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광관리회사 "사택 철거 방빼라"

광산촌이었던 상주시 모서면 득수1리. 폐광 이후에도 줄곧 회사사택을 이용, 생활하고 있는 이곳 주민 24명은 요즘 걱정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회사측으로부터 퇴거를 종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일제시대부터 흑연광산을 개발, 채광이 시작됐고 6.25전쟁이후 (주)성하가 광업소를 인수,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마을규모도 계속 커지기 시작했다.

성업을 이뤘던 지난 1984년을 전후해선 마을규모가 80여가구에 주민도 400여명에 달했고 인접한 득수2리 등 농촌마을에까지 광업소 종사원들이 몰려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들어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채광량이 줄어들면서 이곳을 떠나는 근로자가 늘어났고 이에따라 마을도 점차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95년 폐광과 함께 대부분의 주민들은 살길을 찾아 마을을 떠났다.

그러나 오갈 데 없는 11가구 24명은 회사 사택을 내집으로 생각하고 이웃과 형제 이상의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현재 살고있는 11가구중 혼자 사는 노인 1가구를 비롯, 진폐증 환자 2가구, 산업재해환자 3가구, 노인부부 2가구 등으로 노동력이 거의 없어 어렵게 살고 있다.

광산근무 40여년동안 광부생활을 했다는 윤재술(65)씨는 "숨이 차 막노동일도 못하는 진폐증에 시달림을 받고 있는 신세가 됐다"며 "입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윤씨 부인 이순자(61)씨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광산일을 했고 자신은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에 이르고 있으나 진폐증을 앓고 있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돈을 전부써버려 오갈데 없는 처지에 있다"며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진폐증으로 5년전 남편이 고인이 됐다는 신정인(71)할머니는 이곳에서 40년 이상을 살고 있으나 장가를 못보낸 아들까지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지다.

이같은 주민들의 형편과는 달리 지난 2001년 (주)성하는 사택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사택 철거를 결정하고 지난 4월말까지 퇴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마을 이기응 이장은 "회사측이 특별한 개발계획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퇴거를 강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주)성하 소속 충북 보은군 마로광업소 관리소장은 "사택철거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상주 박종국기자 jk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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