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습지란?". "안심에 있는 습지요". "그럼 습지는?". "음…. 늪이요". "맞아요. 1년 내내 물과 수초, 습기가 있는 곳이 습지예요. 그럼 습지를 왜 보전해야 할까요". "…". "여러분들에게 집과 학교가 있는 것처럼 야생동물과 식물, 고기, 새들에겐 여기가 집이고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존하지요?" "파괴하고 훼손하면 안돼요. 쓰레기를 버려서도 안돼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집에서 샴푸, 세제 등을 사용하지 말아야 돼요". "예, 그렇습니다.
꼭 그렇게 하세요".
대구시 동구 금강동 일대 안심습지. 왜가리 한마리가 습지 가운데 한가로이 앉아 있다.
그위로 붉은 부리의 쇠물닭이 유유히 날아 오른다.
습지는 울어대는 '개개 개개' 소리로 온통 뒤덮였다.
몸을 숨긴 채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참새와 비슷하게 생긴 개개비의 울음소리다.
연신 '뻐꾹뻐꾹' 울어대며 이곳저곳 날아다니는 뻐꾸기 소리도 정겹다.
그러나 이 소리는 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기 위해 어미새를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일 이곳에 대구시 동구 송정초교 6학년 학생 30여명이 찾았다.
민관협의체인 맑고푸른대구21 추진협의회에서 학생, 가족 등 시민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실시하고 있는 안심습지 자연생태 교육에 참가한 것. 학생들에게 습지의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뱀 껍질같은 저건요?" "왜 콘크리트로 물을 막았어요?" "아줌마들이 물속에서 잡는 게 뭐예요?" "여기서 낚시해도 돼요?"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나 싶을 정도다.
이들은 안심습지와 습지의 식생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둑을 따라 나섰다.
둑엔 보라색 등갈퀴덩굴이 만발해 있다.
"으으, 악, 뒤에 뒤에…. 송충이다". 출발부터 심상찮다.
학생들은 곳곳의 거미줄과 송충이, 각종 벌레 등을 보고 놀라 고함을 지른다.
아직 어느것도 친근하지 않다.
이들은 둑 좌우로 형성된 습지를 따라 가며 각종 식물과 새, 곤충 등을 눈여겨본다.
학생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안내자의 설명을 놓칠세라 몰려들며 한마디 한마디 빼놓지 않고 공책에 받아 적는다.
이날 식물 교육은 경북대 임학과 주성현 교수와 대구산업정보대학 조현제 교수가 맡았다.
"이건 무슨 식물일까요? 안심습지에서 가장 많은 식물입니다". "갈대요". "맞아요. 갈대는 습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입니다.
위만 보이지만 사실 뿌리는 물밑에 있지요". 갈대와 달뿌리풀은 모양이 거의 비슷하지만 줄기를 잘랐을 때 속이 차 있으면 갈대, 속이 비었거나 마디에 털이 많은 것은 달뿌리풀이라고 한다.
"저건 무슨 식물이에요?" 돼지풀을 보고 한 학생이 질문한다.
"외국에서 들어온 귀화식물 중 대표적인 것으로 환경이 나빠지고 오염될 때 자라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숲이 우거진 곳이 아닌 주로 길가나 도로 주변에서 자랍니다 ". 또 한 학생이 왜 이름이 하필 '돼지풀'이냐고 묻는다.
열매를 맺을 때 좋지 않은 냄새가 많이 나 그렇게 부르게 됐다고 한다.
이정웅(송정초교 6학년)군은 노란나비를 봤다고 좋아한다.
이군은 "이렇게 밖에 나와 공부한 적이 거의 없어 이런 식물, 새들을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며 "처음보는 것들이 많아 재밌지만 거미줄 때문에 관찰하는데 힘이 든다"고 했다.
정영란(12)양은 "덥고 잡초, 돌에 긁히는 등 고생을 많이 했지만 새소리를 들으며 직접 꽃과 새를 보며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며 "다음에 오는 학생들은 덥다고 반바지와 샌들을 신고 오지 말고 꼭 긴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와야 할 것"이라며 충고한다.
대구경북습지보전연대 이상원 위원장은 "낚시꾼들이 둑 밑 습지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새들이 숨어버리기 때문에 점점 조류 관찰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행정구역상 대구시 동구에 속해 있지만 경산시의 상수도보호구역이기도 한 만큼 동구청, 경산시, 대구시 등 행정기관과 환경단체 등이 함께 연계, 훼손을 막고 습지 복원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맑고푸른대구21 추진협의회 류병윤 사무국장은 "안심습지 보전은 환경단체 등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만큼 행정기관이 함께 보전하고 좋은 생태학습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주5일 근무가 정착되고 학교의 생태체험 수업이 확대되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해가며 대구를 벗어날 필요없이 안심습지 등을 좋은 교육, 학습장으로 만들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안심습지 입구에 오거나 수업이나 동아리활동을 원하는 학교는 신청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053)431-2121.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습지=담수(민물)나 기수(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 염수(바닷물) 등의 물이 자연 또는 인공적으로 고여 있거나 흐르는 곳이다.
늪이나 습원, 소택지, 이탄지, 하천, 호소 등의 수역, 그리고 수심이 간조 시 6m를 넘지 않는 해역도 포함된다.
해안습지, 내륙습지, 인공습지 등이 있다.
습지는 유형에 따라 자연정화, 생물다양성 유지, 기후안정, 지하수재충전, 홍수 및 온실효과 방지 등의 기능을 한다.
안심습지는 대구시 동구 금강동 금호강 수량조절을 위해 인근 지역보다 강폭이 넓은 지역에 직선제방을 쌓으면서 금호강 일부가 분리돼 형성됐다.
둑 넘어 금호강 일대까지도 포함된다.
7만여㎡ 정도 규모다.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강선우 감싼 민주당 원내수석…"전혀 문제 없다"
[사설] 민주당 '내란특별법' 발의, 이 대통령의 '협치'는 빈말이었나
"꾀병 아니었다…저혈압·호흡곤란" 김건희 여사, '휠체어 퇴원' 이유는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첫 회의 연 국민의힘 혁신위, "탄핵 깊이 반성, 사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