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행위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규명하는 일이 지상과제다.
그 가운데서도 인간이 생긴 시기는 가장 큰 의문이지만 그 베일은 여전히 벗겨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학자들이 찾아낸 화석들은 대부분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진화의 단계를 잇지 못하는 결함 투성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심지어 인간과 오랑우탄의 턱뼈를 맞춰 진화를 조작한 '필트다운 사건'도 있었다.
인류의 조상도 '하나'라는 설과 '여럿'이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맞서 왔으나 결말을 내지 못해 왔다.
▲아프리카에서 16만년 전의 현생인류 두개골 화석이 발견돼 화제다.
이 두개골은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유골로 추정되며, '아프리카 기원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보여진다.
미국.에티오피아 공동 연구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 (12일자)를 통해 "에티오피아에서 현대인의 직계 조상으로 보이는 화석을 발견해 어른 2명과 어린이 1명의 두개골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이달투'로 명명된 이 유골의 발견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 시기를 5만년 가량 끌어올리고, 현생인류의 '어머니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를 놓고 '아프리카 기원설' '다지역 기원설'로 맞서 논쟁을 벌여 왔으며, 1980~90년대 유전학자들이 가세하면서 전자 쪽으로 기울었으나 '이브'의 존재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가설로 남아 있었다.
▲이번 유골 발견을 이끈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 생물학자 팀 화이트 교수는 "우리 조상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게 됐다"고 장담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30만년 전의 네안데르탈인과 10만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 유골이 발견돼 그 사이의 시간대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유골들은 튀어나온 이마, 평평한 얼굴, 좁은 미간 등 현생인류의 특징들을 두루 지니고 있어 15만4천년~16만년 전의 '이브'임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인류는 원숭이의 흔적을 지우면서 진화했다고 한다.
원인은 200만년 전 '솜씨 있는 사람속'으로 도구를 만든 첫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로, 160만년 전에는 두 발로 서는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지혜 있는 인간속'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는 30만년 전에 진화를 시작해 오늘에 이른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이번 두개골 화석이 현생인류 기원의 열쇠를 쥔 '이브'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아직은 '최후의 인간'으로 자리잡은 현생인류사 연구에 핵폭탄과 같은 충격을 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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