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잘못인가, 발주자 잘못인가?
Worst 3, 4위에 선정된 작품은 구 대동은행 현관의 '웅비.꿈.생명의 空(공)'과 KT수성지점(구 수성전화국)앞 '공간의 石(석)'이다.
두 작품은 시민들의 통행이 잦은 대로상에 위치, 운나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웅비.꿈.생명의 空'(1997년)은 조각가 설인숙.이성현씨의 작품이다.
모서리가 일부 깨어진 사각형 돌에 브론즈 구(區)가 끼어져 있는 형태다.
Worst로 꼽은 한 미술.건축가들은 "건축물과의 이미지가 맞지 않으며 작품 완성도가 떨어지고 재료도 문제가 많다.
보행자 휴게공간과 관련성이 약하고 도로의 액티비티(activity.활력)에 비해 흡입력과 적극성이 결여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돌 표면이 균일하지 못해 마무리가 덜 된 작품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었다.
작가인 이성현씨는 현재 대구에서 활동중인 조각가이고, 설인숙씨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현씨는 "작품이 좀 미흡한 건 사실이지만, 당시 상황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며 제작과정을 설명했다.
"당시 준공을 코앞에 둔 시점인데도, 처음 조형물을 맡기로 한 설인숙씨의 작품이 조형물심사에서 계속 떨어졌다.
대동은행 관계자가 작업실로 찾아와 지원 요청을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작가로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준공시일에 맞추느라 마무리가 제대로 안된 채 작품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입주자가 거의 없는 한적한 분위기의 빌딩 앞에 있는 탓인지 다소 쓸쓸함마저 느껴지는 조형물이다.
수성구 들안길 먹거리타운 상징조형물 '공간의 석'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박승철(44)씨가 제작했다.
큰 포크에 큼지막한 돌이 불안하게 세워져 있는 특성 때문에 지난해초 설치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작품이다.
Worst로 꼽은 건축.미술가들은 "장소적으로 먹거리 타운의 관문적 의미가 없고, 여유공간 없이 모퉁이 길에 위치, 보행에 지장을 준다.
직설적 표현으로 미적수준이 떨어지고, 스테인리스 재료도 거부감을 준다"고 선정 이유를 들고 있다.
미술.건축가들이 작품성 부족을 들어 Worst작품으로 선정했지만, 일반 시민들은 다소 흥미를 느끼는 듯 하다.
전문가와 시민들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작품이다.
발주처인 수성구청 위생과가 출품작 18점중 '큰 돌이 감자, 고기 등 먹을거리를 연상시켜 먹거리 타운의 특성을 잘 나타낸 작품'이라며 당선시킨 것만 봐도 그렇다.
제작비 1억2천만원.
작가는 부산대를 졸업하고 수원시청 정조대왕행차재연, 부산지하철 벽화제작 등에 참여했다.
박씨에게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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