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호환자인 김옥희(여·48·대구 비산4동)씨는 당뇨병에다 정맥류, 간경화까지 겹친 중환자지만 두달째 약 구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의 진료는 받았지만 처방전을 들고 찾아간 약국마다 약 조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 김씨는 "대학병원 주변 약국을 모두 찾아 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처방약이 없다고 하니 어디에서 약을 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탄식했다.
의약분업 4개월이 지났지만 약국의 의료보호환자 기피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의료보호환자들은 "정부가 영세민 보호를 위해 만든 의료보호제도가 의약분업 이후에는 오히려 영세민을 죽이고 있다"고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약국이 의료보호환자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김씨의 경우처럼 약을 갖추었으면서도 약이 없다며 조제를 거부하는 경우.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송모(58·대구 수창동)씨는 "전화로 약국에 약이 있는지를 확인할 때는 '있다'고 하고선 처방전을 내밀면 약사들은 '그런 약이 없다'며 말을 바꿔버린다"고 말했다. 처방 일수를 줄이거나 특정 약을 빼 놓고 조제한 약을 타가는 것도 의료보호환자에게는 이제 익숙한 일이다. 지역 모 병원 관계자는 "2주일 처방을 받고 1주일분 약만 구입하거나 특정 처방약은 빼 놓고 조제해 병원을 다시 찾는 의료보호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이처럼 약국의 의료보호환자 기피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약제비 지급이 늦기 때문. 시중 약국 약사들은 "의료보험환자의 경우 약국에서 약제비를 청구하면 1개월 이내 지급이 되지만, 의료보호환자 약제비는 신청한지 2, 3개월이 지났지만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김모(36) 약사는 "의료보호환자 1명의 1개월 약을 조제하면 약제비가 10만~30만원이나 되는데 하루 10명만 받아도 수백만원의 외상 약값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이 약사는 "언제 약값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고 이 때문에 약국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인데 윤리적 인간적인 도리만 말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일부 약국에서는 "의료보호환자를 받아준다는 소문이 나면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 것이 뻔해 약을 지어주고 싶어도 못 지어준다"고 했다. 약국가에서는 "찾아오는 의료보호환자에게 돈을 줘서 돌려 보내는 약국도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대구시 약사회 석광철 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의료보호환자의 약제비를 의료보험환자와 동일하게 심사평가원에서 심사해 보험공단에서 약값을 지급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10월말 현재 대구에는 의료보호 대상자로 1종 2만2천142명, 2종 3만9천617명, 유공자 1만1천149명 등 7만2천908명이 선정돼 있다.
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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