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 아이로 돌아가고 싶어 늘어나는 '키덜트족'

대학원생인 문지영(27·여·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며칠전 '딸기' 캐릭터의 지갑을 샀다.

캐릭터 '딸기'의 마니아인 문씨는 '딸기'가 그려진 문구나 인형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한다고 했다.

문씨가 가장 즐겨입는 옷도 '마시마로'나 '도라에몽' 등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문씨는 "나이가 들면 이런 캐릭터 상품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여전하다"고 말했다.

키덜트 족이 늘고 있다.

키덜트(Kidult)는 키드(Kid:아이)와 어덜트(Adult:어른)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어른'을 뜻하는 신조어다.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어린 시절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진지한 것보다 가볍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분홍색, 노란색 등 원색 계열에 프릴이 달린 스커트 등 '아이같은 옷'을 즐겨 입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주는 만화 캐릭터 티셔츠를 입는 남성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키덜트족'을 대상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도 많이 생겨났다.

'바닐라B', '조앤루이스', '올리브 데 올리브' 등은 '귀엽고 예쁜' 디자인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바닐라B' 매장의 매니저 김경자(31·여)씨는 "10대 취향의 원색과 발랄한 디자인의 옷이 많지만 실제 구매층은 20, 30대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도라에몽', '미키마우스', '세일러문'등 만화 캐릭터도 인기다.

동성로에서 만화 캐릭터 전문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원우(56·여)씨는 "중학생들부터 50대 아줌마들까지 나이에 관계없이 캐릭터 의상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아동복 같은' 옷 대신 실제 아동복 매장을 찾는 여성들도 적잖다고 한다.

롯데백화점 아동복 전문 매장 '폴로 보이스'의 김지영(25·여)씨는 "매장을 찾는 손님 중 절반 정도가 20, 30대 여성이고 심지어 몸집이 작은 40대 여성들도 아동복을 찾는다"고 했다.

아동복의 경우 디자인이 독특하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

옷 뿐만이 아니다.

핸들커버, 방석, 시트 등 차 내부를 온통 '키티'나 '마시마로', '딸기' 등 인기 캐릭터 상품으로 꾸며놓은 운전자들도 적잖다.

옷이나 인형 등을 넘어 캐릭터 식기세트, 토스터기 등 주방용품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M.U 스포츠', '엘르 골프' 등은 골프용품에도 캐릭터를 도입, 젊은 여성 골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키덜트족은 간식도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름만 들어도 학교 앞 문방구의 추억이 떠오르는 '무지개', '맛쫀디기', '쫄쫄이', '아폴로', '쌀두렁' 등. 노점상 최모(55·여)씨는 "아이들보다 주로 20, 30대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정임(24·여·대구 수성구 범물동)씨는 "옛날 간식들은 이름만 들어도 정겹기 때문에 친구들과 나눠먹으면서 어릴적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취미생활도 별나다.

김은아(27·여·대구 남구 대명6동)씨의 취미는 동화책 수집과 테디베어 만들기. 김씨가 4년 전부터 동화책을 수집하기 시작, 벌써 400여권을 모았고 각기 표정이 다른 테디베어를 만들때면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이나 갖고 놀 법한 장난감에 열광하는 어른들도 있다.

프라모델(플라스틱 모형) 전문점 '마이하비'의 이호원(30)씨는 "프리모델을 구입해가는 손님 대부분이 20, 30대"라며 "어릴 적 모형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이들이 경제력이 생기자 다시 프라모델을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정신과 박필상 원장은 "키덜트 현상은 심한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어린 시절 회상을 통해 위로, 해소하고자 하는데서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사회가 구조적인 어려움이나 변환기에 직면했을 때 주로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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