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스크바 인질극 체첸반군

23일 밤 모스크바의 한 극장에서 수백명의 관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 중인 체첸 반군은 과거에도 대형 인질극을 수차례자행한 바 있고 특히 인질들을 '인간방패'로 사용한 전력도 있어 이번 사건에서도 적잖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체첸 반군이 그동안 저지른 인질극 중 최악의 사건은 지난 1995년 6월 체첸 공화국 변경지역인 부드요노브스크의 한 병원에서1천여명을 인질로 잡고 대치하다 민간인과 경찰, 군인 등 100여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러시아 군은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주도한 인질극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 건물에 두 차례 진입했으나 반군들의 저항으로 엄청난 수의 사상자를 낸 채 인질범 체포에는 실패했다.인질범들은 군과 석방 협상을 한 뒤 산악지대로 도주했으며 러시아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는 주모자 바사예프는 아직도 체첸 지역 최대 군벌 중 한명으로 암약하고 있다.

지난 1996년 1월에는 살만 라두예프가 이끄는 반군 조직원들이 러시아 남부 키즐야르의 한 병원을 습격해 수백명의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고 군과 대치했으며, 특히 인질들을 인간방패로 쓰는 대담성을 보이기도 했다.당시에도 군이 인질극을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78명이 사망했으며, 범행을 주도한 라두예프는 직후 체포돼 그해 12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체첸 반군은 또 러시아 영토를 넘어 터키에서도 종종 인질극을 벌이는가 하면 여객기 납치 등 테러행위도 자행했다.지난 5월 이스탄불의 한 호텔에서는 반군들이 13명의 고객을 인질로 잡고 있다 1시간여 만에 풀어줬다. 지난해 4월에는 이스탄불스위스호텔에서 체첸 출신 무장괴한들이 120명을 인질로 억류했다가 12시간 만에 석방하고 경찰에 투항했다.

지난해 3월 이스탄불에서 이륙한 러시아 여객기가 체첸 반군에 의해 공중 납치돼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사우디 군의 진압 과정에서 납치범 1명과 인질 2명이 사망했다.그동안 벌인 인질극에서 체첸 반군은 한결같이 '러시아 군의 체첸 철수'를 요구했다.

체첸에서의 인질극은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은데 대문호 톨스토이가 '카프카스 인질'이라는 작품을 통해 1850년대 체첸 지역에서 납치된 러시아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렸을 정도다. 이번 사건 직후 인질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체첸 분리주의 반군의 인터넷 웹사이트 이름도 '카프카스'로 밝혀졌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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