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야기 논리마당(19)

"같은 개념과 다른 개념" 어느 동네에 성격이 불 같고 엄하기로 유명한 '호랑이 영감'이 살았습니다. 얼마나 호랑이었던지그 영감이 지나가면 동네 꼬마들이 다 도망갈 정도였습니다.

동네에서 이 정도니 호랑이 영감의 며느리는 오죽했을까요? 호랑이 영감의 며느리는 숨도 제대로쉴 수 없을 만큼 마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영감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행동하지 않으면난리가 나기 때문에 언제나 긴장을 해야 했습니다. 며느리는 예의가 바르고 음식 솜씨도 좋아서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호랑이 영감만 주위에 있으면 몸을 떨고 실수를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어김없이 호랑이 영감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호랑이 영감이 친구를 한명 데리고 왔습니다.

"아가, 내 오랜 친구가 왔다. 어서 나와봐라"

그 소리를 들은 며느리는 얼른 뛰어 나가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호랑이 영감은 선물 꾸러미를 건네주며

"자, 이거 받아라. 내 친구가 사 온 냄비인데 한 번 써보렴"

그러자 며느리는 생각해 볼 틈도 없이 얼른 선물 꾸러미를 풀고 냄비를 꺼내 머리에 썼습니다.이것을 본 호랑이 영감과 손님은 어이가 없어 눈만 휘둥그래 뜨고 있었습니다. 호랑이 영감은 손님이 있어 호통도 치지 못하고

"얘야, 그만 냄비를 내려놓고 차나 내어 오너라"하고 차 심부름을 시켰습니다.'갑자기 차는 왜 가져 오라고 하시지?'

며느리는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영감의 명령을 어길 수 없어서 아들이 가지고노는 장난감 차를 쟁반에 받쳐 갖다 주었습니다.

이것을 본 호랑이 영감은 화가 나서

"아니, 너 지금 정신이 있냐, 없냐? 차를 내어 오랬더니 손주 장난감은 왜 가지고 오느냐? 얼른손님에게 사과 드려라!"

며느리는 너무나 부끄러워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사과를 꺼내 손님에게갖다 주었습니다.

호랑이 영감과 손님은 며느리의 행동을 보고 기가 막혀서 얼른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더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조체 문구:며느리는 얼른 선물 꾸러미를 풀고 냄비를 꺼내 머리에 썼습니다.개념과 낱말은 같아 보이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전혀 다른 낱말이라고 똑같은 뜻을 나타내기도 하고, 똑같은 낱말이라도 전혀 다른 뜻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며느리가 실수를 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같은 모양의 낱말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호랑이영감이 생각한 '쓰다, 차, 사과'와 며느리가 생각한 '쓰다, 차, 사과'의 개념이 전혀 달랐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볼까요?

△호랑이 영감

.쓰다 사용하다

.차 마시는 차

.사과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다

△며느리

.쓰다 머리에 쓰다

.차 타는 차

.사과 사과 나무의 열매

여기서 '쓰다-쓰다', '차-차', '사과-사과'는 같은 낱말이지만 나타내는 의미는 다릅니다. 그리고'백마-흰말', '계란-달걀', '선생-스승'등은 전혀 다른 낱말들이지만 같은 것을 뜻합니다.이처럼 같은 낱말이라도 그 개념이 전혀 다르게 쓰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낱말을 쓸때는 그 낱말이 어떤 개념을 가리키는지 잘 알아서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에 나오는며느리처럼 실수를 하게 된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