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되살아난 사찰악몽

인권을 가장 중시한다는 '국민의 정부'가 경찰을 시켜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지난 정권때 이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돼 일체의 사찰행위를 중단한다고 한지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의 집권세력들은 과거 공안당국으로부터 동태감시 등에 시달려왔음은 공지의 사실인데, 이제 권력을 잡고나니 사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경찰은 지난 10월부터 개인에 대해서는 '인물자료',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에 대해서는 '단체자료'라는 카드를 만들어 대외비로 관리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인적사항이나 기업의 주소.사업내용 등만 기록한 것이 아니다. 인물자료카드의 경우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등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자의 성격 및 사고방식. 정책선호도. 배경인물. 교제인물 등까지 자세히 알아내 기록한 것이다.

단체의 경우 배후 및 지원단체까지 파악해두고 있다. 경찰은 "노사분규나 집단시위, 민원이 많은사회단체의 성격과 주도인물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기록카드의 내용상경찰의 통상적인 정보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것임은 말 할 것도 없다.

특히 정책선호도나 정치적성향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권이 교체되고 난후 동서화합 .지역갈등 해소등을 주창하고 있는 집권세력이 이처럼 국민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

그러잖아도 불법도청(감청)이 국민들의 사생활침해로 논란을 불러 일으킨지 얼마안돼 이런 일이불거진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세계인권선언 50주년에 맞춰 인권법을 새로 제정하려는 정부가 엉뚱하게도 명백한 사생활침해를하고 있으니 말이나 되는지 개탄스럽다. 과거 권위주의 억압체제하에서 일상생활중의 대화도 옆사람이 들을까 조심조심했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경찰은 이같은 자료관리지시를 안기부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고, 안기부는 그런 지시를 한 일이없다고 하니, 이점도 명백히 밝혀야 한다. 어느 기관이 이런 발상을 하게 됐는지 책임자를 찾아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만약에 불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단호한 처벌이 뒤따라야만 시민들이나 기업.단체들이 두려움과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권을 보호해야할 국가기관이 인권을 짓밟는 일을 저질러서는 결코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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