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 연합서포터스

지난해 월드컵에서 우리는 두 번 놀랐다.

제발 일승이라도 거둬 달라던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월드컵 4강 신화로 이어진 것과 수백만 명이 펼친 거리 응원전은 우리 자신도 믿기지 않은 사건이었다.

붉은 티셔츠를 입은 채 경기장과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을 응원했던 붉은 악마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포터스였다.

국내 첫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대구FC 프로축구단은 신생팀임에도 불구 매 경기 선전을 함으로써 기존 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구FC의 이같은 선전 뒤에는 시민들과 함께 경기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 열렬히 응원하는 대구FC 연합서포터스(daegufcsupporters. co.kr)의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대구FC 연합서포터스들의 열의와 규모, 위세는 기존 구단 서포터스의 활동을 압도하며 국내 서포터스 활동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다.

대구FC 연합 서포터스는 말 그대로 전국에서 대구FC를 좋아하는 축구팬들이 다 모여 결성됐다.

이들은 홈인 대구를 비롯해 경북, 서울. 경기 등 수도권, 대전·충청, 부산. 경남 등 지역별로 서포터스 모임을 결성, 활동하면서 대구FC 경기가 열릴 때면 한 덩어리가 돼 응원전을 펼친다.

현재 서포터스 회원은 연합홈페이지와 지역별 홈페이지 회원 가입자만 5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20대 대학생, 30, 40대 회사원들과 외국인들로 구성된 대구FC서포터스는 연고와 나이, 세대에 관계 없이 대구FC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이루어졌다.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은 여성일 정도로 대구FC는 여성 파워가 막강하다.

대구FC 서포터스는 기존 타 구단 서포터스와 차별화되는 점이 많다.

회비로 운영되는 기존 다른 서포터스와 달리 경기장에 대구FC의 파란색 유니폼만 입고 나오면 된다.

원정경기때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정한 출발 장소로 왕복교통비만(1만원) 지참하고 나가는 것으로 준비가 끝난다.

대구에서 포항을 가든 서울을 가든 비용은 1만원으로 일정하다.

또 연합체로 운영되지만 회장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해동(24·대구가톨릭대 2학년)씨는 "회장의 독선적 운영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을 차단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서포터스의 운영에 대한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렇게 운영한다"고 말했다.

대구FC 서포터스는 지역별 모임이든 소모임이든 모두 수직적 관계가 아닌 대등한 수평적 관계란 점도 특이하다.

시민과 함께 한다는 취지로 모인 만큼 상·하위 개념은 있을 수 없다는 확고한 내부합의 때문이다.

물론 플래카드 등 응원에 필요한 준비물은 일꾼으로 부르는 모임별 운영자들이 챙긴다.

이것도 한 사람이 전담하지 않고 서로 돌아가면서 맡는다.

대구 FC연합 서포터스가 짧은 시간에 국내 프로축구 서포터스 가운데 결속력과 응집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데는 국내 프로 축구계에서 최초로 시민주 공모에 의해 창단된 시민구단이라는 대구FC의 신선한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지역모임 활동이 다른 서포터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왕성한 것도 이런 팀 컬러 때문이다.

서울·경기 서포터스 모임의 경우 500여명의 회원 가운데 30% 정도는 대구와 무관한 서울 등 타지 출신들이다.

그러나 서포터스 활동은 대구가 고향인 사람도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지난달 포항스틸러스와의 원정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서 포항까지 내려온 박원표(27·회사원)씨도 그런 케이스. 서울토박이인 박씨는 경기장의 현장 팀장으로 탐탐이를 직접 치는 열렬한 대구FC 서포터스다.

시민주를 10만원어치 청약하기도 한 박씨는 기존팀과 달리 시민구단이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서포터스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고향인 대구를 떠나 객지에서 살고있는 회사원이나 군인들의 대구FC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10년전 대구를 떠나 경기 김포에 살고있는 신병호(38)씨는 틈나는 대로 부인과 10세난 딸 등 전가족이 파란 대구FC유니폼을 입고 대구, 포항까지 응원을 온다.

경기장에서 목이 터져라 대구FC를 외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뜨거운 대구사랑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대구FC서포터스들은 지역별로 정기모임을 갖고 회원들간 친목을 다지는 한편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는 소모임을 결성해 등산, 테니스 등 취미활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대구의 경우 대구FC원정 경기 전세버스가 운행된다.

전세버스는 경기 당일 오전 11시 피자헛 시지점을 출발해 동아쇼핑(11시30분), 광장코아(11시40분)에서 서포터스를 태운 뒤 고속도로를 이용, 원정경기 장소로 달려간다.

대구가 고향으로 대구FC 열성 서포터스인 오상훈(24·성균관대 재학)씨는 "대구는 축구를 매개로 하나가 될 것이며 축구를 통해 내 고장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손동환(20·영남이공대 1년)씨는 "혼자서 경기를 보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어울려 함께 보고 응원하는 것이 너무 신이나 이제 원정경기도 찾아갈 정도로 대구FC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어진다"고 했다.

대구 FC서포터스들의 희망은 홈구장인 대구월드컵 경기장을 파란 대구FC유니폼으로 덮는 것이다.

대구시민들의 동참만 있다면 서포터스의 희망은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일이다.

대구시민들과 서포터스들이 푸른색으로 하나가 돼 펼치는 뜨꺼운 함성이 홈 경기장을 뒤덮을 때 대구FC는 최강 팀으로 우뚝 서지 않을까.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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