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 1년 지금 우리는...(8) 뒤진 세계경제 인식

IMF가 던져준 가장 혹독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세계가 더이상 넓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구촌'이라는 표현을 익숙하게 사용해왔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성장일로를 걸어왔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경제규모 면에서 세계 10위권까지 진입했음에도 기업, 정부, 국제화, 과학기술수준 등 전 분야를 망라한 국가경쟁력은 아직도 바닥권이다.

IMF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세계 주요 46개국 가운데 지난 95년 26위에서 96년 27위, 97년 30위에 이어 올초에는 34위로 4년 연속 하락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국가위기사태를 좁게는 한국제품의, 넓게는 한국인의 국제경쟁력이 뒤떨어진 때문으로 보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의 경제단위로 인식되는 오늘날 국가경쟁력은 단순히 과학기술수준을 의미하는 것이아니라 사회여건, 국민 의식수준까지 아우른다. 그러나 IMF체제 1년이 지나도록 우리의 의식수준은 답보상태에 머물러있다.

외자유치에 관한 인식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외국기업이 투자하고 외국인 소유가 되면 우리의 경제기반이 통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아직도 높은 현실이다.

과거 자존심 강하고 배타적으로 유명했던 영국은 현재 자동차산업의 99%가 외국인이 주인이고지하철,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까지 외국인 소유가 많을 정도로 외자유치에 적극 나섬으로써 산업경쟁력 부분에서 세계 정상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외국에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의 비율이 14대1에 이를 정도로 외자유치에 인색했고 금융개혁도 선진국보다 훨씬 늦어진 결과 주요은행과 증권사 등이 잇따라 도산하는 난국을 맞고 있다.

향후 국가경쟁력의 관건이 되는 정보사회, 지식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 역시 낮은 수준이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매장도 인쇄소도 없이 3백만 종류의 책을 파는 세계 최대의 서적판매상이다.미국에는 은행지점도, 행원도 없이 인터넷으로 개설된 은행이 24개나 된다. 이들이 한건의 거래를다루는 데 드는 비용은 기존 은행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에게 인터넷은 아직 '남의 일'이거나 '장식용'에 불과하다. 국민들도 그저 '젊은 세대 전용'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최근 펜티엄Ⅱ로 업무용 컴퓨터를 교체한 한 공무원은 "이제야 일할 맛이 난다"면서도 윈도95 바탕화면에서 '하나워드'를 찾느라 헤매는 어처구니없는모습을 보였다.

물론 하루아침에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준비마저 외면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3류국가의 대열로 밀려나고 말 것이다.

컴퓨터학원에서 만난 김모씨(44)는 "3공단에서 가내공업을 하는데 몇달 전부터 컴퓨터와 영어를배우고 있다"며 "당장 부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내일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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