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 北核 5자회담 수용의사 밝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참가국 수와 장소에 개의치 않고 베이징회담과 같은 형태의 회담이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어 다자간 대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왕지아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19일 북경 조어대(釣魚臺) 국빈관을 방문한 민주당 정대철 대표와 가진 회담 및 만찬에서 "북한 핵문제의 배경은 복잡해 한꺼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중국, 북한, 미국 3자회담이든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5자회담이든,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왕 대외연락부장은 또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력을 해야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 뿐이다"면서 "다만 북한과 미국이 당장 내일 어떤 행동을 취할지 그것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한국과 중국은 평화의 동북아시대를 맞기 위해 안보의 파트너가 돼야한다"며 "북핵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중국이 큰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또 "북한이 중국식, 중국모델을 따라 개혁 개방하면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이 이룩된다"며 "중국과 한국, 중국과 한반도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서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왕 대외연락부장은 북한 개방을 위한 중국의 역할 주문에 대해 "중국과 북한은 사정이 다른데 어떻게 따르라고 그러겠느냐"며 난색을 표한뒤 "북한이 배워가면 된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이평수 민주당 부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정 대표는 20일 오후 3시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공산당중앙위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과 양국의 교류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 北태도 유연화에 '역할' 기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간 회담에 앞서 북한과 중국의 양자회담이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정대철 대표가 20일 오후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북한 양자회담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의는 정 대표가 방중 직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의견을 조율한 바 있어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양자 회담 성사는 7월로 예정된 노 대통령의 중국 러시아 방문외교의 성과와도 직결돼 정 대표의 요청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주목되는 것이다.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양당 회담에 앞선 19일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 대표를 만난 왕지아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이 "베이징 회담이 계속돼야 한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3자회담이든 5자회담이든 장소가 어디든 개의치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있는 것은 노력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측이 북핵문제에 대해 대화만이 해결책으로 인식해 대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한국측의 중국-북한 양자회담 요청에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왕지아루이 대외연락부장은 "북한과 미국이 당장 내일 어떤 행동을 취할지가 걱정"이라고 말해 중국도 북핵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해 한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현재의 관망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으로서는 북한과 미국이 핵문제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고 정 대표도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큰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가 "중국과 한반도는 순망치한(한자)의 관계로 긴밀한 우호 협력관계가 지속돼야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맞을 수있다"며 중국을 추켜세운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마냥 낙관적인 분위기만은 아니다.

정 대표가 북한의 개혁과 개방만이 한반도 위기를 줄이는 대안으로 보고 중국의 최근 경제성장을 언급하며 북한이 중국 모델을 따르게 중국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왕지아루이 대외연락부장은 북한 개방과 관련, "중국과 북한은 다른데 어떻게 따르라고 하겠느냐. 북한이 와서 배워가면 된다"고 북한측에 공을 넘겼다. 중국측은 한국측의 요청에 마냥 우호적으로 수용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사 표시로 양자회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뭏든 정 대표와 후진타오 총서기의 이날 회담에서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북핵문제 해결과 노 대통령의 4강외교 성과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왕지아루이 대외연락부장은 대구의 자매도시인 칭따오 시장을 지낸 경제통으로 한국의 중국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또한 중국 개방을 주도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신뢰가 깊은 인물로 북한 개방을 가이드할 수있는 중국내 최고위층으로 알려졌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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