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대구 구민문화예술회관

대구시내 각 구청마다 구민들의 문화생활 향상을 위한 망치질 소리가 한창이다.

1995년 6월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구청이 경쟁적으로 짓기에 들어간 구 문화예술회관 건설현장이다.

현재 구 문예회관이 있는 곳은 1998년 3월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서구문예회관(이현동)과 1999년 10월 개관한 북구문예회관(관음동) 등 두곳. 그리고 남구는 1998년 3월 개관한 대덕문화전당(대명9동)으로 대신하고 있다.

나머지 구.군 중에서는 달성군을 제외한 중구청, 달서구청, 동구청은 착공했으며 수성구청은 올 12월 착공할 예정이다.

이렇게 구 문예회관 건립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구민문화생활 창달이라는 명분아래 대부분 구청장들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울만큼 매력있는 사업인데다 각 구청간 경쟁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숨어있다.

▨구 문예회관은 있어야 한다=이미 개관한 서구와 북구 문예회관이 나름대로 주민 밀착형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각종 공연 개최로 좋은 평판을 얻고 있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건설될 문예회관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두 곳 모두 저렴한 가격대로 사용할 수 있는 예식장과 주민 건강을 위한 헬스.에어로빅장, 혹은 스쿼시장 등을 갖추고 있다.

또 각종 문화프로그램도 수강료가 6만~9만원(3개월)선으로 큰 부담없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근 이현공원과 어울려 있는 서구 문예회관은 서예.단전호흡.에어로빅.한지생활공예 등 일반적인 취미 프로그램외에 주민들을 위해 5~10월 사이 매월 1회 야외공연장 소규모 테마 공연과 함께 굴렁쇠.팽이.제기.투호.윷 등 전통 민속놀이 무료체험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북구문예회관도 140여개의 다양한 취미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대구문예회관이나 시민회관, 꾀꼬리극장 등 주요 공연장의 일정을 잡지 못한 음악회 개최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순기능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변명동 북구문예회관 운영담당은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많은 취미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며 "수강생이 1, 2명밖에 없는 과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호응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구 문예회관 있어야 하나?=그러나 역기능도 만만찮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립에 따른 엄청난 경비부담이다.

1998년 서구문예회관의 경우 95억원이었지만 북구 문예회관이 157억원, 중구 봉산문화회관(2004년 3월 개관예정) 178억원, 달서구(2004년 7월 개관예정) 166억원, 수성구(2005년 10월 개관예정) 256억원에 이르며 체육시설과 함께 건설되는 동구문화체육회관(2004년 2월 개관예정)은 293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들 문예회관은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지만 구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00억원대를 넘어서고 있어 가뜩이나 열악한 구 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형편이다.

규모도 점점 늘고 시설도 화려해져 동구 문화체육회관의 경우 7천500여평의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최대규모로 건설되며 1천200여석의 공연장과 수영장까지 딸린 호화시설이다.

아직 실시설계도 끝나지 않은 수성구 문예회관도 동구와 비슷한 규모로 건립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 구청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커서 건설비 부담이 있지만 구청장이 밀어붙일 경우 반대할 방법이 없다"며 "구 문예회관은 재임기간 중 제일 큰 치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선거때 활용할 기회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특색없는 천편일률적인 운영계획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구와 북구문예회관의 경우 취미교실과 예식장.공연장 대관업무를 제외하면 마땅한 운영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

연간 4천만~5천만원의 기획예산으로는 괜찮은 공연 유치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며 신춘음악회, 제야음악회 등의 이름으로 연간 5, 6회의 공연을 기획하는 데 그치고 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구민 친화적인 문예회관을 표방해 예식이나 취미교실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구 문예회관마다 딸려있는 공연장과 전시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특히 각 공연장의 경우 부족한 대구의 공연장 현실을 감안하면 큰 의미로 다가설 수 있다.

특히 동구의 경우 1천200석 규모여서 대구문화예술계로서는 대구문예회관 대극장보다도 더 큰 공연장이 하나 더 만들어지게 되는 셈이지만 구청단위 행사로서는 활용할 방법이 거의 전무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재임기간중에 '큰 건물 하나 지었다'는 구청장의 개인치적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7개구청 관계자들이 협력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동출자방식으로 좋은 공연을 초치해 순회공연을 갖거나, 테마별 순회전시회 마련 등으로 대구문예회관이나 봉산문화거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집 근처에서 열리는 좋은 공연과 전시회를 통해 충분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돼야한다는 소리가 높다.

정지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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