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유난히도 기상이변과 이에따른 크고 작은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난데없는 폭우로 인한 홍수와 전례를 찾기어려운 혹독한 가뭄이 지역을 가리지않고 인류를 괴롭혔다.설상가상으로 동남아 지역에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대규모 산불까지 번졌다. 동시다발적으로 계속된 산불은 짙은 연무(煙霧)를 동반, 총체적 환경재난을 일으켜 지역 전체를 강타했다.이처럼 지구 전체의 환경재앙을 가져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그 정체가 완전히규명되지 않은 엘니뇨.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아기예수'라는 뜻. 남미 페루 인근 태평양상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통상 10월초 시작돼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절정에 달해 '아기 예수'라는 이름을얻었다.
보통의 경우에는 영향을 무시해도 좋을 정도지만 수온상승이 장기화되거나 이상해역이 크게 확대되면 지구촌 전체에 큰 골칫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적도 부근 태평양의 수온 상승은 계절풍 등 해양대기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통상적인 기후패턴에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잦은홍수나 태풍, 혹은 한발 등 곳곳에 기상이변을 가져오게된다.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은 곳은 아무래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푸아뉴기니를 비롯, 인도네시아와태국, 필리핀, 인도, 호주 등와 함께 페루,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등이 계속된 가뭄으로급수와 농사에 타격을 입었다.
가장 혹심한 피해를 입은 파푸아뉴기니는 반세기래 최악인 가뭄과 냉해가 엄습, 약 70만명이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에 직면해있다. 급수원마저 위협받으면서 학교가 문을 닫고 전기공급도 중단되고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50년만에 최악인 장기가뭄으로 올해 농사를 망쳐 최소 30만t의 옥수수 수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부 수마트라, 칼리만탄, 보르네오, 자바지방의 피해가 컸다.필리핀도 엘니뇨로 인한 가뭄이 계속되는 바람에 내년 7월까지도 수도 마닐라일원에 제한급수가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6천5백여만 달러를 배정, 우물과 저수지 확충 등 긴급 대책에 나서고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도 농사를 망침에 따라 금년과 내년분 식량공급분을 확보하기위해 곡물수입을 이미 시작했다.
아프리카도 남부지역에 금세기 들어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보츠와나, 짐바브웨, 레소토, 탄자니아 등에서 2천7백여만명이 극심한 식량난에 처해있다. 중·동부유럽도 지난 여름 근 1백년만에보는 큰 홍수피해를 입었다.
한편 동남아지역에서는 엘니뇨로 인한 가뭄속에 인도네시아에서 경작지 개간을 위해 고의로 일으킨 산림화재가 대규모로 번지면서 짙은 연무가 발생, 큰 피해를 입었다.
9월 하순 시작된 연무사태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태국, 필리핀으로 퍼져나가면서 수개월간 지속적으로 극심한 대기오염을 유발, 주민들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을 야기한 것은 물론 관광객의 격감 등 경제적으로도 광범한 파장을미쳤다. 시계불량 속에서 공항폐쇄조치가 잇따르고 항공기, 선박의 추락이나 충돌사고도 일어났다.
연무는 11월 중순들어 비를 가져오는 북동계절풍이 불어오면서 기세가 꺾이기시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11월 27일 연무에서 벗어났다고 공식선언하기도 했으나 대기중에 확산된 연무는 이미 서쪽으로 스리랑카, 인도 남부, 몰디브까지 퍼져나가 있는 상태이다.
댓글 많은 뉴스
[기고] 박정희대통령 동상건립 논란 유감…우상화냐 정상화냐
이재명의 추석은?…두 아들과 고향 찾아 "경치와 꽃내음 여전해"
홍준표 "김건희, 지금 나올 때 아냐…국민 더 힘들게 할 수도"
정청래, 다친 손 공개하며 "무정부 상태…내 몸 내가 지켜야"
조국, 대선 출마 질문에 "아직 일러…이재명 비해 능력 모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