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이라는 버스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파업이 연례 행사처럼 벌어지고 요금은 빼먹지 않고 매년 오르지만 서비스는 늘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버스 서비스의 실태와 문제점, 해결책 등을 점검해 본다.
◇제멋대로인 운행
지난달 23일 밤 대구 국채보상로 밀리오레 맞은편 버스승강장. 이곳은 모두 11대의 버스가 서는 곳이지만 배차간격이 일정한 버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105번 버스는 배차 간격이 15분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시간을 재어 보니 4분, 2분, 12분 등 불규칙했다.
지난 25일 밤 이 곳에서는 1분 사이 무려 3대의 425번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배차간격은 5분30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새벽 5시40분 대구 읍내동의 한 버스승강장에서 만난 김말자(72) 할머니는 "물건을 떼러 시장에 가려면 매일 새벽 5시30분에 730번 버스 첫차를 타야 하는데 버스가 늦게 도착해 물건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도 730번 버스는 새벽 5시48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늦잠을 자서 첫차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는 버스기사의 말에 김 할머니는 아무 말도 못했다.
지난달 23일 밤 10시15분 범물동 한 승강장에서 403번 버스를 기다리던 김춘희(43)씨는 20여분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김씨는 "어제도 버스가 오지 않아 35분을 기다렸다"며 "배차간격이 13분이라고 승강장에 표시돼 있는데 맞추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추운 겨울엔 정말 고통스럽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버스기사들도 나름대로 할 말이 없지는 않다.
한 버스기사는 "밤 늦게까지 일하고 새벽에 나와야 하는 근무 여건상 배차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며 "1, 2명 밖에 타지 않는 늦은 밤 시간대에는 도중에 운행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비스 낙제
지난달 24일 오전 8시10분 다사로 향하는 527번 좌석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에게 "빨리 올라서라, 빨리 요금 내라"고 재촉하며 차의 속도를 높였다.
기사는 종점까지 가는 내내 곡예 운전을 했다.
정해진 배차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종점에 도착한 기사가 정작 댄 난폭 운전의 이유는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지난달 22일 오후 1시55분쯤 경산행 909번 버스 운전기사는 운전중 담배를 피워대며 한 손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버스기사의 운전 중 흡연은 운송사업법에 따라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되는 금지 사항. 운전 중 휴대전화를 쓰는 모습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역시 불법이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버스시설도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냉방시설이 없어 여름이면 찜통이 되는 대구의 시내버스는 173대로 전체의 10% 가량 된다.
차내 환경도 불결한 버스가 많다.
청소부를 고용해야 하지만 적지 않은 버스사업자들이 버스 청소를 운전기사들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 한 버스기사는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 피로가 쌓여 청소는 신경 쓰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무엇 때문에 불편한가?
강북 3지구에서 527번 좌석버스를 탄다는 서영숙(35.교사)씨는 "버스가 길을 너무 많이 돌아가서 배차 시간도 들쭉날쭉해지고 운행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정덕수 담당공무원은 "대구시는 98년 대대적인 노선개편을 통해 지선.간선제를 도입, '빨리가는 버스'를 만들고자 했지만 노선 개편 이후 민원이 폭증해 13차례의 노선 수정을 거친 끝에 결국 종전대로 환원되고 말았다"며 "시민들이 버스를 자기 집 앞에서 타는 자가용처럼 생각하는 한 '늦게 오고 빨리 끊어지는' 버스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버스기사들은 대구시내 모든 버스 노선을 버스회사들이 나눠 운행하는 '공동배차제'가 버스 파행 운영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동배차제로 기사 한 명이 외워야 할 노선이 31개 가량 돼 결국 노선을 숙지하기 힘들고 정류장 무단 통과나 지연 운행 등이 나타난다는 것.
23일 시내 한 버스종점 식당에서 만난 기사들은 "혼잡한 도로를 빠져나가는데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몇 대의 차량이 겹쳐져 운행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차시간을 놓고 기사들끼리 승강이를 벌이거나 승객을 많이 태우려고 난폭 운전을 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만성적인 적자→서비스 불량→재정보조 등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시내버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끈 뒤 정책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인 '버스도착 안내시스템'을 도입해 승객들이 버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차량운행 관리를 쉽게 해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으며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환승요금 할인제'도 적극 고려해 볼만 하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배차제를 개선해 권역별 공동배차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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