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다큐멘터리 진행자의 역할

초창기 다큐멘터리는 인물이나 사회, 자연현상을 소재로 촬영되었고, 제작된 작품은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공개되었으며, '움직이는 그림'으로서 그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었다.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다큐멘터리는 주로 다큐멘터리스트가 스폰서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였고….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달라졌다.

독일이나 미국은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가이익을 도모하고자 다큐멘터리를 중요한 선전매체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의도하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관객들의 의식이나 태도변화를 위한 설득매체로는 다큐멘터리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가 지닌 '사실성'이 최고의 설득력을 지녀서다.

다큐멘터리는 사실(Fact)의 촬영이나 진지하고 이치에 맞는 재구성을 통해 해석되는 모든 것을 영상에 기록하는 것이다.

인간이 관심을 가지는 모든 것이 주제이고 소재의 대상이다.

사상(사건, 사고, 인물, 사회현상)을 다루는 데도 만드는 사람의 정신이나 시각이 스며있어야 하고, 의도된 방향에 따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진행자의 역할은?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작가가 써준 대본에 의해 말하고 연출에 따르고 기계에 잘 적응하여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면 그만이다.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니다.

덧붙여 생방송이 아닌 녹화 프로그램, 더구나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역사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의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며 프로그램의 전체 진행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가 지닌 파워와 상관없이 수동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지금은 과거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시가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KBS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의 진행자가 누구냐에 따른 논쟁도 그렇다.

그가 문성근이든 누구든,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든 아니든 그런 것들을 크게 문제삼을 일은 아닌 듯하다.

방송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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