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방일 결산

노무현 대통령은 현충일 일본천황 예방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과 '유사법제'처리라는 악재를 무릅쓰고 일본을 방문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일본에 도착하기 1시간전에 일본국회가 유사법제안을 처리하자 국내언론은 국빈을 초청한 일본의 외교적 결례와 오만한 행동이라는 지적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일본언론도 이에 대한 노 대통령과 정부당국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에 집중됐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와 압력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이라는 북핵문제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하는데 성공했고 미래지향적인 신동북아질서 구축을 제의했으며 일본경제인들과 경제적인 연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전경련 등 우리측 경제인들과 경단련 등 일본측 경제인들은 우리의 '동북아경제 건설구상'과 일본경제계의 '동아시아 자유경제권 구상'은 서로 맞닿아있다면서 공동협력을 다짐하는 결의를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동북아구상은)한국은 절실하고 일본은 덜 절실할 수 있으나 일본과 중국이 지향해 나가지 않으면 알될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동체' 구상을 거부하면 국민이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일본이 동북아구상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있는데 대한 아쉬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얻은 것이 없다는 혹평도 뒤따르고 있다.

한.일 양국간의 최대 현안과제인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대해 양국정상은 빠른 시일내에 체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하는데 그쳤고 김포-하네다간 셔틀항공편 운항과 한국인의 비자면제에 대해서도 조기에 추진한다는 합의만 추가했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이 우선 과제라고 설정한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에 대한 일본측의 동조를 얻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느라고 다른 과제에는 눈돌릴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우리 정부는 유사법제처리와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애써 언급을 회피하거나 눈을 감아버렸다는 비판을 받으며 '대일저자세외교'자세를 노출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않겠다고 결정하는 과정에 두려웠던 것은 일본의 반응이 아니라 국내여론"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한국의 대통령이 첫 일본방문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역설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일본측이 이같은 노 대통령의 동북아구상을 '선의'로 받아들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구축에 나설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구상을 한국의 패권주의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더 많았다.

북핵문제도 마찬가지다.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한.중.일 3국이 굳건한 공조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을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수 있게끔 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구체적인 해법을 찾는데는 실패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귀국후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를 짊어지고 있다.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설득을 요구하고 나섰듯이 노 대통령 자신도 똑같은 짐을 지게 된 셈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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