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다고 젖 주지는 않겠다"

'숲이 깊어야 범이 깃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가진 지역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지역경제계를 향해 뼈있는 말을 던졌다.

노 대통령은 장지상 경북대 교수로부터 대구경제 활성화를 위해 청와대가 대기업 유치를 도와 달라는 건의를 받고 "청와대에 대기업 유치를 요구하지 말라"고 직설적으로 답했다.

여건조성도 안돼 있는데 지역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치적 선물'을 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대구테크노파크에서 지역 첨단기업들이 만든 제품을 둘러보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대구에 이렇게 훌륭한 첨단기업이 있는 줄 몰랐다.

비록 규모는 작아도 이같은 기업이 많다면 지방에 대기업 유치가 필요한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대구현지 회의를 주재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구의 과학기술연구 인프라와 인력 여건이 우수한 점, 지역 혁신역량을 가동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지역발전 모델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최근 청와대 관계비서관을 통해 첨단산업 대기업 제조공장과 대기업 경제연구소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포스트밀라노 프로젝트 등 다른 전략산업도 중요하지만 침체일로인 지역경제에 돌파구를 열고 10, 20년 뒤 대구의 '희망'을 걸기 위해서는 고용창출과 산업연관효과가 큰 대기업 제조공장의 유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노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지역혁신 역량을 가동, 기업들이 찾아오는 여건을 만들지 않고서는 대구시의 구상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노 대통령이 높이 평가한 지역의 과학기술 연구인프라는 물론 기업입지 여건이 경쟁 시·도에 비해 앞서는지도 의문이다.

참여정부의 국정지표를 고려한다면 '우는 아이 젖 한번 더 물린다'식의 정부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대구의 희망'은 대구 내부역량으로 움틔울 작은 새싹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노 대통령 대구방문을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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