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60트렌드읽기-명품관.

한국인의 명품 선호의식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개인적 취향이나 경제력에 따른 소비 패턴인가, 아니면 외제 유명상표에 현혹된 과시욕에 불과한가.

요즘 대구의 한 백화점 명품 판매점 하루 매출액이 1억원을 넘어섰다거나, 젊은층 부유층 등의 명품 선호가 도를 넘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명품 열풍에 대한 비판이 만만찮지만, 예전에 비해 훨씬 관대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무슨…" "훨씬 오래 쓰고 디자인도 좋은데…".

이른바 '외제 고급상품'을 지칭하는 명품(名品)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박영희(54세.원장) 김진혁(46.디렉터) 김귀영(39.대구점 프라다 점장) 신은영(36.) 성나영(21.일본학과 3년)씨가 토론에 참석했다.

#명품 선호에 대해…

토론자들은 명품 선호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세대별로는 20대가 명품 열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박영희=명품을 즐긴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잘 고르면 비싼 국산품보다 싸고 질 좋은 것이 많다.

제대로 사용할 줄 알아야 명품을 만들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일본에서 1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우리 보다 훨씬 더한데도 사회문제라 여기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전날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명품 하나쯤 선물하지 않으면 절교 당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김진혁=명품 선호는 시대와 문화성과 맞물려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 100년 된 목조가옥에 살고 있지만, 다소 불편을 느끼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가 비싼 외제품을 욕하기보다는 스스로 명품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귀영=명품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든 것 같다.

아이쇼핑을 하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신은영=미혼 때는 지갑, 옷 등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결혼후에는 명품을 잘 사지 않지만, 솔직히 내구성이나 효용면에서 국산제품과 차이가 있다.

모두 여유가 없어 명품을 못 쓰는게 아닌가.

성나영=젊은 사람들의 경우 TV, 잡지에 나오는 연예인의 차림새를 보고 명품을 갖고 싶어하고, 일부는 가짜라도 사서 진짜인 것 처럼 하고 다닌다

명품 선호에 반대는 않지만, 도에 넘치는 명품 열풍을 조장하는 언론매체는 반성해야 한다.

#명품족의 꼴불견

앞뒤 가리지 않고 명품만을 찾는 것은 문제라는데 생각을 같이 했다.

20, 30대는 '지나친 과시욕'을 경계했고, 40, 50대는 '분수에 맞는 소비 태도'를 강조했다.

박영희=명품이라고 자신의 경제력에 맞지 않게 덤비는 것도 문제지만, 명품을 가짜와 섞어 파는 상술도 문제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표의 옷을 사고 보니 가짜여서 환불 받은 적도 있다.

김진혁=빚을 내 명품을 사는 사람도 여럿 있다.

생활수준 차이 때문인지, 서울 사람들은 '코디'를 위해 구입하지만, 대구 사람들은 명품을 '장만'하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김귀영=고객중에는 명품에 대한 가치를 알고 사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사는 두 부류가 있다.

(유럽과는 정반대로) 로고가 크게 보이는 제품을 훨씬 선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형편이 되지 않으면서 카드 몇개씩을 내놓고 조금씩 나눠 사는 사람도 있다.

신은영=신분이나 재산 정도를 가방이나 옷으로 판단하려는 풍조가 문제다.

계모임이나 유치원 모임에 주부들이 경쟁적으로 명품을 입고 나오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성나영=유럽에 배낭여행 갔는데 유명 브랜드점 앞에 길게 줄지어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한국사람이었다.

일회 구입 한도액이 넘어 다른 관광객에게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고는 무척 부끄러웠다.

#꼭 하고 싶은말

40, 50대는 명품을 놓고 할 말이 제일 많았다.

토론 내내 '우리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만한 명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것도 이들이다.

30대는 '가짜라도 즐길 수 있는 마음 자세'를, 20대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게 더 낫다'고 했다.

박영희=우리는 창의력이 부족해 지금껏 명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어릴때부터 바른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제라도 명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 볼 줄 아는 안목, 사용할 줄 아는 매너를 키워야 한다.

김진혁=우리는 의식적인 측면에서 세련되지 못했다.

명품의 좋은 점을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비난만 해왔다.

문화 인프라 구축과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 명품이 자연스레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신은영=서문시장에서 명품과 비슷한 가방을 사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부유층을 따라하기보다는 가짜라도 즐겁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마음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성나영=명품보다는 자신의 내면적인 가치를 높이는게 훨씬 중요하다.

외양만 따지는 사회적 풍토가 문제다.

우리 주위에 그랜저를 타는 대학생이 외제차를 몰고온 친구를 보고는 집에 가서 '부끄러워 못 다니겠다'고 얘기를 한데서야 제대로 된 사회라 할 수 있겠나.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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