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대봉1동 청운맨션 근처에서 보스톤매너 양복점을 운영하는 안은경씨(37·여)는 버스요금을 모른다. 결혼뒤 10여년째 버스를 타본 적이 없다. 애기를 가진뒤 난폭운전하는 버스에 탔다가 다칠까 걱정돼 버스를 타지 않게 됐다. 달서구 송현1동 집에서 매장까지 곧바로 가는 버스도 없다. 가끔 택시를 타도 과속운전에 공포를 느껴 운전기사 옆자리에는 절대 앉지 않는다. 출퇴근용으로 쓰이는 승용차에 드는 휘발유값, 보험료, 수리비, 주차비가 엄청나도 '불편해서' 버릴 수가 없다.
버스 노선이 없고, 택시 잡기 힘들고, 밤길 걷기 무섭고…. 이런 저런 이유로 오늘도 차량이 1백50대 늘었다.
대구시의 차량 등록대수는 10월말로 61만5천대. 5년전인 92년말의 2배. 승용차는 45만8천대로 같은기간 2.2배가 됐다. 자동차 증가의 주범(主犯).
대구시의 교통정책은 6만대 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유일한 시책이 도로를 넓히는 것. 올해5천1백억원, 내년에는 6천3백억원을 도로에 쏟아 붓는다. 사업예산의 60%% 이상.그러나 이제 달라져야 한다.
다행히 오늘 지하철 1호선이 일부 개통됐다. 내년 6월이면 전구간 개통된다. 이른바 종합 대중교통 시대. 5년뒤인 2002년이면 3·4차 순환선이 마무리돼 더 넓힐 도로도 없다. 지하철 2호선도 같은해 완공된다.
가야할 길은 '대중교통 천국'과 '사람 중심의 도로'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대중교통특구, 자전거전용도로, 도심 공공기관 주차장 유료화 또는 폐쇄 등 다양하다.영남대 윤대식교수(지역개발학과)는 "도로를 만들어 교통소통을 원활히 하겠다는 발상을 버릴 때"라며 "차량을 보유하되 덜 타도록 승용차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인구당 차량보유 대수가 우리의 4배이나 신기하게 교통흐름이 원활하다. 사람들이 주차요금 등 운행비용이 엄청나 주말에만 승용차를 쓸 뿐 평일에는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애용하기 때문. 수요관리를 잘 한사례이다.
프랑스 파리도 도심의 공공주차장을 폐쇄해 효과를 봤다. 싱가포르는 택시까지 도심에 들어갈 수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뒀다.
대구의 1차순환선 또는 2차순환선 안쪽에 버스만 띄엄띄엄 다니고 모든 도로에 자전거전용도로가있다면. 거리문화가 꽃피는 건강한 대구가 될지 모른다. 동성로가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날 수도있다.
대구시도 대중교통 특구, 혼잡통행료, 좌회전 금지 및 일방통행 대폭 확대, 자전거전용도로 확충등 갖가지 묘안을 궁리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 "차량 소통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교통혁명을 하기에는 때가 이르다"고 말한다. 법도 마련돼야 하고 시민 저항도 클 것이라는 얘기.그러나 몇몇 방안은 지금 당장 시도해도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굴러가는 승용차에 외화가 새고산화질소 등으로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삶도 각박해진다. 이제 교통혁명에 나설 때이다.〈崔在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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