간을 대신할 수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은 노동 말고 달리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할까?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최근 여러 인터뷰와 공개 강연을 통해 AI와 로봇공학이 가져올 '풍요의 시대(Age of Abundance)'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내년 말쯤에는 일반 대중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노동은 선택 사항이 될 것이며, 일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보편적 고소득 사회(Universal High Income)'를 주창했다. 머스크가 말하는 논리는 이렇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초지능 AI가 공장·물류·서비스업 전반을 대체하면 생산 비용은 급격히 낮아진다.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기술이 결합해 로봇 운영 비용까지 낮춘다.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향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 경제학의 대전제인 '희소성(稀少性)의 법칙'이 무너지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너무 유토피아적이다. 아무리 물가가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풍요롭게 살 수 있을 텐데, 그 기본적인 소득을 누가 빈자(貧者)들의 손에 쥐여줄 것이냐는 문제다. 과거 인구론을 주장했던 맬서스의 논리와는 달리 인간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지금은 전 인류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 생산량 증대를 이뤄냈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는 끼니조차 잇지 못하는 인구가 상당하다. 아무리 로봇과 AI 혁신으로 생산 비용이 0에 가깝게 수렴(收斂)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분배의 장벽을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 그의 주장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선 일론 머스크의 장밋빛 시나리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우려가 크다. 사실 '빅테크'의 거물들 누구도 마주하려 하지 않는 근본적 질문, '생산성이 극적으로 높아진 사회에서 그 성과를 어떻게 공평하게 분배(分配)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소유한 소수에게 부가 집중된다면, '보편적 고소득'은커녕 극단적인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인공지능이 창조하는 생산성 향상이 모두의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 넉넉함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공의 역할'이 핵심일 것이다. 노동력밖에 가진 게 없는 이들이 새로운 세상에선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인가. 변화가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기대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전 세계가 함께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
2026-02-04 05: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 들어서도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위협(威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여러 나라와 무역 협상을 맺은 만큼 올해부터는 관세 불확실성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월가의 예측이 무색하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하나 트럼프의 호언장담처럼 제대로 이행된 것은 없다. 미국이 가장 견제하고 있는 중국마저 어쩌지 못한 채 애먼 우방 국가들에만 협박성 멘트를 날렸다가 후퇴하길 반복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대미 투자 지연을 빌미로 15%에 합의했던 대한(對韓) 관세를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혀 우리나라 정치·경제에 핵폭탄을 던지는 듯했지만, 단 하루 만에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물러섰다. 그러고는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기고한 기고문에서는 관세를 활용한 해외 투자 유치 성과로 맨 먼저 한국 사례를 들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1천50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강화하는 조치"라고 자화자찬(自畵自讚)을 늘어놨다. 아주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행보다. 일견 정신 나간 듯 보이는 이 같은 트럼프의 말들은 그가 사용하는 일종의 협박성 전술과도 같다. 트럼프가 관세로 호통친 뒤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일을 반복하자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겁을 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뜻의 약자인 '타코(TACO)'라는 용어가 지난해 봄부터 회자(膾炙)되고 있다. 반복되는 관세 위협에 학습된 시장이 '타코' 트레이드로 반응하며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관세 위협 등을 실행에 옮긴 경우는 4분의 1 수준에 그쳤고, 43%는 철회됐거나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타코' 행보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리나라도 트럼프의 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휘둘려서는 안 될 일이다. 바꿔 놓고 보면 그의 엄포 뒤에는 항상 협상의 여지가 따라붙는다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타코 전술에 휘말리지 말고 항상 신중한 태도로 우리의 국익을 지켜나가는 일관된 자세가 중요하다.
2026-02-02 05:00:00
경주재가노인통합지원센터(경주 동천동)에서는 한전KPS(주)월성2사업소의 후원을 받아 독거노인 가구에 이불베개 13세트와 연탄 2천장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전KPS(주)월성2사업소 직원들은 "지역 내 독거 어르신들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도록 함께 나눌 수 있어 뜻 깊었다"고 전했다.
2026-01-08 16:01:30
[데스크칼럼-한윤조] 문제 인식조차 없는 대구시의 물감사 논란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문제 인식 및 정의'는 가장 첫 단계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고 그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과정이다. 문제가 발생하는 곳을 관찰하고, 문제의 원인이나 영향을 파악한 뒤, 문제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두루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의 문제를 파헤친 매일신문의 연속 보도가 이어지자 대구시는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 인식'조차 결여된 시 감사에서 진흥원 사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이 나오긴 이미 글렀다는게 문화예술계의 분위기다. 아직 대구시의 특정감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이지만 이미 지난 18일 열린 문예진흥원을 대상으로 한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물감사'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 "문제는 있는 것 같지만 (심각하다 하기엔) 다소 무리있다"는 식의 사전 감사보고서에 대한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주범 의원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긴 했으나 괜찮다는 식이냐"며 대구시의 맹탕 감사 결과를 비꼬아 꼬집기도 했다. '셀프 승진 논란'과 관련해 정일균 의원은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조직구성원들이 느끼면 그런 것이고, 그 자체가 이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중환 의원 역시 "인사위 당연직 위원을 경영지원부장이 맡았다는 것은 결국 인사위 구성부터 개최까지 특정 간부 한 명이 다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면서 "본인과 관련한 인사위에서는 빠지는게 당연하지만 (경영지원부장이) 조직에 대한 건 본인이 설명하며 끌고가는 거지 않나. 이런 구조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뻔하다. 갈라치기, 자기편챙기기, 직원 사이 신뢰는 사라지고 줄서기·눈치만 남는 분위기"라고 일갈했다. 사실 애초에 대구시와 문예진흥원은 인사·근무 관련에 대해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의지조차 없어보였다. 감사 기간 동안 진흥원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인사팀에 근무해 왔던 핵심 인물 1명을 포함한 3명의 직원이 '벤치마킹'을 이유로 해외 출장에 나서며 자리를 비운 상태로 감사가 진행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발생했지만 시는 문제삼지도 않았다. 사업비가 반토막 나 대구 지역 예술인들이 생계까지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도 진흥원 임직원들은 벤치마킹이나 업무협약 등의 이유로 지난해 30회 1억5천만원, 올해 9월말까지 28회 2억5천만원을 지출하는 등 외유성 해외 출장을 일삼은 사실도 행감에서 따져 물었지만 답변을 맡은 이재성 문예진흥원장 직무대행(대구시 문화체육국장)과 김진상 기획경영본부장은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는 안일함을 보였다. 현재 문예진흥원 사태의 핵심은 '잘못을 잘못인 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안하무인의 태도'에 있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너무 강하다못해 아예 그들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기형적 조직이 됐지만, 이를 통제하고 감시해야 할 대구시 마저 '무사안일'(無事安逸)주의에 빠지면서 진흥원은 잇딴 언론과 시의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뭐가 문제냐'는 뻔뻔스러움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자기 이익 챙기기와 내부 헤게모니 장악에만 골몰해 있는 이들에게 지역 예술인과 대구문화예술 저변 확대라는 진흥원 본연의 목적을 위해 할애할 시간은 없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술인과 대구시민의 몫이다. 대체 진흥원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2025-11-19 18:27:37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2026년 4월 개봉 확정
전 세계 박스오피스 3억 2천6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2006년 개봉 당시 센세이션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The Devil Wears Prada 2)'가 내년 4월 20년 만에 돌아온다. 화려한 패션 업계의 치열한 이면을 그리며 눈을 뗄 수 없는 패션 아이템과 감각적인 스타일링은 물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사회 초년생의 성장 서사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지금까지도 대중들의 인생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속편에서는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를 비롯해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까지 전작의 흥행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다시 뭉친다. 또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엘린 브로쉬 멕켄나가 각본을, 카렌 로젠펠트가 제작을 맡는 등 원작의 핵심 제작진이 총출동했다. 20년 만에 극장가 귀환을 알리며 공개된 티저 포스터에는 전작의 상징적인 레드 컬러 하이힐이 등장한다. 악마를 상징하는 삼지창 형상의 굽이 박혀 시선을 압도하는 비주얼은 이번 작품이 전편의 정체성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다. 함께 공개된 티저 예고편은 분주하게 돌아가는 사무실 복도를 가로지르는 누군가의 아찔한 붉은색 하이힐이 클로즈업되는 걸로 시작한다. 수많은 의상들, 플래시가 터지는 화려한 블루 카펫, 축배를 위해 터트린 샴페인까지 패션계의 찬란한 순간들이 화면을 빠르게 채우고, 이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한 분위기를 지닌 '미란다'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며 업계 전설로서 관록미를 더한 대체불가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를 태운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프로페셔널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앤드리아'가 화면에 나타나 한순간에 공기를 휘어잡는다. 전작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의 재회로 기대감을 고조시킨 이번 작품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만큼 180도 변화한 패션 업계의 트렌드와 현시대의 사회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보인다. 지난 2006년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사회부 기자를 꿈꿨던 '앤드리아'(앤 해서웨이)가 최고의 패션 매거진 '런웨이'에 입사하면서 악마 같은 보스 '미란다'(메릴 스트립)를 만나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존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작비의 10배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작품으로 '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립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앤드리아' 역의 앤 해서웨이 역시 할리우드 최고의 청춘스타로 발돋움하며 영화계를 뜨겁게 달궜다.
2025-11-13 20:29:27
일본의 대문호이며 세계적인 작가 나쓰메 소세키. 그는 소설가가 되기 전 하이쿠 시인이었다. 그것도 2600수에 달하는 하이쿠를 남긴 다작의 시인이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는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 나쓰메 소세키의 하이쿠 작품을 집중 조명한 최초의 국내 출간물로서, 소세키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시작이다. 일본에서 발원한 하이쿠는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열일곱 자의 짧은 시 형식으로,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사랑받는 세계적 문화유산이다. 이 책에서는 소세키가 창작한 하이쿠를 비롯해 그의 시적 세계를 깊이 탐구하고 해석한 내용을 담아,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세키의 하이쿠 문학을 국내 독자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특히 5-7-5 음절의 하이쿠 형식과 소세키만의 독특한 정서가 어우러진 작품들을 통해 일본 근대문학의 새로운 측면을 조망할 수 있다. 일본 근현대 시를 전공한 학자이며 한국 문학을 창작하는 시인인 저자 오석륜이 소세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3편을 엄선하여 인생과 계절과 우주의 질서를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소세키의 제자이자 하이쿠 시인·수필가·물리학자로 활약한 데라다 도라히코는 "소세키의 하이쿠를 알지 못하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다. 204쪽, 1만4천원.
2025-11-13 13:12:39
클래식부산, 14·15일 '헬로 발레-발레의 초대' 공연 개최
클래식부산은 오는 11월 14일 오후 7시 30분과 11월 15일 오후 5시 두 차례에 걸쳐 부산콘서트홀에서 온 가족을 위한 발레콘서트 '헬로(HELLO) 발레-발레의 초대' 공연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다양한 발레 주요 장면을 '2025시즌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김주원 예술감독의 연출 및 해설과 함께하는 '갈라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발레의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라 실피드', '파키타' 등의 주요 장면을 선보이며, 클래식 발레의 아름다움과 섬세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제15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에서 호평을 받은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의 창작발레 '샤이닝웨이브'의 솔로 및 파드되(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도 함께 선보인다. '샤이닝웨이브'은 부산 바다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공연에는 윤전일, 김희현, 이주호, 홍주연, 곽지오, 정혜윤 등의 발레 단원 11인의 '2025시즌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과 김광현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55인의 '클래식부산오케스트라'가 함께 참여해 발레와 음악의 완전한 조화를 선사한다. 전석 3만원. 문의 051-640-8824.
2025-11-10 14: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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