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노조가 사흘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개인.기업 고객들이 파업에 따른 불편과 불안감 등을 이유로 대거 돈을 인출하고, 다른 금융회사로 거래처를 옮기는 등 은행 파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고객들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채 고객을 '볼모'로 한 이번 조흥은행 파업으로 소비자들만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결국 은행 수신감소 및 이미지 손상으로 조흥은행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일 오전에도 대구.경북지역 조흥은행 각 지점에는 파업이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연 3일째 고객들이 돈을 찾느라 일선 창구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조흥은행과 거래 중인 기업들은 거래처를 다른 은행으로 앞다퉈 옮기고 있다. 포스코는 19일 조흥은행 계좌로 급여이체 신청을 해놓은 직원 450명 모두에게 이메일을 보내 다른 은행으로 계좌를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직원들이 노조의 파업으로 예금지급 중단 등 피해를 볼 것이 우려돼 이같은 방침을 마련했다"며 "대다수가 이체계좌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날 계좌를 변경한 포스코 직원 김모(48)씨는 "고객 불편은 아랑곳 않고 일방적으로 파업에 돌입하는 은행원들을 믿고 계속 거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INI스틸 포항공장도 생산직 사원들의 정기상여금 지급일인 19일 조흥은행 거래자 133명 전원의 동의를 얻어 상여금을 은행계좌 대신 사내 마을금고로 이체했다. 급여담당 남호원 대리는 "대부분의 해당자들이 자발적으로 계좌를 변경하고 있으며 나머지에 대해서는 회사측에서 변경을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 직원보호 차원에서 조흥은행과의 거래중단을 유도키로 했다.
포항공단에서는 이들 업체외에 일부 포스코 계열사 등 상당수 업체들이 직원보호 차원에서 조흥은행 계좌로의 급여.상여금 및 출장비, 간부사원 차량유지비를 비롯한 일반 경비 등 모든 자금의 이체중단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개인.기업 고객의 조흥은행 이탈로 파업이 시작된 지난 18일 하루에만 개인고객 등의 은행 계정에서 8천600억원, 기관투자가들이 단기자금을 맡겨두는 종금계정에서 2조여원 등 모두 3조원의 돈이 빠져나갔다. 19일에도 은행계정에서만 8천억~1조원의 예금이 빠져 나간 것으로 추정돼 파업 이틀만에 4조원의 돈이 조흥은행을 떠났다. 조흥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국은행은 RP(환매채) 거래 방식으로 2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 급한 불을 껐다.
한편 20일에는 지역 22개 조흥은행 지점 중 대구, 신천, 비산, 대신, 반월당, 월배, 경북대, 범어, 대명, 경주 등 10개 지점만 문을 열었으며 나머지 12개 지점은 문을 열지 못했다. 문을 연 지점들도 창구 입.출금시간이 크게 지연되고, 대출 외환 등 대부분 금융업무는 사흘째 마비돼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진숙·강선우 감싼 민주당 원내수석…"전혀 문제 없다"
[사설] 민주당 '내란특별법' 발의, 이 대통령의 '협치'는 빈말이었나
"꾀병 아니었다…저혈압·호흡곤란" 김건희 여사, '휠체어 퇴원' 이유는
[홍석준 칼럼] 우물안 개구리가 나라를 흔든다
첫 회의 연 국민의힘 혁신위, "탄핵 깊이 반성, 사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