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반시, 사람의 문학

한 나라의 문화가 제대로 꽃피려면 지방이라는 문화적 토양이 건강해야 하며,그 분산과 균형 발전이 바람직하다. 향토적인 특색과 개성, 그것이 빚어내는 독창성은 민족문화 창달의 에너지가 되며, 한 나라의 문화를 찬연하게 꽃피우게 해준다.중앙 비대.지방 약체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지방문화는 문화적 중앙집권화에짓눌려 그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중앙 비대, 지방 약체}라는 비정상적인 발육을 답습하고 있다. 모든 문화행정이 중앙(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지방문화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소외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그것은 작품의 질이나 바탕의 문제가 아니라 소속사회의 지역적 현주소가중시되는 문화적 사대주의와 같은 병폐의 소산이었다.

조직이나 체제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료사회에서 볼 수 있는 중앙관서와 하부관서의 조직체계처럼 중앙은 군림하는 입장에 섰고, 지방은 군림당하는 하부조직인양 인식돼왔다.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나 지면이 제대로주어지지 않았으며, 창작여건이 열악했다.

문학의 경우도 그 사정은 심각했다. 대구는 {시의 도시}라고 일컬어질 만큼시인의 수가 많고, 활동이 두드러지지만 대구문인들은 한결같이 서울무대를올려다보며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심지어 "대구에는 문인이 많아도 문단은없다"는 말이 나올정도였다. 문학운동의 구심체가 되고, 발표의 장이 되어주는 문예지, 시나 소설전문지 등 본격적인 문학저널리즘이 거의 모두 서울에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대구의 문인들은 그런 갈등과 갈증 속에서도 어쩔수 없이 서울에서 발간되는 문예지들을 지향하면서 비집고 들어가 활동해야했고, 소집단운동이나 동인지, 회지 발간을 통해 의욕이나 목마름을 달래야만 했다.

대구문단 지각변동 하지만 근년들어 대구문단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어고무적이다. 소집단운동이나 동인활동으로 문학적 의욕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서서 본격적인 문학저널리즘을 만들고, 한 걸음 나아가는 문학을 이끌어내려는 의지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여건을 딛고 대구문인협회의 {대구문학}이 계간지로 발돋움했으며,황무지로 방치되다시피했던 소설계에 비록 연간지이지만 {대구소설}이 속간되는가 하면, 이들보다 더욱 본격적인 문학저널리즘이 발판을 굳혀가거나 태동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가을 {엄정한 눈, 깨어 있는 의식, 열린 마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출범한 계간 시전문지 {시와 반시}와 민족문학계열의 젊은 문인들이 내년 1월 창간을 목표로 준비 작업이 한창인 계간 문학지 {사람의 문학}은 향토문단에 청신호를 보내주면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지역문학 발전 기대 {시와 반시}의 경우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제대로 된시전문지를 이끌어 내려는 의욕으로 전국 문인들의 엄선된 작품들을 담으려는시도를 거듭, 4집까지 발간하면서 기반과 성격을 다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곧 창간될 진보적 성향의 {사람의 문학}은 {시와 반시}와는 몇가지 대조적인지향점을 보여준다. {사람의 문학}은 향토에 현재 거주하는 사람들의 글만싣고, 문학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글까지 수용함으로써 문학의 생활화, 삶의문학을 지향하려 한다. 또한 파벌조성을 하는 기존 문예지와는 달리 진보적인 문학을 겨냥하면서도 어느 진영에도 빗장을 걸지 않으려는 개방의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시와 반시}와 {사람의 문학}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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