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되면 남의 일 될터" 땜질 수사팀 미제 키워

대구시내에서 발생한 각종 강력사건들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증가하는 가운데 경찰 수사력을 검증하고 수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어린이 황산테러' '경찰관 총기 피탈' '총포사 주인 피살 및 은행 강도' 사건 등이 발생 몇년을 넘기면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요 미제 사건들=2001년 12월 7일과 11일에 걸쳐서는 봉덕동 ㄱ총포사 주인이 살해되고 엽총 2정이 도난된 뒤 이 총을 사용한 복면 강도가 기업은행 공단지점에 침입해 현금 1억2천600만원을 뺏아갔다.

2000년 3월1일엔 신암3동 골목에서 여자 폭행범을 검거하러 출동했던 경찰관이 범인에게 권총을 뺏기고 부상했다.

1999년 5월20일에는 효목동에서 얼굴에 황산 세례를 받고 당시 다섯살 어린이가 숨졌다.

이들 사건이 모두 풀리지 않았고, 그 외에 '개구리 소년 타살' '월배농협 60억 횡령' 등 사건 역시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잃어버린 수사 지속성=그같은 대형 사건들이 미제로 묻히는 데는 전담 수사팀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발생 초기 투입됐던 수사 인력이 머잖아 인사이동 등으로 대거 교체돼 새로 투입될 때마다 수사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것.

경찰에 따르면 개구리 소년 피살 사건, 총포사 주인 피살 및 은행강도 등 사건 수사본부장은 벌써 4번이나 교체됐고, 심지어 어린이 황산 테러, 경찰관 총기 피탈 등 사건의 경우 3, 4년이 흐르는 동안 초기 수사팀이 거의 해체됐다.

해당 경찰서 한 수사담당자는 "일년 단위로 인사 이동이 이뤄지다 보니 수사력 집중이 어렵다"고 했다.

총포사 주인 피살 및 은행강도 사건 경우 발생 직후엔 대구 남부·달서 경찰서가 통합 수사본부를 발족시켜 수사관 92명을 투입했으나 작년 2월 25명으로 축소시킨 후 지난 4월에는 경찰서별로 수사를 분산시키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본부장도 대구경찰청 차장에서 경찰서장으로 직급이 낮춰졌다.

이런 가운데 발생 초기에는 전담 체제가 가동되나 장기화되면 수사관들이 다른 일반 업무까지 겸해야 하게 돼 수사 집중력은 더 떨어진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어떻게 개선할까?=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미제 사건이 장기화되면 전문성을 지닌 별도의 전담반을 투입해 기존 수사반 업무를 인계받게 해 수사를 계속시키는 나라가 적잖다"며 "우리도 지방청 단위의 장기 미제사건 전담반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는 '땜질식 수사 전담반' 구성이 되풀이 돼 수사관들에게 피로감이 높고 사건 부서 근무 기피 등 수사의지 저하의 문제까지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계자들은 "적어도 일년 이상 사건이 장기화되면 적극적 수사가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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