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과연 정의로운가? 법은 권력의 파생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법은 가진자의 편은 아닌가? 소크라테스 재판이래 OJ 심슨의 재판에 이르기까지 법의 영역에서 정의의 문제는 핵심을 벗어났던 적이 없다.
세기의 재판 50건을 통해 법과 정의를 조명한 '재판'(마리 자겐슈나이더 지음.이온화 옮김.해냄 펴냄)이 출간됐다.
법정 취재기자를 했던 저자는 이른바 도굴꾼 재판(BC 1150-1080)부터 유고 전범재판(1998-2001년)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유명재판을 상세히 소개, 독자를 정의가 명멸한 역사의 고비로 안내한다.
△갈릴레이 재판= 갈릴레이는 저작 '천계통보'에서 "지구는 우주의 중심일 수 없다"고 갈파했다.
교황청은 1633년 4월 갈릴레이를 법정에 세웠고 네차례의 심문을 받은 갈릴레이는 재판관앞에 무릎을 꿇고 "지구는 움직이지 않고 태양이 돈다"고 거짓말을 해야했다.
그러나 일어서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
교황청은 360년 뒤(1992년)에야 오류를 인정, 갈릴레이를 복권시켰다.
△OJ 심슨 재판= 한 기자는 이 재판을 '최대의 흥미를 자아낸 저속한 소설'이라 명명했다.
방송사들은 133일간 계속된 이 재판을 매분 방영했다.
전처와 그녀의 애인을 죽인 혐의로 법정에 선 OJ 심슨에게 배심원은 무죄를 평결했다.
그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많은 이가 유죄쪽으로 기울었지만, 평결의 결과는 무죄. OJ 심슨의 무죄는 미국 사법체계를 의심케 만들었다.
△드레퓌스 재판= 에밀 졸라의 항의서한 '나는 고발한다'로 유명한 재판. 스파이로 몰린 유대인 드레퓌스 대위는 1894년 비공개 군법정에 선다.
군법정은 증거불충분에도 불구, 만장일치로 유죄판결을 내렸고 악마의 섬으로 유배시켰다.
1898년 신문 '오로르'에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에밀졸라의 공개서한이 실렸다.
이 서한은 드레퓌스 사건의 조작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았다.
1899년 최고재판소는 드레퓌스에게 내려진 판결의 무효를 선언했다.
△원숭이 재판= '성경에 적힌 대로 하느님이 모든 생물을 창조했는가?'를 놓고 1925년 미국 남부 테네시주의 데이튼에서 벌어진 재판. 당시 법은 공교육기관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을 금하고 있었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은 이 재판을 열 목적으로 생물교사 존토머스 스콥스에게 수업시간에 진화론을 가르치도록 했고, 그는 기소돼 재판이 열렸다.
배심원은 스콥스에게 100달러의 벌금형을 평결했다.
△뉘른베르크 재판= 1945년 11월20일 개막된 재판에서 히틀러에 이어 2인자였던 괴링 등은 "자신들은 단순 가담자일 뿐이며 책임은 땅속에 묻힌 사람들, 가장 큰 책임은 히틀러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법정은 그러나 "진정한 결정의 범주는 명령이 아니라 명령을 수행할 때 도전적인 선택을 했느냐"라면서 전범들의 논리를 부정했다.
괴링은 청산가리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재판은 그러나 죄를 지은 시점에 그 죄를 벌하는 법이 없으면처벌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한 문제로 논란이 돼왔다.
이밖에 '재판'에는 십자가형을 받은 예수의 즉결재판, 잔다르크 재판, 오스카와일드 재판, 알 카포네 재판, 아우슈비츠 재판, 워터게이트 재판, 유고 전범재판 등이 검사와 고발자, 피고와 변호인, 증인들의 생생한 진술과 함께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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