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구, 이 봄을 보내며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100년 전 1919년 3·1만세운동을 떠올리면 대구의 올봄 3, 4월은 남다르고 아쉬움도 진하게 겹쳤다. 3월엔 대구경북 만세운동의 촛불이 된 대구 서문시장 첫 만세시위가 시작됐다. 4월은 대구 마지막 만세운동이 펼쳐졌고, 대구경북의 유림을 중심으로 서명, 해외에 보낸 독립청원서(파리장서)운동이 드러난 달이다.

남다른 기억으로 먼저, 대구 3·8만세시위의 범시민적 재연을 들 수 있다. 또 대구에서 결성된, 역사에 길이 남을 독립운동단체를 다룬 책 '소설 대한광복회'(정만진 지음), 파리장서 서명자 장석영의 투옥 일기인 '국역 흑산일록-대구감옥 127일, 그 고난의 기록'(장석영 지음·정우락 옮김) 발간 등도 있다. 두 책 모두 3·1운동 100주년 기념이다.

'대한광복회'는 대구의 독립운동가 우재룡 중심으로, 1명을 빼고 모두 실존 인물이 등장하며, 광복 뒤 친일파 득세로 독립운동가가 목숨을 지키려 산골로 피신한 서글픈 시대 상황도 실려 있다. '흑산일록' 경우 파리장서운동의 대표 인물인 경북 성주 출신 유림 장석영의 감옥 투쟁 생활 등을 경북대 정우락 교수가 옮기고 분석했다.

대구 동구 미대마을 만세시위 청년 8명 가운데 홀로 서훈을 받지 못한 1명(권재갑)에 대한 포상 신청 작업도 남달랐다. 후손이 없는 탓인지 지금까지 잊힌 그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여기저기 흩어진 자료를 모아 뒤늦게나마 3월 27일 이뤄진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의 힘든 과정만큼은 분명 돋보인 일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더욱 진하다. 팔공산 미대마을 8명 청년의 활동을 기린 기념비 건립(4월 26일)이 무산되어서다. 만세운동길 조성에다 100년 전 마을 청년들의 뜻을 새기려 주민 중심으로 3천만원쯤 모아 추진한 기념비 건립이 이달 15일 대구시 심의 때 몇몇 이해할 수 없는 문제로 좌절됐으니 말이다.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은 대구는 이런 남다른 사연을 간직한 채 이제 3, 4월의 봄을 보내게 됐다. 그리고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도 이어질 남다른 기억을 바라고, 특히 미대동 기념비 건립의 완성을 기대하며 남은 5월의 봄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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