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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이창규(군위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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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이다'(창세기 1장 27절)라는 말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의 인간 창조에 관한 서사시 속에서도 보이므로 이 표현 자체는 그리 참신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느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 사실은 무엇인가? 더구나 하느님이 사람의 모습을 취했다는 그것은 모습, 이미지(image)를 통한 인간적 불구(不具)의 실현이다.

한편,불가의 선(禪)사상은 직지인심(直指人心), 불립문자(不立文字)로 온전히 손상없이 '그러한 그것(如如)'을 전달하려 한다. 화두(話頭)는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한다. 화두란 마치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단 한 번도 정복된 적이 없는 신성한 원시의 섬에 다다른 후,다만 잊혀지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배와 같다.

이처럼 화두는 제 스스로를 처절하게 탈화(脫化)한다. 이미지는 화두처럼 존재의 본질에 도달하는 하나의 도구요, 수단이다. 그러나 이미지가 '그러한 그것'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은 하나의 모사(模寫)이며, 실재 그 자체는 아니다.

그처럼 하나의 이미지는 존재의 본질에 이르는 도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의 이미지는 화두의 성격·속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잊혀져야 하고 버림받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이미지가 자체의 생명력을 갖추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몹시 불안하게 출렁거리는 낯선 힘이 된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모르는 어떤 신상(神像)이 생명을 얻어 장차 문명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 그 우상적인 힘 앞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미 우려되는 이미지의 폭력시대에 살고 있다.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탐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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