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거의 같은 전시회를 열고 있는 두명의 박헌걸(朴憲傑)씨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현대미술가 박헌걸(45·경상여고 물리교사)씨가 지난 29일 오후 대구 봉산문화거리의 대림당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여류 서예가 박헌걸(41·중원서실 원장)씨를 찾아왔다.
자신과 한문까지 똑같은 이름의 서예가가 개인전을 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합한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두사람의 구분을 위해 남녀로 통칭함)
"저도 지금 스페이스803 화랑에서 3인전을 열고 있는데, 전시회까지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하네요"(男).
"2년전쯤인가 선생님이 개인전을 열고 계실 때, 화랑앞을 지나다가 누가 이름을 잘못 썼나하고 깜짝 놀랐어요"(女).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자신들의 직업을 감출 수 없었는지 곧바로 작품 얘기로 들어갔다.
"솔직히 지금까지 서예에 큰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오늘 한자의 조형성을 보고 굉장히 좋은 느낌이 듭니다"(男).
"현대서예는 얼핏 서예가 아닌 것 처럼 보일수 있지만, 대중들의 가슴에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방법입니다"(女).
"제 그림이 어려운 것 같지만, 인체의 부분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할 곳에 있지않고 다른 곳에 붙어있는 그림입니다"(男).
"정말 그렇네요. 현대미술을 잘 몰랐는데,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쉽네요. 앞으로 현대미술 공부를 꼭 할 겁니다"(女).
두 사람은 상대방의 장점을 치켜세우며, "현대미술과 서예를 접목시키는 전시회를 함께 열었으면 좋겠다"고 의기투합했다.
현대미술가 박헌걸씨는 교직생활 틈틈이 그림을 그리다 4년전 영남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나섰고, 지금까지 '데페이즈망(depaysment·어떤 물체를 본래 있는 곳에서 떼어냄)'기법으로 두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여류 서예가 박헌걸씨는 80년대 후반부터 율산 이홍재 선생을 사사해 조형성을 중시하는 현대서예 작품으로 2일까지 첫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나름의 예술론을 펼치다 결국에는 이름 자랑으로 되돌아왔다.
"헌걸하면 영어로 헝그리(hungry)가 생각나잖아요. 배고픈 사람은 다 오라. 얼마나 좋아요" .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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