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교육부는 '행정부진아'

'대구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무너졌다'지난주 '전국에서 대구에 학습부진아가 가장 많다'는 국정감사 자료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제일성(聲)이었다. 각종 경제지표는 물론 인구,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3대 도시의 위치를 잃은 대구 사람들에게 교육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데 대구 중·고생 가운데 읽기 쓰기를 못하는 학생이 6천명이나 되고 셈하기에서도 부진아가 9천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 특히 서울, 전남, 광주 고교생 가운데는 부진아가 한명도 없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일종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니 정작 셈을 못하는 건 교육부와 국회의원들이었다.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은 전국 시·도별 학습부진아 현황이 아니라 부진아로 선정, 특별지도하는 숫자였다. 그러니까 '학력이 모자라는 학생에 대한 교육을 가장 많이 시키는 곳'이 대구라는 뜻이다.

사실 학습부진아란 표현은 현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국민 수준별 필요학력을 결정하고 이를 평가할 도구를 만들어 제시해야 할 교육부는 '능력 밖'이라며 손을 대지 않고 있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부진아 구제보다 우수 인재 발굴이 훨씬 생색 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대구는 다른 시·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부진아 지도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이 분야에서 대구에 최고점수를 준 바 있다. 그러고도 국정감사 자료로 엉터리 통계를 들이민 것을 보면 교육부는 행정부진아로 볼 수밖에 없다.

얼핏 보기에도 불합리한 자료를 언론에 덜컥 발표한 국회의원들도 국민정서를 외면한 일종의 정치부진아로 의심된다. 이를 받아쓴 언론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이같은 발표를 보고도 단 한 건의 해명자료도 내놓지 않은 채 버틴 대구시 교육청 역시 '홍보 부진아'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참으로 우려되는 것은 무너진 대구 사람들의 자존심이 아니라 이번 '부진아 해프닝'의 주역들이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교육정책을 이끌어가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사회2부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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