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라톤 자칫하면 '속골병'

"건강에 좋다는 마라톤, 자칫하면 골병든다".

마라톤 동호인 이모(42.대구시 동구 지묘동)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허리와 고관절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1년에 서너차례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할 정도의 체력을 가졌지만 달리기 중후반부터 나타나는 통증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발목과 무릎도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스포츠클리닉 검사에서 이씨는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잘 흡수할 수 없는 발구조를 가졌으며 골반도 비뚤어져 통증이 생긴다는 진단을 받았다.

닥터굿스포츠클리닉(원장 안재홍)이 지난 3, 4월 대구시내 모 직장마라톤 동호회원 24명을 대상으로 부상실태, 근력, 근지구력, 생체역학적구조 등을 조사한 결과 75%인 18명이 마라톤을 시작한 뒤 발목, 무릎, 허리, 골반 등 평균 2, 3부위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스포츠손상에 대한 본격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건강을 위해 하는 마라톤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와 주의가 필요하다.

손상부위는 발바닥, 발목, 무릎, 허리, 고관절 등 다양했으며 무릎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대부분 마라톤 동호인들이 부상에 시달리는 것은 충분한 근력을 갖추지 않고 마라톤을 시작한데다,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하는 발의 아치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컴퓨터 운동장비(등속성 운동장비:Biodex)로 다리 근력을 측정한 결과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대퇴사두근력을 갖춘 동호인은 5명에 불과했다.

오른쪽, 왼쪽 다리 근력 차이가 스포츠 활동에 필요한 정상범위(10%)안에 드는 사람은 6명뿐이었다.

달리기를 했을 때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11% 이상 차이를 보인 경우는 모두 1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재활훈련이 필요한 21% 이상 차이가 난 경우도 10명이나 됐다.

또 전체의 75%인 18명이 발의 아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아치 문제를 가진 사람 가운데 16명이 마라톤 손상을 갖고 있었다.

발의 아치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달릴 때 발생하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거나 양다리의 길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달리기를 과도하게 하면 발바닥, 발목, 정강이, 무릎, 허리, 고관절에 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마라톤은 심폐지구력을 향상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아주 좋은 운동이지만, 대퇴사두근력 향상을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함께 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

닥터굿스포츠클리닉 안재홍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무조건 많이 달려야 좋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통증이 나타나면 달리는 거리를 줄이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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