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경희의 색깔로 보는 세상-(2)음식 눈으로 먹는다

대구 시내의 한 패스트 푸드점에서는 커피를 브라운색의 용기에 담아준다. 비록 종이컵이지만 커피색에 가까운 브라운색을 적용함으로써 같은 커피의 맛인데도 만족감이 더 커진다. 요즘 커피 CF로 한층 아름답게 다가오는 탤런트 이미연이 하나도 부럽지 않을 만큼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비밀은 바로 용기 색깔 때문.먹는다는 것 역시 보면서 먹고 그 맛을 느낀다는 면에서 미각과 함께 시각의 영향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이처럼 음식에서는 시각의 지배를 받는 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음식과 색에 관련된 재미있는 미각실험이 있다. 눈을 가리고 코를 막게한 뒤 음식의 종류를 알아맞추는 실험인데 실제로는 생감자를 주면서 사과의 종류를 알아맞춰보라는 '가짜실험'이다.

피실험자는 "인도사과 같은데?"등의 대답을 한다. 보지않고 먹으면 생감자를 사과로 느낄수도 있다는 결과다. 이것은 미각이 혀의 표면과 구강점막 일부로 지각하지만 시각이나 후각에 비해 미각은 훨씬 둔감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실험이다.

즉 음식이 다채로워질수록 음식맛은 미각 혼자만의 작용이 아니라 오감과 같은 다른 감각과의 융합작용을 일으키게 된다생리학자들에 따르면 맛을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은 놀랍게도 미각이 아닌 시각이다. 가령 사람이 100%의 자극을 받아들일때 오감의 각 영향력을 보면 시각 87%, 청각 7%, 촉각 3%, 후각 2%, 미각 1% 순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쯤되면 음식은 눈으로 먹고 맛은 색깔이 좌우한다는 말이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따라서 음식과 관련된 환경, 가령 그릇이나 음식자체 양념색의 조화, 테이블크로스와 같은 음식 데코레이션의 필요성이 강조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갓 결혼한 신혼집에 초대 받아 새색시의 음식맛을 경험할 때 애정어린 사람들은 결코 맛으로만 먹지 않는다. 새색시의 서투른 솜씨에서 묻어나는 정성과 신접살림이 주는 예쁘고 깔끔한 집안환경이 음식맛 이상의 맛을 선보게 하는 것이다.

오늘 저녁 식탁에는 하얀 접시위에 신선한 초록의 깻잎 한장을 얹고 그 위에 붉은 김치를 올리면 비록 어제 먹었던 김치라도 가족들은 색다른 김치를 만난듯 맛있고 행복한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경희 〈이경 트랜드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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