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386, 1998

약 10년전쯤의 일로 기억한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그 때, '이 땅의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글이 발표된 적이 있다. 20대가 주축이었을 '진보세력'에 대한 두려움을 과장·왜곡해 '우익의 총궐기'를 선동한 그 글은 그 저의대로 독재권력에 이용되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진보세력'의 주축이던 그 20대가 30대가 되어 우리사회의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우익의 총궐기'를 노골적으로 선동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아니 없지는 않겠지만 그 때문에 사회전체가 야단을 떨지는 않는다. 진보의 '내용 변화'와 '힘의 약화',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성숙이 그 원인일 것이다.

이른바 386세대라고도 불리는 지금의 30대는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변혁의 시대''대량소비 시대''고실업시대'라는 격변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질서의 일원이 되는 것을 두려워 한 세대'가 거의 동시에 '기존의 사회질서에 편입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대'가 된 것이 바로 30대다. 두, 세명만 모여도 세상을 뒤집었던 20대의 호기는 어느덧 희미해지고이제는 대량해고의 위협앞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80년대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고, 30대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담당해야 할 몫도 20대와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생각과 생활의 변화는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변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사회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연대의식, 사회의 제반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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