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이버윤락…당국 속수무책

사이버 윤락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종전의 '오프라인 시대'엔 직업여성들만 윤락을 했으나 '온라인 시대'가 오면서 상당수 일반 여성들까지 쉽게 윤락에 빠져들고 있는 것. 채팅을 통한 1대 1 거래가 간단하게 이뤄질 수 있기때문이다.

◇현장 모습 = ㅅ사이트 경우 게임.채팅방에 들어서는 순간 낯선 이들로부터 야릇한 쪽지글이 수 없이 전달된다. 남자들이 은어.암호로 윤락 방을개설해 놓으면 여성쪽에서 쪽지글을 보내 원하는 금액 등을 협의한 후 시간.장소를 정하는 식. 쪽지글 내용은 '알바를 구하시나요?' '얼마?''15? 10?' 등. 숫자는 화대를 흥정하는 것이다.

회사원 강현진(26.여.대구 장기동)씨는 "얼마 전 ㅅ사이트에 게임 하러 들어갔다가 '오빠가 용돈 줄게' '친구 구해요' '안 놀래?' 등낯뜨거운 쪽지글이 무수히 날아와 바로 접속을 끊었다"고 했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카페.커뮤니티 등에서도 짝맞추기식 윤락이 이뤄지고 있다. ㅍ사이트엔 윤락 관련 '커뮤니티'가 20여개 운영되고 있고, ㄷ사이트 경우 24일 취재팀이 '유흥업소' '호스트' 등 검색어를 넣으니 100개 이상의 카페가 올라왔다. 그 중 '남녀 선수들의 모임'이란 카페에 들어가 '가입인사'를 클릭하자 ID가 '민OO'라는 네티즌이 "대구에서 일하는 OO라구 함니당. 요즘 대구는 손님은 있는뎅 선수가 읍네염. 일딴 연락한번 주셈. 후회 절대 안함니당. 011-9XXX-XXXX~~~ 전화 주세염"이라고 접근해 왔다.

'대구.경북 지방의 유흥문화 관련 좋은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ㄴ사이트는 개설 4개월만에 룸살롱.단란주점 관련 글이 수백건 올랐고 각 글의 조회 건수도 500∼600건에 이르고 있었다. "어디 가면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흥정은 어떻게 하라"는 것들이고, '자유게시판'에는 파트너를 찾는다는 글들이 올라 있다.

◇일반인 확산이 문제 = 사이버 윤락이 특히 위험한 것은 윤락을 직업여성에서 일반여성들에게까지로 쉽게 확산시키기 때문이다.경찰에 따르면 20대 여대생.회사원은 물론이고 심지어 가정 있는 30대 주부까지 사이버 윤락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생활비.용돈을 벌기 위해

고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있으나 단순한 호기심때문에 접근했다가 윤락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 25일 대구경찰청이 1개 채팅방을 추적해 붙잡은 사이버 윤락범의 분포에서도 이런 현상은 증명됐다. 성을 판 여자 37명 중에선 여대생이 무려 12명이나 됐고 여고생이 2명, 여고 3년생에 해당하는 중퇴자가 4명, 주부가 4명에 이르렀다. 버젓이 직장을 가진 20대도 적잖았다. 남자 75명은대학생에서 유명 회사 간부에 이르기까지 나이에 관계 없이 고루 분포해 의식 문란을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

◇경찰도 손 못써 = 이런 사이버 윤락은 그 특성때문에 외부 힘에 의한 저지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 담당 경찰관은 '1대 1 거래 방식의 자발적 윤락'이 특징이어서 지하 확산이 급속히 진행된다고 말했으며, 유명 포털사이트 업체들도 이들의 퇴치를위해 노력해도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ㄷ사이트 회원 이모(23.대구 신천동)씨는 "인터넷에서 암호.은어를 통해 윤락 관련 대화가 이뤄져지기 때문에 적발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성매매는 '알바'라는 말로, '관계를 갖자'는 ? 부호로 통용된다는 것. 이에 사이트 업체측이 '알바'라는 말이 들어간 채팅방을 단속하자 'ㅇ ㅏ ㄹ ㅂ ㅏ'라고 바꿔 채팅방을 개설하고, 러시아 윤락녀 암시는 '러 쉬 아 아 가 쉬'로 하는 등 숨바꼭질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대구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 관계자는 "현재의 법으로는 윤락의 구체적 증거를 포착하지 못하면 채팅사이트나 유명 포털사이트의 카페.커뮤니티를단속할 수 없다"며 "사이버 윤락 단속을 위한 별도의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인터넷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이트의 특성인'익명성'을 극복할 길이 마련돼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상당수 시민들의 도덕정 해이나 윤리의식 실종이어서 제도에 의한 완전 해결은 불가능, 앞으로도 사이버 윤락은 더 확산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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