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은 프랑스 에비앙 정상회담 첫날인 1일 이라크전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외교노력을 시작했다.
이라크전을 전후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이라크전 후 처음으로 만나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선린관계를 과시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개도국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퇴치를 위한 150억 달러 지원 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됐다며 "부시 대통령은 이 분야(에이즈 퇴치분야)에서 내가 역사적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의 개도국 에이즈 퇴치기금을 3배로 늘려 1억5천만유로(1억7천900만달러)로 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러시아 등과 함께 이라크전 반전동맹을 이끌며 미국과 갈등을 빚어왔던 시라크 대통령은 2일 부시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각국 정상들은 한결같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라크전으로 빚어진 국제사회의 분열을 봉합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의 대변인은 각국 지도자들이 이라크 관련 이야기를 회피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의 분열된 논쟁보다 이라크 재건 문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각국이 분열양상을 보인 이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가 화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8은 1일 개발도상국, 아프리카 국가 등 11개국과 확대 정상회담을 열고 에이즈, 기아퇴치 등 개도국 지원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블레어 총리의 한 대표단 관계자는 G8 정상들이 이번 회담에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및 반테러리즘 선언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프랑스 에비앙에서 사흘 간 열리는 G8 정상회담 참석자들이 "대량 살상무기와 국제테러는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명 초안의 상당 부분이 이미 준비됐으며, 최종적으로 마무리 되면 G8 정상들에 의해 승인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일부터 3일까지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정상회담 개막과 때맞춰 프랑스와 스위스 곳곳에서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反)세계화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와 경찰이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에비앙과 제네바 호수를 건너 마주하고 있는 스위스의 로잔에서는 시위대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고 주유소 파괴, 자동차 훼손 등 폭력 양상을 보이자 경찰이 약 400명을 연행했으며 제네바에서는 약 1천명의 시위대가 경찰관들에게 돌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인 뒤 경찰이 주모자 10여명을 체포했다.
시위 주최측 추산으로 최소 9만명, 스위스 경찰 추산으로 5만명 규모인 시위대는 G8 정상들의 도착시간에 맞춰 1일 아침 일찍부터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지대에서 시위에 나섰으며 요란한 팝음악과 랩음악을 틀어놓고 반세계화, 환경보호, 제3세계 부채탕감, 유전자조작 식품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제해산에 나서자 도로와 교량을 봉쇄한 채 투석전을 펼치고 민간 시설물들을 파괴했다.
로잔과 제네바에서는 '블랙 블록(Black Block)'으로 알려진 극렬 무정부주의 단체 대원들이 복면한 채 호텔 창문을 부수고, 주유소와 슈퍼마켓을 약탈해 발코니에서 내다보는 주민들에게 담배와 사탕을 던져주는 등 의적 흉내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모든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해 가두행진 참가자들에게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강경 진압작전을 폈으며 이 과정에서 고가도로에 현수막을 설치하려던 영국인 남자 1명이 강으로 추락해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것을 비롯해 10여명이 다쳤으며, 일부는 경찰에 체포됐다.
에비앙에서 서쪽으로 불과 40㎞ 떨어진 제네바에서는 병력 보강을 위해 독일 경찰까지 동원된 가운데 시위대 1천 명이 육로를 통해 에비앙으로 가려는 회담 참가자 차단을 위해 3군데의 다리를 봉쇄했으며, 전날 밤에는 시위대 300명이 가두시위를 벌이며 가게 수십개를 파괴했고 관공서 건물에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노(NO) G8', '노(NO) 자본주의', '이라크 점령 중단-팔레스타인 해방' 등의 문구가 적힌 깃발 행렬을 뒤따라가던 카티아라는 이름의 시위 참가자는 "나는 분배와 평등, 세계 평화 등의 도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했다.
외신종합=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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