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프리카 용들 꿈틀거린다

동아시아 개도국들의 성장이 주춤한 사이 요즘 아프리카의 용(龍)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동서냉전시대 붕괴이후 암흑대륙 아프리카에도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있고 코카콜라와 맥도날드간판이 눈에 익은지도 오래됐다. 이데올로기의 벽이 허물어진 지금, 거대한 대륙에 경제개발붐이세차게 일고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콩고 민주공화국(구 자이르)의 반군지도자 로랑 카빌라가 수도 킨샤사에 입성하기 한달전인 지난3월 미국 아칸사스의 한 광산회사는 콩고남부 천연광산 개발권에 대해 카빌라와 이미 대화를 나누고있었다. 아직 카빌라가 정권을 완전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회사는 10억달러로 콩고의구리, 코발트, 아연광을 개발하겠다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카빌라가 실각한다면 날려버릴 돈이지만 광산회사는 승부를 걸었다. 다행히 카빌라는 권좌에 올랐고 이회사는 앞으로 20년에 걸쳐 약2백억달러상당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광산개발권을 획득했다. 이처럼 아프리카는 '원조국'이라는오명을 서서히 벗고 미국회사와 당당히 거래하는 개발도상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있다. 아프리카대륙은 이제 '원조보다는 무역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아프리카에 투자하는데는 아직 상당한 장벽이 있지만 자본의 흐름을 막지는 못하고있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약45억달러로 90년대초에 비해서는 3배로 늘어난 수치다. 물론 미국이 최대의 투자국으로 지난해 12억달러를 부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투자는 전체 투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 개발도상국 총투자인 3천4백90억달러의 1.5%%밖에 되지않는다. 그것도생산효과가 높은 사회기반시설쪽은 전무하고 자금회전이 빠른 유전이나 광산분야가 대부분이다.그러나 이제 상황은 바뀌고있다. 남아프리카와 나이지리아를 제외한 사하라 이남에는 지난해 평균4.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쪽으로의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가을 미국의회를 통과할 '아프리카 성장촉진법'은 이지역과의 자유무역폭을 확대하고 개별투자도 적극 장려하고있어 아프리카의 용들이 기승을 부릴날도 멀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프리카에 사회주의 냄새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89년 구 소련붕괴이후 보츠와나, 말라위, 스와질랜드, 잠비아에는 주식시장이 들어섰고 탄자니아, 우간다는 조만간 설립할 예정이다.우간다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는 아프리카 제1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고있다. 우간다는 최근 몇년간 연간6%%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수도 캄팔라에는 외국자본이 물밀듯 밀려오고있다. 이웃 케냐에서 자금공급을 맡고있는 미국회사 중역까지 초청, 투자자문을 받고있다고한다. 만약에 우간다가 계획한 것의 50%%만 이룩한다면 제2의 홍콩이 되는 데는 문제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가끔씩 발목잡히는 일이 발생하기도한다. 정치불안으로 아프리카에서의 계약은 파기되기십상이다. 종족실력자들이나 그 지역 실질지배자들에 의해 계약이 성사되기 때문에 위험도가 무척 높다. 카빌라도 권좌에 오른이후 전 정권이 성사시켜놓은 계약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치고 새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와중에도 외국기업들은 이미 아프리카 대륙의 무한한 잠재력을 알고있는듯 자금줄을 풀어놓고 기다리고있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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