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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아래 깔린 팍팍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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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비만 좀 왔다 하면 물난리를 겪고 있는 사적지 주변 주민들의 생활상은 참혹 그 자체다.

대릉원을 비롯, 황오.황남.구황동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노후 주택들을 고치지 못해 약간의 비에도 방안에 빗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비가 오는 날이면 이 일대 주민들은 비가 흘러내리는 방안을 쳐다보며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주민들은 문화재보호법에 묶여 손을 쓸 수가 없어 비참한 원시생활을 계속해야만 하는 딱한 실정.

"이젠 살기가 지겹습니다". 경주시 구황동 김노미(60)씨는 "약간의 비에도 벽에서 빗물이 흘러내려 집이 도괴 상태에 있어 잠자다가 압사 사고를 당할까 늘 불안하다"며 "세상에 이런 국가가 어디 있느냐"고 억울함을 털어 놓는다.

"우수기만 되면 집안에 물동이를 받쳐야 하고 재래식 화장실이 빗물로 가득 차 요강을 방안에 놓고 생활하고 있지요". 김씨는 "지난달 말 내린 비에도 벽면 흙이 무너져 엉망진창이 되었다"며 흥분한다.

취재진이 집주인을 따라 들어간 방안은 빗물로 얼룩진 벽면에 곰팡이가 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둥이 썩어 금방이라도 집이 내려앉을 것만 같은 비참한 생활의 현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동백(54.황남동)씨는 "요즘 같은 좋은 세상에 50년전 집 구조 그대로 생활할 수밖에 없으니 기가 막힌다"면서 "철거가 되어도 보상가가 너무 적으면 아파트 전세도 얻기 힘든다"며 조속한 이주대책과 보상가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씨는 "사적지 주변 노후주택 철거사업이 매년 형식에 치우치고 있어 후유증 또한 많다"면서 "국가가 문화재보호구역을 지정한 이상 피해 보상은 마땅히 국가가 앞장서야 함에도 이를 방치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마을을 둘러보니 철거된 일부 공터가 쓰레기장으로 둔갑했고 빈 집은 불량배들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라도 체계있고 계획성 있는 대책을 세워 일시에 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현황(문화재 보호구역)

이들 뿐 아니라 김재환(46)씨와 전상갑(53)씨 등 문화재보호지구에 묶여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직접적인 피해주민이 무려 1천400여가구나 된다.

견디지 못한 일부 피해 주민들은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빚을 내어 아파트 단지에 이주하고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만 고통을 감내하면서 생활하는 달동네 빈민촌으로 전락한 상태.

이 때문에 시내 중심지인 대릉원 등 사적지 주변은 공동화 현상으로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추세에 있으며, 아파트 밀집지역인 황성, 용강.동천동 일대는 전셋집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구가 포화 상태에 있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심한 지구는 노후 불량주택이 밀집된 노동리고분군, 노서리고분군, 황남리고분군, 황오리고분군, 인왕리고분군, 경주남고루, 경주읍성, 문무대왕릉, 경주용강 동원유적, 성동전랑지, 삼랑지당간지주 등이다.

경주시가 밝힌 중점정비 대상지역은 토지 23만5천845평, 주택 1천441호로서 문화재구역은 토지 9만2천473평, 주택529호, 문화재구역 추가편입대상은 토지 14만3천372평에 주택 912호로 구분된다.

경주시는 정비 대상지역중 문화재구역을 우선 매입하고 문화재구역 추가 편입 대상지역은 문화재구역에 편입하여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재보호구역 추가 편입대상지역은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각종 행위의 제한 우려와 사유재산 보상방안의 미제시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고분의 소재, 매장문화재 분포, 문화재경관 관리상 현상변경 허가 등은 문화재보호구역과 같이 각종 행위가 제한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경주시가 이 일대 12개지구에 대해 지난해부터 3단계로 나눠 2011년까지 11년 계획으로 보존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소요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사업계획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경주시 한 관계자는 "국가재산인 문화재보호를 앞세워 경주시민들에게 장기간 고통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면서 "보상가 현실화는 물론 정비가 일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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