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선거 열전(熱戰)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방선거와 14개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본투표가 3일 오전 6시 시작되면서 그 판도라의 상자가 오늘 밤 열릴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선출되는 공직자만 4천227명,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7천723명에 달할 만큼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는 이들이 넘쳐 난다. 그만큼 투표도 복잡하다. 광역지자체장 및 기초지자체장, 광역 및 기초지방의회의원(지역구·비례대표), 그리고 교육감 등 7명의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데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까지 겹치는 곳에서는 무려 8명의 후보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선거운동이 공약과 정책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당의 색깔과 번호를 외치는 것만으로 기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방선거 중 가장 높은 23.5%(대구 18.6%, 경북 22.4%)를 기록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이는 듯하지만, 막상 유권자들의 속내는 복잡하고 무거워 보이기만 한다. 이번 선거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지역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지방 발전 전략보다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당의 '내란 척결'과 야당의 '독재 저지'라는 거대 프레임이 맞부딪치면서 지방선거 본연의 의미는 크게 퇴색(退色)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국의 선거판이 혼탁함 그 자체였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양대 후보들은 초박빙 접전 속에서도 불필요한 비방을 자제하고 정책 대결을 펼치려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다. 두 후보는 상호 정책과 능력 검증 외에 불필요한 인신공격이나 과거 이력에 관한 비방은 하지 않는 '네거티브 제로'(negative zero) 선거 기조를 끝까지 유지했다. 특히 김부겸 후보의 경우 선거 중 공식 석상에서 '내란'이란 단어를 쓰지 않았다.
이제 선거의 명암을 가를 핵심 변수는 이쪽도 저쪽도 다 싫다는 정치 무관심층의 향방이다. 이들의 마음을 돌려 투표소로 발을 향하게 하고, 비록 내 마음에 쏙 드는 '최상의 후보'가 없을지라도 반드시 돼서는 안 될 최악의 후보를 골라내는 것만으로도 투표의 의미를 갖게 만드는 일이다. 일각에서 나타나는 정치 혐오의 분위기가 투표마저 포기하는 어리석은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독려(督勵)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오늘날 누리는 '1인 1표'의 동등한 투표권은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1913년 영국의 에밀리 데이비슨(Emily Davison)은 여성 참정권을 외치며 달리는 국왕의 말 앞에 자신을 던졌고, 무산 노동자들은 차티스트 운동(Chartist Movement)이라는 격랑을 거쳐 선거권을 쟁취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도 여성들이 투표권을 얻기까지 150년이 걸렸으며, 미국의 흑인들은 1965년 '피의 일요일' 유혈 참극과 같은 수많은 희생을 치른 후에야 참정권을 실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자치 규정이 제헌 헌법에도 포함돼 있었지만 6·25전쟁과 5·16 군사 정변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다가 1995년에야 자치단체장을 직선으로 뽑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질 만큼 역사적 부침(浮沈)을 겪었다.
최선이 없다면 차악(次惡)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숙명이다. 귀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차악을 택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과 지역, 그리고 나라의 발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루(堡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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