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노는 국회 없애겠다'누가 말했나

국회에 또 '개점휴업병'이 도지는 것같다.

며칠전엔 이상배 의원의 '등신외교'발언 때문에 민주당이 튀더니 어젠 노 대통령의 '공산당 발언'때문에 한나라당이 튀었다.

여기다 한나라당은 당권경쟁한다고 빠지고 민주당은 신당 만든다고 끼리끼리, 신당 말린다고 끼리끼리, 걸핏하면 결석이다.

오늘도 몇개 상임위가 열린다지만 마음은 모두들 콩밭이니 의원님들, 정말 낯두껍다.

지금 국회 책상위엔 750여건의 각종법안이 쌓인채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고 한다.

작년초에 발의된 장기계류 법안만도 300건 가까이나 된다니 이런 비생산적 국회가 또 있는가. 심각한 사례로,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법안의 경우 입법이 지연되면 8월까지 출국기한이 연장된 불법체류 외국인 20만명에 대한 강제출국 문제가 제기된다.

당장 중소기업 인력난은 물론 국제적 비난여론에 부닥칠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국회가 노·사 눈치만 보고있는 것이다.

7, 8월 또 놀고나면 넉달간의 정기국회, 내년 4월15일이 총선이니 국회문 열어봤자 두달-그래서 16대국회 남은 기간이랬자 여섯달 180일, 여기서 공휴일·일요일 등 차떼고 포떼고 나면 길어야 150일이다.

밀린 법안 750건이면 남은 기간 매일 대여섯건씩 방망이를 두들겨야 하는데 국회가 이렇게 팽팽 돌아갈 리가 없다.

창피스럽게도, 우리는 지난해 11월 국회의 '법안 재의결 소동'을 겪었다.

의결정족수 미달인 채로, 몇몇 못난 의원들은 대리투표까지 해가며 법안을 무더기 불법 통과시켰을 그때, 박관용 국회의장은 "이 잘못된 관행을 타파,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이게 얼마나 지났다고 이 모양인가? 750건의 법안을 그냥 쌓아놓고 열심히 일했다고 변명은 못할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빨리 제기능을 회복하기 바란다.

지역구와 국회일정이 겹치면 당연히 국회가 우선이어야 한다.

개혁의 뭐 별건가? 착각하지 말라. '노는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된다면 그것이 최고의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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