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인공 최곤(박중훈)은 왕년의 가수왕 타이틀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 매달려 오늘을 그르치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수 옆을 지키는 매니저 박민수(고 안성기)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지금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를 보고 있자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집에서 여전히 '가수왕' 대접을 바라는 철 지난 스타의 오만이 겹친다. 물론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보수의 '굽은 소나무' 같은 존재다. 험지에서 풍파를 견디며 당을 지켜 온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퇴를 번복하며 복귀하는 모습에서는 기시감이 든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은 이미 여러 차례 봐온 장면이다. 혁신을 말하지만, 방식은 낡았다. 지금 필요한 재료는 윽박지르는 공관위가 아니라 이준석 국회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보수의 가용 자산을 모두 아우르는 '빅 텐트'다. 그래야 혁신의 불꽃이라도 피워볼 수 있다. 서울, 경기, 부산 등 대구경북 빼고는 후보를 찾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이런 판국에 대구경북 다선 컷오프, 현역 단체장의 힘 빼기를 자의적으로 판단, 강요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기득권만 없앤다고 혁신 공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적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기반이 약한 곳에서 인위적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할 뿐이다. 비빌 언덕이 없는데 소는 누가 키우나. 더 큰 문제는 '고무줄 잣대'다. 부산시장 공천 방식이 바뀌고, 서울시장 후보 신청 기회는 여러 차례 주면서도 유독 대구경북 단체장에 대해서만 '혁신 공천'을 강조하는 모습은 형평성을 의심케 한다. 결국 보수의 굽은 소나무인 대구경북이 책임 전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대구경북은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죄가 있다면 보수를 일편단심 짝사랑한 잘못밖에 없다. 정작 표 까먹고 민심 잃어버린 책임은 중앙 정치에 있는데, 그 부담을 현장에 떠넘기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가 정치를 잘못해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최소한의 자성도 없이 현장을 향해 칼을 드는 것은 순서가 뒤바뀌었다. 묵묵히 지역을 지켜온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 특히 시장과 군수(지방자치단체장)는 더더욱 죄가 없다. 국민의힘 지방·광역 단체장들은 중앙 정치의 실패 속에서도 지역 민심을 아우르며 보수의 조직과 여론을 유지해 온 주체들이다. 꽃가마는 태워 주지 못할망정 '홀대'를 해서는 안 된다. 충북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던 조길형 전 충주시장이 "내가 사랑하던 당이 아니다"라며 공천 신청을 철회한 일은 상징적이다.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군에서도 반발이 이어지는 등 공천 관련, 내홍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공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표출돼 민심이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화에서 가수는 결국 자신의 오만을 내려놓고 재기에 성공한다. 곁에서 끝까지 그를 지탱해 준 굽은 소나무(매니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관위가 이제라도 깨달아야 할 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장을 지키며 민심을 쌓으며 매니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시장·군수가 있었기에 그나마 지금의 보수가 가능하다. 굽은 소나무를 잘라내는 게 혁신과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시장·군수는 죄가 없다.
2026-03-22 15:09:58
공공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기념식수다. 행사 주최의 장을 중심으로 내빈들이 함께 삽으로 흙을 뜨고 묘목을 심은 뒤 흙을 다진다. 그리고는 이 모든 장면을 사진으로 남긴다. 나무를 심어 행사를 기리는 일은 1872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49년 식목일 행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첫 행사를 열었다. 이후 기념식수는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고 미래의 성장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때로는 의식이 의미를 앞지르기도 한다. 식수 행사의 짧은 시간을 남기기 위해 연방 터지는 카메라 플랫카메라처럼 기억은 찰나밖에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 새로 심은 나무도 이후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는 주목받지 못한다. 최근 한 기관이 보여준 변화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경북도청이 10일 진행한 도청 이전 10주년 행사의 기념 식수는 소박했지만, 기억에는 웅장하게 남을 만하다. 도는 새 묘목을 구입하는 대신 이미 도청 부지에 자라고 있는 자리에 식수 행사를 열었다. 단순한 방식의 작은 변화였지만, 의미 자체를 곱씹게 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포세이돈이 아테나와 도시의 수호신 자리를 두고 겨루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후려쳐 땅을 갈라 으리으리한 샘을 만들었다. 반면 아테나는 흔하디흔한 올리브 나무를 내놨다. 시민들은 오히려 천지가 진동해 물을 뿜어낸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 오래도록 열매를 맺는 나무를 선택했다. 상징보다 지속성을 결정한 것. 이번 경북도청에서 기념식수의 변화 역시 비슷한 메시지가 담겼다. 기념의 핵심은 '새로 심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자라갈 시간'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그 자리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를 기념의 상징으로 삼는다는 것은 단순히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서, 10년 동안 뿌리내린 경북도청의 지속가능한 미래상을 나타내고 있는 의미가 내포됐다. 그래서 이번 변화는 작은 발상의 전환이지만 의미는 적잖게 다가온다. 기념을 위해 또 하나의 나무를 심는 대신 이미 자라고 있는 나무를 기념의 중심에 두는 일, 그것은 '보여주는 행사'에서 '지속을 생각하는 기념'으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전 10주년 경북도'의 기념식수에서 '앞으로 100년간은 더 웅장하게 뿌리내리겠다'는 경북도의 약속과 미래를 엿본 듯하다.
2026-03-10 14:30:47
이철우 경북도지사 "구미박정희마라톤, 국제 마라톤으로 키우겠다"
지난 1일 열린 '구미박정희마라톤'이 국제대회로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마라톤 5km 구간에 참가한 뒤 이번 대회를 '박정희 새마을 국제 마라톤대회'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 도지사는 3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매일신문 주관으로 개최된 박정희 마라톤대회가 구미에서 있었다. 박정희 마라톤대회를 향후 박정희 새마을 국제 마라톤 대회로 높여 세계 새마을 운동을 하는 나라 선수들을 참가시켜 박정희대통령께서 만든 새마을운동을 확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 도지사는 행사 당일 마라톤에 함께 참가한 경북도청 실·국장에게 '구미시 등 유관 기관과 협조해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 정신을 세계와 공유하는 스포츠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새마을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세계 각국 선수들을 초청, 이번 대회를 국제적 스포츠 축제로 확장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축사에서 직접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체육부 장관을 비롯, 중앙아프리카 마라톤 선수 2명, 코트디부아르 마라토너 3명 등 2시간 10분대 엘리트 마라톤 선수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 도지사는 개인적 소회도 밝혔다. 그는 "맨발 걷기 등 걷기는 많이 하였지만 달리기 등 마라톤은 군대 제대 이후 처음이었다"며 "제가 암 치료이후 몸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뛰었는데 참가자들 중 중간은 뛰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걷기와 달리 약간 힘들었지만 재미가 있었고, 5km 코스에 도전 하였으나 구미에서 열린 3.1 절 행사가 겹쳐 완주하지 못해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철우 경북지사가 마라톤을 통해 개인의 건강 리스크를 사실상 털어내는 상징적 장면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도지사는 이번 박정희마라톤 참가로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스스로 건강 리스크를 극복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했다"며 "이는 단순한 마라톤 참여를 넘어 도정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준 행보"라고 분석했다.
2026-03-03 15:09:06
2026 구미박정희마라톤 대성황…대한민국 산업화 현장 '3만 인파' 달렸다
1일 구미낙동강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 '2026 구미박정희마라톤대회'가 사상 최대 규모인 3만여 명이 참여, 대성황을 이루며 막을 내렸다. 구미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매일신문·구미시육상연맹이 공동 주관, 구미시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화합의 장을 연출하며 경북 최대의 글로벌 마라톤 대회로 올라서는 시금석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대회는 올해 처음 도입된 풀코스(42.195㎞)를 비롯해 하프코스, 10km, 5km 등 4개 종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특히 첫 풀코스 신설은 대회의 경쟁력과 상징성을 대폭 끌어올리며 전 종목에서 균형 있는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는 명실상부한 전국구 명품 스포츠 축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전체 참가자 중 구미 지역 외 참가자가 55%, 구미 지역 참가자가 45%로 집계됐으며, 제주도에서 16명이 참가하는 등 대구·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러너들이 몰려들었다. 글로벌 마라톤 대회로서의 성과도 돋보였다. 코트디부아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외국인 선수뿐만 아니라 중국 자매·우호도시(창사·선양·웨이난·광안·이우시)에서도 대거 참가해 대회의 국제적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중국 웨이난시 초청 선수인 양하오상이 하프코스 남자부 1위를 차지하며 국제 스포츠 교류의 값진 성과를 보여줬다. 대회의 높아진 격을 증명하듯 국내외 주요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도넹-완주몽(Doneng-Wanzoumon)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청소년·체육·시민교육부 장관이 직접 대회 현장을 방문해 위상을 높였다. 아울러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5km 코스를 뛰었으며, 김장호 구미시장, 추경호(대구 달성군)·임이자(상주문경)·구자근(구미갑)·강명구(구미을)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원·이강덕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도 시민들과 호흡을 맞췄다. 구미시는 3만여 명에 달하는 기록적인 인파 속에서도 안전 확보와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구간별 교통 통제와 셔틀버스 운행 등 종합 교통대책을 가동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첫 풀코스 도입에도 시민과 전국 러너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대회를 안전하게 마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구미를 대표하는 시민 참여형 스포츠 행사로 발전시켜 전국 러너들이 찾는 명품 마라톤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3-01 16:29:14
도넹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장관 "박정희 대통령 이름 딴 마라톤 참가 뜻깊어"
도넹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청소년·체육·시민교육부 장관이 '2026 구미박정희마라톤대회' 참석을 계기로 경북 구미를 찾아 새마을운동과 스포츠 분야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구미를 방문한 그는 이번 일정을 통해 발전 경험을 직접 확인하고 양국 간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도넹 장관은 "박정희 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한국의 산업화 도시인 구미를 처음 방문하게 됐다"며 "경제 발전의 현장과 스포츠 인프라를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이번 방문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도넹 장관은 지난 28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시작으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새마을테마공원 전시관, 새마을재단 등을 둘러보며 새마을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살폈다. 이어 마라톤 대회가 열린 1일에는 낙동강체육공원과 구미복합스포츠센터, 시민운동장, 올림픽기념관 등을 방문하며 지역 체육시설 운영 현황도 확인했다. 그는 "새마을운동은 단순한 농촌 개발 정책을 넘어 시민 의식을 변화시키는 시민교육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한국의 성공 경험을 하나의 발전 모델로 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마을운동을 통해 국가 변화를 이끌어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오래전부터 궁금증과 관심을 가져왔고, 그의 이름을 딴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구미를 직접 방문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89년생인 도넹 장관은 자국 인구의 약 60%가 청년층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사례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정부 차원의 교육 정책과 시민의식 함양, 그리고 젊은 인구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발전해 온 과정이 인상적이었다"며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라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진 국가인 만큼, 새마을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과 협력해 청소년 교육과 사회 발전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넹 장관은 새마을운동을 '경제 혁명의 원천'으로 평가하며, 두터운 청년층과 풍부한 자원을 기반으로 국가 도약이 가능하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특히 공동체 참여와 시민 교육이 국가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넹 장관은 스포츠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마라톤 등 스포츠는 멀리 떨어진 국가를 연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라며 "마라톤을 통한 교류는 단순한 경기 참가를 넘어 서로의 발전 경험과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선수 교류와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 체육시설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구미 박정희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자국 선수들에게 "14시간의 긴 비행과 마라톤 완주 과정 모두가 인내와 열정, 도전 정신을 배우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며 "이번 경험이 국제무대와 올림픽을 향한 꿈을 키우는 소중한 계기이자 스포츠를 매개로 한 양국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26-03-01 14:18:46
[시각과 전망-임상준] 원형 탈모와 '대구경북 한뿌리 면역'
로마의 시저는 머리숱이 듬성듬성한 반(半)대머리였다. 대중 앞에 설 때면 훤한 이마를 감추기 위해 월계관을 쓰곤 했다. 평상시에도 머리를 뒤에서 앞으로 빗어 이마를 가렸다. 뒷머리로 짧은 앞머리를 만드는 '시저 컷'이 여기서 유래됐다. 고대 전기 작가 수에토니우스에 따르면 시저는 탈모를 매우 민감하게 여겼다. 월계관은 원래 군사적 승리의 상징이었지만, 상시 착용 특권을 원로원으로부터 받았을 정도로 후퇴한 이마를 싫어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에 대한 건보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해 관심을 모았다. 탈모를 '질환'으로 정의,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데 대해 찬반양론이 일지만, 탈모인의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에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탈모 에피소드가 화제를 모았다. 이 도지사는 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얘기를 전하면서 숨겨왔던 탈모 얘기를 꺼냈다. 그는 고교 시절 윗머리 부분에 원형탈모가 생겼고, 옆으로 살짝 넘기는 가르마 헤어스타일로 50여 년을 잘(?) 숨겨왔다. 그는 "암을 완전히 털어내는 과정에서 면역력과 건강이 더 좋아져 원형탈모까지 치유됐다"고 했다. 이 도지사는 지난달 중순 매일신문의 '재경 신년교례회'에 참석, 수천여 명의 시도민 앞에서 건강함을 내보이며 '퍼펙트 컴백'을 과시했다. 비슷한 암을 극복했던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철우 도지사의 혈색이 완벽하게 돌아왔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다시 일어난 이 도지사 앞에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기사회생해 '시즌3'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웬만해선 '그들(대구경북)'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광역 행정통합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데다 그간 이 도지사가 수년간 쏟아부은 통합 노력이 큰 자산이 돼,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지역적 이해득실과 유불리에 따라 걸림돌이 됐던 이견이 강화된 대구경북의 '한 뿌리 면역' 앞에서 잦아들면서 통합은 손에 잡히는 미래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 경북도의회 문턱을 넘어 국회에서 행정통합 특별법이 발의돼, 국회의 시간이 진행 중이다. 앞서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TK 행정통합 특별법'을 이달 제출하기로 합의(合意)했고, 통합 특별법도 문구 조정 작업을 갈등 없이 이뤄낸 바 있다. 명실상부 대구경북이야말로 통합 논의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선구자다. 이미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노하우도 쌓였다. 이제는 통합의 대의 앞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이나 지역적 몽니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과거의 걸림돌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극복은 선행돼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사소한 이해와 갈등 조정 없이 일방향적 통합은 또 다른 복병과 암초를 낳기 때문이다. 통합시가 출범하면 인구 약 49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약 178조원 규모로 규모가 커진다. 전국에서 서울·경기 다음으로 큰 광역자치단체가 된다. 정책·재정·산업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비 20조원을 추가로 받아, 재정적 자율성이 대폭 확대된다. 후대를 위한 이만한 선물이 없다. 그간 다양한 견해차로 원형탈모처럼 생겨났던 대구경북 통합의 간극과 구멍이, 이제는 '한 뿌리 면역'으로 더욱 풍성하게 메워지길 기대한다.
2026-02-01 16:37:53
6·3 지방선거 경북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경북 구미로 집결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강덕 포항시장 등 도지사 선거 의사를 밝힌 이들이 구미에서 선거 출정식을 갖고 선거 캠프를 꾸리는 등 구미를 거점으로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 최 전 부총리는 29일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경북도지사 출마선언을 한다. 선거 캠프도 유동성이 풍부한 구미시 원도심의 한 건물을 물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시장도 다음 달 2일 구미코에서 도지사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캠프를 차릴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 측은 "구미시청 인근 대형 건물을 선거 사무실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 역시 구미를 거점으로 선거 채비를 하고 있다. 공식 예비후보 등록일인 3일부터 구미에 선거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광폭 행보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 제한적 선거운동이 가능해진다. 도지사 후보들의 잇따른 출마선언과 선거 사무실 개소 등 구미의 문을 두드리는 배경으로 구미가 갖는 정치·경제적 상징성이 꼽힌다. 구미는 경북 서부의 거점 도시인 데다 보수 성향이 강하면서도 선거 때마다 민심의 흐름이 비교적 민감하게 반영되는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또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종사자와 중산층 유권자가 밀집해 있어 도정 비전과 경제 공약을 제시하기에 상징성이 큰 지역으로 분류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구미는 특정 후보의 '안방'이라기보다는, 정책과 인물 경쟁력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후보자들이 전략적 거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미에서 출발해 '경제·일자리·산업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전략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리적 접근성도 한몫했다. 구미는 대구와 김천, 칠곡, 상주 등 경북 중서부 지역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선거 조직을 운영하고 유세를 펼치기에 효율적이다. 선거 캠프를 구미에 두는 것만으로도 경북 전역을 아우르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러 후보가 동시에 구미를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구미의 정치·경제적 비중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2026-01-28 15:49:33
여권 정치인 보좌진 갑질 의혹…때 아닌 이철우 경북도지사 의리 부각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자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의 '보좌진 갑질' 의혹이 때 아닌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소환하고 있다. 이들과 보좌진 간 사생결단식 폭로전과 달리 이 도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인연을 맺은 보좌진과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끈끈한 의리(?)를 과시하고 있어서다. 이 도지사는 2008년 첫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후 지금까지 승진과 이직 등 자발적 퇴직을 제외하고는 보좌진 교체가 없었다. 직전 국회의원의 직원들을 그대로 승계한 뒤에도 변함없는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임대성 경북도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연세대를 갓 졸업하고 이철우 국회의원실 인턴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 그는 "스물네 살 때 지사님을 만나 인품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도망 못 가고 옴짝달싹 붙잡혀 있다. 자발적 퇴사 외에는 단 한 명도 지사님이 내 보낸 직원이 없다"고 웃었다. 서울 출신이지만 경북 여성과 결혼, 경북을 고향으로 알고 살고 있다. 박수형 경북도교통문화연수원장과 김민석 경북도정책실장은 김천이 지역구인 전직 국회의원의 참모에서 이철우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문패만 바꿔단 경우다. 이들은 "의원 시절 도지사는 국회 사정을 잘 아는 보좌진들에게 직원 인선 등 모든 권한을 맡겼고 일임했다"며 "'너희가 국회의원이다, 국회의원처럼 일하라'고 항상 우리를 존중해 줬다"고 말했다. '의전'과 '격식' 파괴 일화도 유명하다. 김 정책실장은 "회식 때는 매번 의원님 자택에서 마무리한 탓에 사모님 보기에 송구했을 정도였다. 의전도 일절 없어, 늘 의원님 소재 파악에 애를 먹곤 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이런 '이철우식' 스타일은 2018년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비서실 문턱을 낮춰 팀장급(5급) 이하 공무원도 도지사에게 수시로 대면 보고 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개인 휴대전화도 개방했다. 초기 경북도 비서실장을 역임한 한 공무원은 "7급 여성 공무원이 인사 문제로 도지사 집무실에 들어가 한참 지사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당시에는 어안이 벙벙했다"고 기억했다. 지난 경주 APEC을 함께 준비했다는 경북도 한 직원은 "보통 몸이 피곤하고 아프면 사소한 일에도 인상을 찌푸리기 마련인데 도지사는 암 투병이란 어려움 속에서도 직원들에게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이 도지사의 이런 소탈한 면모가 때로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이들은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다'는 인간적 본성을 이유로 들었다.
2026-01-06 16:14:27
[이철우 경북지사 신년 인터뷰] "문화관광·AI 경제·평화…포스트 APEC 핵심 전략"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희망의 경북시대를 열겠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오전 경북도청에서 만난 이 도지사는 "2026년은 초대형 산불이라는 거대한 상처를 미래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는 한편,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자산으로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도지사 3선 출마도 공식화했다. 이 도지사는 "이미 국가에 바친 몸, 기적으로 다시 일어났으니 끝까지 경북과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APEC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경북인의 저력과 품격을 바탕으로 2026년에는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와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이 도지사와의 일문일답. -2025년 도정 주요 성과는 ▶2025년은 경상북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핵심 성장축으로 우뚝 선, 말 그대로 '역사적 대전환의 해'였다. 단연 최고의 성과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였다. 세계의 시선이 경주로 집중됐다. 회의 막판까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던 '경주선언'이 채택되며, 대한민국과 경북도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만들어냈다. 특히 '경주선언'은 APEC 역사상 최초로 '문화창조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경북의 K-컬처와 문화경제가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조명받는 출발점이 됐다. APEC을 단순한 경제 협력의 장을 넘어 문화교류와 조화의 무대로 확장시켰다. 2025년 3월, 경북은 유례없는 초대형 산불이라는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이를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으로 바꾸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경북도는 산불 피해 직후부터 중앙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하며, 피해 주민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산불 재난 최초의 특별법 제정을 관철시켰다. 국가 기간망 구축의 핵심 고리를 잇는 굵직한 인프라 성과도 연이어 만들어냈다. 향후 10년 경북도 성장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대구경북신공항 성공의 핵심 접근 축인 '구미~군위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최종 통과했다. 총사업비 1조5천억원 규모의 이 노선은 신공항과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직결하고 방사형 광역생활권을 완성하는 '기적의 도로'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영호남 중·북부를 처음으로 직접 연결하는 동맥이자 신공항 수요 확장의 결정적 기반이 될 '무주~성주~대구 고속도로'가 네 차례 도전 끝에 예타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포항~영덕 고속도로'도 개통되며 동해안 산업·물류·관광을 잇는 삼각축 활성화 시대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2026년 경북도의 핵심 목표와 도정 방향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지방 주도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과학산업과 문화예술관광, 그리고 투자유치 활성화에 만전을 기하려 한다. 먼저 권역별 첨단산업 인프라에 집중투자해 ▷동해안권에는 에너지 및 2차전지, 서부권에는 AI와 반도체(국민성장펀드 집중 활용) ▷남부권에는 모빌리티(전기차·UAM, 로봇) ▷북부권에는 바이오·백신(글로벌 바이오 허브) 분야의 미래 성장을 견인하겠다. APEC 정상회의 이후 늘어나는 관광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경북이 가진 풍부한 농수산 자원과 전통문화를 활용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포스트 APEC의 발전 방향은 ▶지난 11월 '포스트 APEC 추진 전략 보고회'를 갖고, 문화관광, AI 경제산업, 평화와 번영의 세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포스트 APEC 사업 추진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발전 전략을 수립했다. 역사문화관광 분야에서는 K-컬처의 세계적 위상과 경주 APEC 성공을 발판 삼아, 경북이 보유한 가장 한국적인 문화유산과 관광자원을 결합해 '글로벌 10대 문화관광 거점'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경주포럼'을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문화 다보스포럼'으로 발전시켜 한류 확산의 핵심 교두보로 육성하고, APEC의 역사적 의미를 담은 'APEC 기념관'을 국제 교류의 상징적 거점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보문단지 大리노베이션'을 통해 APEC 조형물 설치와 회원국 상징 정원 조성 등도 추진해 보문관광단지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래형 관광단지로 탈바꿈시키겠다. 경북이 선도하고 있는 '저출생과의 전쟁'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기 위해 '국립 인구정책 연구원' 유치도 추진하겠다. APEC 회원국 간 인구구조 변화에 공동 대응할 'APEC 인구정책 협력위원회' 설치도 계획하고 있다. -산불 피해지역 지원 방안은? ▶산불 피해지역 재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피해 주민에 대한 실질적이고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다. 경북도의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한 추가 지원 방안이 반영됐다. 정부는 현재 관련 시행령 제정과 위원회 구성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피해 주민들이 누락 없이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동시에 불타버린 산을 단순히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계속 살아가며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설계해 나가겠다. 이를 위해 산림경영특구를 중심으로 '바라보던 산을 돈이 되는 산으로' 전환하는 산림정책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단순 복구를 넘어선 전면적인 재창조이다. 산불 피해지역은 이미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곳이 많아, 새로운 경제·산업 대안이 없다면 지방소멸 위험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는 해법은 문화와 관광 산업, 즉 먹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기건설을 위한 남은 과제는 ▶2020년 8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 이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대구경북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SOC 사업인 만큼, 군공항 기본계획 수립부터 통합신공항특별법 제정, 기부 대 양여 심의, 예타 면제, 이전 합의각서 체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은 절차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 왔다.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재원 조달을 포함한 착공 여건을 흔들림 없이 마련하는 것이다. 최근 대구시에서 추진해 왔던 2026년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이 무산되면서, 자칫 신공항 건설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과 시도민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군 공항 이전사업은 장기간이 소요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틀 안에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K-2 부지 210만평을 현물로 확보한 상태에서 이전 비용 약 12조원에 대한 재원 구조도 마련돼 있다. 확보한 공항 부지를 담보로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연 3.5% 이자로 매년 1조원씩을 분담하고, 국가 재정 지원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즉시 착공이 가능하다. 항공물류단지 조성, 공항신도시 개발, 공항과 광역권을 잇는 교통망 구축 등 후속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고 있다. -내년 6·3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3선 출마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미 국가에 바친 몸, 기적으로 다시 일어났으니 끝까지 경북과 나라에 바치겠다. 지난해 1월까지 멀쩡하다가 5월에 급성으로 (암이) 찾아왔다. 다행히 항암이 잘 듣는 기적이 일어나 암세포가 다 날아갔다고 의료진이 확인해 줬다. 처음 암투병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 출신인 인요한 전 국회의원이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가서 치료하자고 권했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있는 경북대병원을 믿고 치료를 맡겼다. 암 치료 중에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잘 치를 만큼 건강 우려가 없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이 많다. 1985년 공직자 길을 걸을 때부터 내 몸을 국가에 바쳤고, 공직자는 일하다가 죽는 게 영광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국가와 도민의 부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새해 당부의 말이 있다면 ▶올해는 경북이 APEC 정상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북 대전환의 본격적인 결실을 맺는 해가 될 것이다. 경북과 경북민은 늘 그래왔듯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열어 왔다. 경북도는 그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고 보답하겠다.
2026-01-01 06:30:00
[기고-현택수] APEC 2025, '천년미소관'의 극적 서사와 건축적 가치
APEC 2025의 공간 서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은 국립경주박물관 만찬장의 운명이었다. 이 건축은 시작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개최 도시 늑장 결정과 우왕좌왕한 위치 선정에 시간만 흘렀다. 급기야는 만찬장을 임시시설물로 허가를 득하여 속전속결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완공 시점에, 만찬 장소는 급히 보문관광단지 내 호텔로 변경되었다. 바야흐로 박물관 만찬장 건축은 '이름 없이 사라질 잉여 공간'으로 밀려날 운명에 처했다. 존재 목적 자체가 흔들리는 바로 그 순간, 하나의 탁월한 제안이 서사를 뒤집었다. "만찬장이 아니라면, 정상회담 장소로 만들자." 극적 전환, '전화위복'의 대목이었다. 이 한마디 말이 역사적 물꼬를 트는 시작점이었다. 본래 21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만찬을 위해 준비되었던 공간이 한·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이라는 핵심 외교의 무대가 되었다. 사라질 뻔한 건축물이 가장 빛나는 '외교의 핵(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정치·외교에서 공간은 무대로 작동하는 일종의 메시지다. 같은 무엇도 어디에서 펼치느냐가 곧 국제적 상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극적 전환은 건축적 가치의 재발견을 넘어 국가 외교 전략의 공간적 승리였다. 이 공간은 강성원 건축가(강희재건축사무소)가 설계한 작품으로, 한국적 목구조를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대공간 건축이다. 그 핵심 가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목재가 만드는 '시간성의 깊이'이다. 경주는 천년 도시이다. 건축가는 이 역사성을 '난해한 개념'이 아니라 '숨 쉬는 재료'로 표현하였다. 나무는 축적된 시간의 향을 지닌 재료이며, 물성의 힘으로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원초적 건축재이다. 둘째, 구조가 곧 공간인 순수함이다. 건축 골격의 얼개를 그대로 드러낸 대공간은 장식보다 구조 자체가 미학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선과 면의 질서, 그 질서가 품은 따뜻한 자연의 빛은 공간 본질을 지배함으로써 품격을 높인다. 셋째, 어젠다와 상징성의 결합이다. APEC이 추구하는 핵심 의제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이다. 목구조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친환경 건축구법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책임감 있는 국가가 선택해야 할 방향성을 상징한다. 공간은 이야기로 완성된다. 이 건축물이 특별한 이유는, 탄생–보류–폐기 위기–극적 부활이라는 드라마틱한 경로를 거쳤기 때문이다. 퇴출할 운명이었기에 더욱 강렬해진 공간 서사이다. 하나의 건축물이 어떻게 '국가 외교 인프라'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되었다. APEC 종료 후 이 건축물은 '천년미소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천년미소관은 단순한 '행사장'이 아니라, '결정이 이루어진 방'으로 남는다. 건축물이 역사적 장소로 승격하는 진면목을 목격한다. 촉박한 기간에 태동한 칠삭둥이 임시 시설물이 세계사에 그 흔적을 남겼다. 건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로 남을 뿐. 사라질 뻔한 공간이, 가장 주목받는 외교 공간이 되어 세계사에 흔적을 남긴 것이다. 공간의 잠재력, 건축의 본질, 그리고 선견의 아이디어가 빚어낸 기적 같은 서사다. 천년미소관은 APEC의 현장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전할 또 다른 '천년의 건축'이 되었다.
2025-12-30 16:14:03
이철우 경북도지사 "지역과 세대가 함께 성장하는 살맛 나는 경북의 미래를 준비하겠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9일 "내년에 5대 첨단산업을 연합도시 형태로 연계해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에서 가진 '2026년 도정 방향 설명회'에서 ▷첨단산업 메가테크 연합도시 모델 ▷문화관광 경쟁력 강화 ▷영남권 공동 발전 등 5대 도정 운영 방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반도체(포항·안동·예천·구미), 미래 모빌리티(경주·김천·영주·영천·경산·칠곡), 바이오(포항·안동·상주·의성·예천), 에너지(포항·경주·영덕·울진), 방위산업(포항·경주·김천·구미·영주·의성)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것. 기존 행정구역 중심의 분산, 분절, 중복 투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 시군의 강점을 유기적으로 연결, 경북권 전체 산업 발전을 유도한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가칭)경북투자청과 경북도산업투자공사를 설립해 체계적 정책 펀드 관리, 투자 프로젝트 발굴 등 지방의 금융투자 권한을 강화하고 첨단산업 인프라 확대와 투자유치를 주도할 방침이다.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로 증명된 경쟁력을 포스트 APEC 사업으로 도내 전역으로 확산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 확보와 백두대간·낙동강·청정 동해 등 권역별 특화 관광전략 추진, 세계적 브랜드의 호텔·리조트 등 유치에도 집중하기로 했다. 또 1시군-1특화 푸드를 브랜드화하고 미식 로드, 미식 축제 등 경북 푸드를 활용해 식품산업과 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공동영농 확산을 위해 청년 영농법인을 결합한 1마을-1특화 모델을 개발해 농촌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생산성 3배, 농업소득 2배 증대로 증명된 농업 대전환의 성과는 산림과 해양수산 분야로 확산한다. 산림경영 특구 5곳을 시범 조성하고 고소득 수종 식재와 공동경영을 지원하는 스마트 팜, 스마트 과원을 육성할 계획이다. 해양수산 분야는 잡는 어업에서 기르고, 만들고, 즐기는 구조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영남권 공동 발전 신 이니셔티브'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경북 신공항과 영일만항을 핵심 축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조성한다. 북극항로 개척의 거점이 될 영일만항은 2배로 확장해 LNG, 수소 등 미래 에너지 특화 항만으로 육성하고 크루즈 관광의 메카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2+2 포트 전략 구상'도 제시했다. 영남권 추가 고속도로(경산∼울산 고속도로), 영남권(TK∼PK) 초광역 전철망 구축을 통해 영남 내륙과 해양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영일만항과 부산항을 북극항로 기반 해양물류와 글로벌 크루즈 관광의 복합 축으로 연계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2025년 도정 성과로는 ▷역대 최고 APEC 정상회의 개최와 경북의 글로벌 위상 입증 ▷산불 피해 극복과 혁신적 재창조 ▷3대 대형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첨단산업 육성 ▷철강산업 위기 극복 노력과 민간투자 유치 ▷공동영농 모델 등 농업 대전환의 전국 확산과 국가 모델화 ▷도와 22개 시군이 참여하는 경북도 지방정부 협력회의 등 지방정부 협력체계 제도화 등을 꼽았다.
2025-12-29 17:38:27
셰익스피어는 리어왕에서 노년의 리어가 세 딸에게 왕국을 나눠주려다 아첨에 속아 파멸하는 내용을 그렸다. 리어는 막내 코델리아를 추방하고, 두 딸의 배신과 폭풍 속 광기 끝에 코델리아의 죽음과 함께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1969년 한 가수는 미국의 알 윌슨이 부른 팝송 'The Snake'를 번안해 노래를 발표한다. 건넛마을에 사는 최 진사의 세 딸 중 셋째 딸이 가장 예뻐 동네 총각들이 끈질기게 구혼한다는 노랫말이 구수하게 다가온다. 이런 불후(?)의 문학과 노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당분간 나오기가 힘들 것 같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세태도 모자라 백년가약을 맺은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는, 아니 낳지 못하게 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자녀 셋은 언감생심, '딸딸딸' 아빠는 남아 선호 사상이 열 번쯤 부활한다 해도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경북도가 최근 '저출생과의 전쟁' 성과와 내년 추진 계획을 밝혔다. 경북도는 공동체 돌봄 모델인 'K보듬 6000'을 중심으로 공공 돌봄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 K보듬 6000은 아파트 1층 등 생활권 내 돌봄 시설을 활용해 영유아·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평일·주말·공휴일 구분 없이 무료 돌봄을 제공하는 경북형 대표 돌봄 정책이다. 이용 어린이는 처음 사업을 시작한 지난해 7~12월 2만2천700명에서 올해 1~10월에는 12만9천168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12개 시군 66곳에서 운영 중이며 앞으로 전 시군으로 넓힌다. 특히 전국 최초로 도입한 '아파트 1층 0세 특화반'은 출산 직후 부모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에 전담 간호사가 상주, 영아 건강·육아 상담과 틈새 돌봄을 제공해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경북도의 합계 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시작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0.966명(1만2천45명)에서 2022년 0.93명(1만1천311명), 2023년 0.86명(1만186)으로 곤두박질치던 출산율이 2024년 0.897명(1만333명)으로 비로소 소폭 늘어났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0.748)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본 사회의 구조와 뼈대의 개혁 없이는 경북도의 노력이 언제 다시 수포가 될지 모를 일이다. ▷전체 가구의 35%가 나 홀로 가구 ▷30대 70%가 미혼 ▷2030세대 30만 명이 취포자(취업 포기자)라고 하는데, '결혼=지옥'이라는 등식이 사회에 고질병처럼 퍼져 있는 이상 출산율을 높이기엔 한계가 있다. TV 채널만 돌리면 'SOLO' 간판을 내건 방송과 혼자의 삶을 예찬하는 프로그램이 넘쳐나며, 인기 세태로 자리 잡아,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풍조가 만연한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결혼이 최대의 투자며 아이가 미래'라는 인식부터 되찾아야 한다. 매년 정초가 되면 그 해 수호신이라 할 수 있는 십이지 동물의 의미나 상징을 알아보고 새해의 운수, 희망, 덕담으로 띠 풀이를 하곤 한다. 60갑자를 음양오행과 결합하면 새해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다. 말은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각질의 말굽과 거친 숨소리를 가지고 있어 강인한 인상을 주는 동물로 통한다. 내년에는 말의 기운을 가진 자녀를 순풍순풍 낳아 최진사 댁처럼 다둥이 이야기가 만개했으면 한다.
2025-12-28 16:14:18
경북도 공직 사회에 부는 거센 女風···여성 비율 '역대 최고'
경상북도 공직 사회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일고 있다. 오랜 시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도청 실·국장이나 부단체장 등 고위직에 여성 공무원들이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모두가 여성 안배 등 기계적 인사가 아니라 업무 역량이나 공직 경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얻어낸 성취이기에 더욱 빛이 난다는 평이다. 23일 경북도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도청 서기관(4급) 이상 승진자 35명 중 여성은 14명(40.0%)에 달한다. 2022년 말 기준 10명이었던 도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수는 이번 인사를 통해 41명으로 4배 늘었다. 이미 도청 곳곳에는 '유리천장'을 깬 여성 공무원들이 주요 보직에 다수 포진해 있다. 2017년 당시 최초로 여성 부단체장(청송부군수)을 지냈던 최영숙 환동해본부장(2급·이사관)과 조현애 산림자원국장(3급·부이사관) 등이 대표주자다. 최 본부장은 2020년 도청 첫 여성 대변인, 지난 6월 말 인사를 통해선 도청에서 자체 배출한 첫 번째 여성 이사관(2급) 등 '최초' 기록을 써왔다. 지난 3월 북동부권 5개 시·군 대형 산불 당시, 밤낮 가리지 않고 현장을 지켜온 조 국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고향(김천)의 부시장으로 영전한다. 김천시가 생긴 이후 최초의 '여성 부단체장'으로 이름을 올린 조 국장과 함께 이번 인사에선 칠곡·영천·영덕 등 총 4개 시·군에서 여성 부단체장이 탄생했다. 이들 역시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해부터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외에도 2023년 도청 첫 여성 인사과장을 지낸 김미경 항공산업과장은 에너지산업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또 지난 1년 6개월 간 각자 임지에서 첫 여성 부단체장을 지냈던 윤희란 경산부시장, 이정아 의성부군수는 이번 인사로 가각 교육, 파견 등 자리를 옮긴다. 도는 성별, 연공서열 보다 업무 추진력이나 정책적 완성도, 조직 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인사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재 발굴·양성을 위한 역량 교육 등도 한층 더 강화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여성 공무원 배려가 아닌 도정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인재라면 성별과 관계없이 과감히 발탁해 경북의 발전을 이끄는 일꾼으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2025-12-23 16:47:19
대구시와 경북도 출신 공무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경북도의 경우 내년 3선 도전이 유력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후광과 최근 성공리에 치러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분위기를 등에 업고, 출마자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학홍 경북도 부지사(1급)는 문경시장 하마평에 지속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 달을 끝으로 30년 공직에 마침표를 찍고, 선출직으로 인생 2막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공직에 입문한 뒤 경북도와 중앙부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행정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온화하고 합리적 성격으로 선후배들에게 덕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공직 옷을 벗는다면 광폭 행보가 점쳐진다. 김병삼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청장은 영천시장 도전이 유력하다. 지난 10월 퇴임 후 현재 지인들에게 안부 문자와 전화, 영천의 각종 단체 행사에 참석해 이름 알리기 등 접촉면을 넓혀 나가고 있다. 경북도 공무원의 꽃으로 불리는 자치행정 국장(3급)→포항부시장(2급)을 거쳐 경제자유구청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지방고시 1회 출신이다. 고시 동기인 김장호 구미시장, 김대권 수성구청장, 홍석준 전 국회의원 등 선출직 선배(?)들의 직간접적인 '훈수'가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구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은 고향인 봉화군수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원장은 이 도지사의 비서실장, 경북도 자치국장, 김천 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을 역임했을 정도로 이 도지사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 도지사는 고향인 김천에서 국회의원을 내리 3선을 지냈다.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을 거친 안병윤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예천군수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도 영양군수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대구시는 홍성주 경제부시장과 김형일 달서구 부구청장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시장과 김 부구청장은 모두 대구 달서구청장 선거에 뜻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공직 사태시기는 당초 이달 말쯤으로 점쳐졌지만 내년 1월이나 공직 사퇴 시한이 임박한 2월에 사직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등 다소 유동적인 상황이다. 대구시 자치행정국장을 지낸 김진상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기획경영본부장도 이달 말께 사직하고 대구 북구청장 출마를 공식화 할 예정이다. 지난달 권오상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대구 서구청장 출마 준비를 위해 사직했으며 환경수원자원국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지역 정치권은 "선거의 규정과 평소 고향 인심을 얼마나 얻고 있느냐 여부가 선거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와 선거는 민생 현장이어서 지역을 탄탄히 다져 놓은 지방의원과 기존 단체장 등 프로 정치인과의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2025-12-04 15:45:36
1990년대 중반 고교 시절을 기숙사에서 보냈다. 규율이 엄격한 김천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오전 6시 기상나팔(?)이 울리면 '점호→구보'로 이어지는 생활을 꼬박 3년을 했다. 학력 경쟁이 치열해 턱밑까지 차오르던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도 기숙사 사감 선생님의 눈을 피해 김천 시내 눈요기를 하는 맛은 꿀맛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미 시내 홍역으로 성적 폭락을 겪어 본 한 선배는 불경처럼 되뇌었다. "김천 시내 병 걸리면 한강 위로 대학 못 간다." 이어 "구미 시내 병에 걸리면 아예 대학을 못 간다"라는 후렴구가 뒤따랐다. 그 시절 구미는 그야말로 신(新)문물과 인파가 뒤섞여 24시간이 모자랐던 별천지였기 때문이다. 구미역전 1번 도로와 2번 도로로 불리는 시내 상권은 몰려드는 인파로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었고, 신문에는 구미국가산단의 LG와 삼성, 대우 등 대기업 삼각 편대에 힘입어 '대한민국 수출 효자, 작은 거인 구미'라는 머리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해가 지나 구미는 현재 산업적 명성이 크게 약화됐다. 구미 시내 상권은 활기를 잃어 갔고 대기업도 점점 이탈했다. 이대로 끝인가. 몇 해 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다양한 구미시의 노력으로 옛 명성을 점차 회복해 나가고 있다. 낡은 산업도시란 회색 이미지를 벗고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낭만문화도시, 스포츠도시로 탈바꿈해 가고 있는 데다 반도체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 등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산업구조로 재편, 국가산단의 심장이 다시금 쿵쾅거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5 구미라면축제에는 35만 명이 다녀갔으며, 힙합 청년 페스티벌에도 청년들이 구름 관중을 이루는 등 올해 구미 축제에 참여한 관람 인원만 100만 명을 훌쩍 넘겼다. 스포츠도시로의 위상도 높여 가고 있다. 서울, 인천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세 번째, 기초단체에서는 유일하게 아시아육상대회를 유치해 올해 역량 있게 치러 냈다. 특히 지난해 하프코스에 이어 내년(3월 1일) 풀코스로 열리는 박정희구미마라톤대회는 벌써부터 참가자 인원 제한이 검토될 만큼 희망자가 쇄도하고 있다. 구미시가 프로축구단 유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산업에 치중됐던 산업 역시 반도체특화단지, 방산혁신클러스터, 기회발전특구, 문화선도산단, 탄소중립산단 유치에 연달아 성공, 반도체·방산·로봇·AI를 중심으로 산업 체질을 바꿔 나가고 있다. 아직 배부르긴 이르다. 구미시의 비상이 김장호 구미시정이 들어서면서 가져온 변화와 혁신의 산물이라면 이제는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시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낭만문화도시가 성공하려면 체류형 관광 인프라 구축이 관건인데, 이는 라면 한 그릇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 모두가 나서 봉사와 서비스 정신으로 국내외 손님을 붙들어 매야 한다. 도심재생 등 도시 경관과 공간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라면축제가 열리는 구미역 앞 도로는 지구 대부분이 재개발 지역이라 폐허를 방불케 하며, 도심의 모습도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음식의 맛과 질도 좋아야 하지만 담는 그릇도 예뻐야 손님이 찾아온다. 수험생 수능시험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모두가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지만 '구미 시내 병 걸려 수능 망쳤다'는 얘기도 듣고 싶다.
2025-11-30 16:43:03
[시각과 전망-임상준] 경상북도의 저력, 대한민국의 비상
1922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이집트 왕가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한다. 무려 3천300년 동안 잠들었던 이 무덤은 고대 이집트의 찬란한 예술과 함께 미스터리를 한 보따리 품은 채 깨어났다. 특히 발굴자들의 연쇄 사망이 파라오의 저주로 이어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왕의 잠을 방해하는 자는 죽음이 날개를 퍼덕이며 덮칠 것이다." 무덤 입구에 적혀 있는 상형 문구는 지금까지도 저주의 진위와 상관없이 섬뜩한 화제로 남아 있다. 진시황의 무덤을 둘러싼 미스터리도 얽힌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1974년 중국 산시성에서 농부들이 땅을 파다가 도자기 조각을 발견, 진시황릉이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청난 규모지만 발굴되지 않은 본체에는 무엇이 있는지 추측만 무성할 뿐 밝혀진 게 없다. 사마천의 사기 등에 따르면 진시황릉 내부는 다양한 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또 수은으로 만든 바다, 황금 궁전이 존재한다. 얼마 전 1천600년 전 신라 장군도 시종과 함께 깨어났다. 국가유산청은 경주 황남동 120호 무덤 하부에서 4∼5세기쯤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수는 물론 시종으로 보이는 이의 인골과 가장 오래된 신라 금동관 조각 등 희귀한 유물들이 무덤에서 다량 나왔다. 무덤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공개됐다. 신라 장군과 시종은 금관총 등 신라 유물, 문화재와 함께 APEC 기간 내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 한류의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PEC에 참석한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은 '지속 가능한 내일 건설: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글로벌 현안으로 열띤 논의를 이어 가는 도중에도 우리의 전통 유물과 문화재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아름답게 단풍이 든 불국사와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신라금관 등 수준 높은 한류 문화를 즐기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또 전파를 타고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APEC을 계기로 한층 성숙한 대한민국과 경북도가 기대되는 이유다. APEC 효과를 계속해서 확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세계적 행사가 경북과 한국의 문화적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한 번의 기회였다면, 포스트 APEC의 감동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시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경북도는 APEC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게 기념공원, 기념관 건립 등 하드웨어적 유산을 남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제적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를 지속해서 세계에 알릴 소프트웨어적 포스트 APEC 사업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세계인들에게 '다보스=경제'라는 인식이 있듯, '경주=평화·문화'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 줄 수 있도록 APEC 이후를 촘촘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1천600년 만에 무덤에서 깨어난 젊은 신라 장군은 그 옛날 화랑정신과 호국정신으로 똘똘 뭉쳐 전장을 누볐을 것이다. 위기마다 경북과 대한민국을 지탱한 호국, 선비, 화랑정신을 다시 한번 알리려, 후손들의 세계적 행사에 문화·한류적 역량을 보태려 영면에서 깨어난 것이 아닐까.
2025-11-02 18:01:55
[경주APEC]이철우 경북도지사 "성공적인 APEC 시도민이 주인공"
3년 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경주에 유치하겠다'고 나섰을 때, 모두가 의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인구 26만명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인 경북 경주가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을, 20년 전 정상회의 개최 경험이 있었던 부산을, 또 제주를 이길 것이라곤 아무도 믿지 않았다. '가장 한국다운 도시'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는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하는 상황 속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협력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유치 당시, '신라의 삼국통일 이후 1천500년 만에 경주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라는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의 말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 도지사에게 경주 APEC 정상회의의 성과와 앞으로 포스트 APEC 기념 사업을 위한 과제를 들어봤다. -APEC 경주 개최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한다면?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미·중,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며 세계의 이목을 경주로 집중시켰다. '경주선언' 채택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역사적 순간이라는 의의가 있다. 단순한 회의 결과를 넘어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협력의 약속으로 여겨지는 경주선언은 APEC의 핵심가치인 '연결·혁신·번영'을 토대로 AI 협력, 인구변화 대응, 포용적 성장 등 시대적 과제를 담아냈다. 정상회의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21개 회원국 대부분이 참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를 통해 경주를 세계에 알리고, 경북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의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높이 평가했고, 16년 만에 경주를 다시 찾은 시 주석은 경주를 훨씬 발전한 곳, 품격 있게 가꿔진 곳이라 칭찬했다. -한·미, 한·일, 한·중, 미·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많았다. 대한민국과 경북도의 외교적 성과를 평가한다면?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일·한중 정상회담까지 모두 경주에서 개최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 있는 외교적 성과다. 한·미 정상회담은 관세협상 타결과 함께 양국 간 신뢰와 협력을 더욱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 한미 동맹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관세 협상 타결뿐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 도입 승인까지 도출된 것은 외교, 안보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경북도도 세계 CEO들과 한자리에 모여 경북과 세계 산업계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 정상과의 만남에서는 '새마을정신'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주석의 얼굴을 입힌 달항아리와 한복도 선물하며 우정과 협력의 의미를 더했다. -경제 APEC, 역대 최대 규모의 세일즈 경북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해왔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APEC 자체가 경제협력 회의체이기 때문에 '공동 번영'이 가장 큰 목적이 있다. 경주 APEC에서도 그 취지를 살려 경상북도와 대한민국의 경제적 잠재력을 알리는 경제전시장을 운영했고, 주요 대기업들도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은 3단 접이식 스마트폰을 처음 공개했고, LG·현대·SK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앞다퉈 혁신 제품을 전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그만큼 세계 각국의 기업인들과 바이어들의 기대감이 매우 컸다. 경북 기업들도 53개 업체가 참여해 자사 기술과 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외국 바이어들과 글로벌 대기업 관계자들이 현장을 돌아보며 "경북에 투자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사례도 있었고, 수출할 수 있는 문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이번 APEC은 경제 회의체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했다. 동시에 경주와 경상북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제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파급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APEC 성공개최에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낸 시도민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행사 준비, 진행 과정에서도 시민 협조는 큰 힘이었다. 교통 통제와 행사장 주변 관리에 적극 참여했고, 일부 음식점의 영업에 불편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참고 협조해 주셨다. 시민들의 이러한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이번 행사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중앙부처, 국회, 지방 공직자의 헌신적 노력과 대통령경호처를 비롯해 경찰·해경·소방·군의 교통과 안전 관리 등 모든 관계 기관의 협력이 함께 어우러졌다. 한두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전 시민과 관계 공무원이 함께 뛴 자발적 협조 덕분에 이번 APEC을 대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미소와 친절로 보여주신 시도민들의 환대는 경주를 찾은 손님들에게 '다시 오고 싶은 도시'로 기억되게 했다. 전국에서 모인 자원봉사단과 외국인 유학생 봉사단, 경주시민과 도민 여러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2025-11-02 17:05:58
이철우 경북도지사 "천년고도 경주, 글로벌 문화·관광도시 각인"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2일 "APEC을 통해 경주는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확실히 각인됐다. 앞으로 세계 10대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도지사는 이날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부터는 경북의 시간이다. 경주는 APEC 개최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구분될 것"이라며 "천년 고도 경주는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도시'로 비상하고, 경제와 회의를 넘어 문화 APEC의 상징적 무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인구 25만명에 불과한 지방 소도시가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고 대통령 탄핵 등 국내 정치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는 APEC이 지향하는 포용적 가치와 균형발전 등에 크게 부합했을 뿐 아니라 미·중 양강의 글로벌 관세 경쟁 속에서 다시 협력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협력, 인구변화 대응, 포용적 성장 등 미래세대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경주선언'을 채택하는 성과도 냈다. APEC 역사상 최초로 '문화창조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명문화하기도 했다. 난항을 겪던 미국과의 관세협상, 핵잠수함 도입 등 외에도 지방정부 차원의 성과도 컸다. 이 도지사는 "구글과 함께 지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역량 강화를 위한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APEC 기간 동안 지역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들 간의 투자, 기술 협력 가능성, 해외시장 진출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일즈 경북' 성과도 컸다. 삼성, LG, 현대, SK 등 대기업이 참여한 경제전시장에 경북 중소기업 53곳이 함께해 글로벌 바이어와 투자협약을 맺었다. 그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AI 반도체 추가 공급을 약속했고, SMR 기술과 결합하면 경북은 첨단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 APEC'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보문단지 미디어파사드, 한복 패션쇼, 황리단길 체험 등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이 이어졌고, 정상 만찬에 오른 '경주 천년한우'는 각국 인사들의 호평을 얻었다. 이 도지사는 "APEC 이후의 경북도, 경주는 단순한 지방 도시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며 "국회와 중앙정부와 협력해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도 도 자체 예산에도 반영하며, 민간 투자 유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번 APEC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으로 연결하고, 후손에게 이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25-11-02 17:05:50
[APEC을 준비한다①]이철우 도지사, "경주 APEC 통해 후손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미래를 넘겨줄 것"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 "APEC을 통해 경북이 더는 주변부가 아닌, 세계와 직접 연결되는 중심 무대임을 증명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0일 오전 경북도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경제·통상 문제의 돌파구를 찾고, 나아가 통일의 계기까지 만든다면 경북과 경주가 세계 질서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새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아태지역 21개국 정상이 '지속 가능한 내일 건설: 연결, 혁신, 번영'을 주제로 글로벌 현안을 논의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5년 경주 APEC이 갖는 의미는. ▶APEC 정상회의는 삼국통일 이후 1천300여 년 만에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다. 아시아·태평양 21개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들이 우리 지역에 함께 모여 미래를 고민한다는 것은 경북도민들에게 정말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북 사람들은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적극 나서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항상 있었다. 경북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종가이자 중심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땅이기 때문이다. 화랑·선비·호국·새마을이라는 경북의 4대 정신은 바로 이 땅에 최초의 통일국가를 세우고, 나라를 지키고, 잘살게 한 정신이다.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은 APEC 정상회의를 잘 치러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APEC에 대한 어떤 기대와 바람을 갖고 있나. ▶만약 2025년 APEC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의 정상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다면 이번 행사는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니라, 외교, 안보, 문화까지 넘나드는 엄청난 국제 행사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일본 정상을 모두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단숨에 동아시아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성과를 낼 수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초청한다면 한반도 문제에도 접근할 수 있고, 2018년 실패했던 '하노이 빅딜'을 '경주 빅딜'로 성공시킬 수도 있다고 본다. 이번 APEC에 각국 정상들이 모두 참석하고 적극적으로 만난다면, 한반도를 비롯한 21세기 신냉전 시대를 끝내는 평화와 번영의 상징적 회의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한류의 세계화다. 그동안의 한류는 K-POP과 영화·드라마 등 미디어산업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비로소 한국 문화가 형성된 뿌리와 원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주는 바로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김정은 APEC 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은. ▶APEC 유치에 나설 때부터 이 무대를 한반도 문제를 푸는 빅딜의 현장으로 만들고 싶다는 구상을 일찍부터 해 왔다. 그래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도 이야기했고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제안했다. 트럼프를 한국에 오게 만들고 그가 김정은을 초청하게만 된다면 역사적인 성과를 경주에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경주에서 양자 회담이나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다면 이 무대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도 있다. 물론 대한민국의 역할이 제한적이고 쉽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적은 가능성도 뒤따를 큰 성과를 감안할 때 철저히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경북도는 이번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만들 계획이다. 어떤 이벤트가 있나. ▶APEC이 경제 행사인 만큼 경북을 세일즈 한다는 측면에서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이 글로벌 CEO들과 만나 세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번 APEC을 통해 글로벌 기업 CEO들의 방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업이 세계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등 다양한 미래 산업에 대한 대토론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한 국내 대표기업 대기업이 참여하는 K-테크 첨단기술 쇼케이스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열고, 특히 2차전지·철강·에너지, 반도체·방산, 금속·자동차·조선, 화장품·바이오, 웹툰·드라마·캐릭터 등 경북도가 자랑하는 기업들의 부스를 마련해 글로벌 기업과 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할 방침이다. 경북도는 이미 9월부터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전 붐업을 위해 한-APEC 비즈니스 파트너십, APEC 연계 투자환경설명회, 경상북도 투자대회, 2025 경북 국제포럼 등 다양한 경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전국 최고의 투자 인프라와 오랜 투자유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APEC 기간 중 몇몇 국가의 경제그룹과 경북의 기업들이 만날 수 있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경주 APEC 기간 중 한류를 알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등 유적들이 탁월하다. 최근에는 대릉원과 붙어있는 황리단길에 청년들이 북적이면서 현대적 문화도 꽃피고 있다. 이번 APEC에 경주를 방문하는 각국의 정상과 대표단, 기자단 등 손님들이 한류 문화를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주는 이미 경북도, 정부와 협력해 품격 있는 문화 행사를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한류 문화의 뿌리를 선보이기 위해서 APEC뮤직페스타 K-POP 콘서트, 보문 멀티미디어 아트쇼, 월정교 한복 패션쇼 등 첨단 기술과 문화자원을 결합한 3대 빅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첨단 미디어 기술과 역사 문화와의 만남이 될 대릉원 미디어아트, 세계문화유산 최다 보유 도시 경주에서 열려 더 특별한 세계문화유산축전, 신라의 넓고 풍부한 문화 스펙트럼을 만나볼 수 있는 신라문화제 등 경주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려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인프라 준비가 끝나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마지막 보완점이 있다면. ▶정상회의장 등 주요 인프라 시설은 모두 완공해 9월 말부터 최종 점검을 하고 있다. 가장 우려했던 정상급 숙소 PRS는 2005년 부산 회의 때보다 많은 35개를 확보하고 월드 클래스 수준의 리모델링도 완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도 경주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는 우려와는 달리 준비가 아주 잘 되고 있다며 상당히 만족하고 격려했을 정도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APEC 성공의 핵심은 미·일·중·러를 포함한 21개국 정상들과 세계적인 기업 CEO들의 참석에 달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각국 주요 정상들과 빅샷 기업인 초청에 모두 한마음 한뜻을 모으고 있다. -끝으로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경북도는 이번 APEC을 역대 가장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 저도 지난 9월부터는 경주에 APEC 현장 집무실을 설치하고 현장에서 직접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힘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전 국민이 함께 힘을 모은다면 경주 APEC도 반드시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이번 APEC이 단순 외교 행사에 그치지 않고, 초일류 국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 경제, 문화, 평화, 번영의 APEC으로 만들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드높여 우리 후손들에게 남부럽지 않은 미래를 넘겨줄 것이다. 경북도의 저력을 믿고,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번 APEC에 아낌없는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2025-10-12 16:05:30
[시각과 전망-임상준] hole(경주 APEC) in one(하나 된 지구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찐'이다. 골프 클럽대회에서 10여 차례(19번) 우승한 것도 모자라 미국(11개), 스코틀랜드(2개), 아일랜드(1개), 아랍에미리트(1개)에 걸쳐 15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장남과 이혼한 며느리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재혼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백악관 웨딩마치를 승낙하는 쿨(?)한 모습까지 보였다. 외교 무대에서도 골프 장광설(長廣舌)을 늘어놓기 일쑤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여성 프로 골퍼의 실력 비결이 뭔가"라는 질문을 불쑥 던졌다. 이 대통령은 골프애(愛) 트럼프 성향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달라"며 골프 외교를 적절히 활용했다.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럼프의 골프 사랑에 성격을 죽여야 했다. 지난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 골프장으로 트럼프의 호출을 받고 도버해협을 건넜지만, 트럼프는 남은 홀을 다 돌고 난 후 샤워까지 하고 약속 시간 한참 뒤에나 나타났다. 북한의 골프 붐에도 일조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와의 회동에 대비해 골프를 배우고, 간부들에게도 권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간부들에게 "골프를 배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군부를 중심으로 골프채를 사고, 골프장 예약에 애를 먹고 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도 21일 골프의 역사와 경기 규칙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조선중앙TV는 "먼 옛날 양몰이꾼들이 끝이 굽은 막대기로 돌을 치면서 놀이를 한 것이 골프의 유래라는 설이 있다"고 골프를 소개했다. 또 시민 골퍼를 등장시켜 "치기 동작과 채(클럽)는 비슷해도 굴러가는 공들의 자릿길은 천만 갈래가 아닙니까"라는 골프 칭찬 인터뷰 등을 잇달아 실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시간이 빨라지면서 혹시 모를 정상들의 골프 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부터 이재명·트럼프·푸틴·시진핑·김정은 등 각국 정상들이 모여 경주 골프장에서 '평화의 티샷을 날렸으면 하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힌 때문이다. 경주 APEC에는 트럼프, 시진핑 등 21개 회원국 정상과 글로벌 CEO, 내외신 기자 등 2만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도지사는 "이번 경제 APEC은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기반을 닦는 결정적인 무대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까지 초청해 '비상한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남·북·미 3국이 비무장지대(DMZ)를 공동 개발해 리조트와 호텔을 건설하고, 이곳을 국제적인 교류 공간이자 평화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덧붙였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경주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로 봐서는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게다가 이 도지사의 비상한 구상과 실천가인 이 대통령의 적극 행보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낳을지 모른다. 분명한 건 이번 경주 APEC이 세계 평화의 홀(hole)로 향하는 '티샷'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굿샷~."
2025-09-2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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