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검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최근 노 대통령이 송두환 특별검사의 수사기간 연장승인 요청을 거부했다.

여권과 일부 민변소속 변호사측에서는 현명한 결단이라 하고 야권 등에서는 의혹을 덮어 버리려는 반의회적 작태로 매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기간을 30일간 연장하는데 승인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다고 한다.

청와대에 송 특검을 불러 놓고, 법무장관과 법무차관, 민정수석 등을 배석시킨 채 송 특검으로부터 수사기간 연장에 관한 보고 내지 의견을 청취하는 모양새를 내었다.

청와대 회동 후에 나온 결론이 연장거부였고 연장거부의 형식적 이유는 송 특검의 보고 내지 의견을 들어 본 결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에 대한 150억원 뇌물수수혐의는 이번 송 특검 수사관할 밖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송 특검은 이 청와대 만남에서 "DJ 조사를 검토한 적도 없고 DJ를 조사할 계획도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결국 송 특검의 'DJ 조사 없음'이라는 언동이 노 대통령의 수사연장 불가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DJ를 조사할 계획이 없다면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송 특검팀은 수사할 것을 다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검사제도가 1978년 미국에서 법제화할 때 특별검사의 명칭을 'Special Prosecutor'로 할 것인가 'Independent Counsel'로 할 것인가 논란하다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는 'Independent Counsel'로 낙착되었다.

이 특별검사제도는 국민들의 여망을 안고 1999년 소위 옷로비사건 특별검사로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동안 역대 정권의 권력형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특별검사제도 시행을 촉구했으나 그때마다 집권측에서 반대하다가 DJ의 국민정부가 이를 수용하여 이루어진 제도이고 DJ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차정일 특검의 이용호 게이트사건 수사는 특검의 진수를 보여 준 성공사례였고, 국민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의 상당수는 제도검찰은 정치, 특히 집권측의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어 권력형 비리나 고위관리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국가나 사회 전체를 흔드는 의혹·비리는 특검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검이 출발하면 진상이 곧 밝혀지리라 기대한다.

필자는 원칙으로는 제도검찰이 사정의 중추로서 중요 의혹과 비리사건을 파헤치고 척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 우리 상황에서는 특검의 실시가 불가피하며 어쩌면 필요한 차선의 제도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검에 대한 기대와 수요 없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한다.

제도검찰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도 특검이 제대로 서야 한다.

특검마저 정치에 오염되고, 특검답지 않다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송 특검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우리나라 특검제도의 운용상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던져 주었다.

첫째, 특별검사가 수사의 막바지에 와서 정치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특검이 수사하는 사건을 놓고 협의 내지 보고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일반 검찰에서는 청와대에 수사사건을 보고하는 일은 이제 금기시 되어 있다.

이번 특별검사법 제11조에는 기소, 불기소 결정을 하였을 경우, 판결이 확정되었을 경우에는 대통령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특별검사는 사건종결처리 후 또는 재판확정 후 그 결과를 서면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함으로써 보고의무를 다한다는 취지이다.

이는 특별검사의 독자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송 특검은 자신을 태동시킨 원천인 특검범의 입법취지와 중립관련 조항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보를 보였다.

특검을 특검에 의해 특검법이 유린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게 했다.

앞으로 특검법을 제정할 때 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두어 재발방지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력에 의해 특검이 포섭되거나 이용된다면 특검이 또다른 특검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할 수가 없을 것이다.

둘째, 특검 역시 수사기밀을 지켜야 한다.

특검법 제8조에도 수사기밀 등 직무상 알게 된 비밀 유지의무를 두고 있고 특검 퇴직 후까지 그 의무기간을 존속시키고 있다.

'DJ 조사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는 이번 대북비밀송금 수사에 있어 핵심 중 핵심사항이다.

DJ 조사계획이 있다는 것은 그에 대한 혐의가 있음을 말하고, DJ 조사계획이 없다는 것은 이제까지 수사결과로는 DJ에게 혐의가 없다는 것을 말한다.

지각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예측한다.

송 특검이 왜 이렇게 중대한 수사기밀을 청와대에서 발설했다고 보도됐는지 경위를 알고 싶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언동을 한 것이 사실인 듯하다.

송 특검의 이 언동은 수사기밀 누설로서 형법상의 공무상비밀누설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송 특검에게 이러한 사항이 기밀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없었다면 이는 송 특검 개인의 자질문제까지 거론되지 않을까. 심사숙고 없이 DJ 수사계획이 없다고 언동했다면 이 역시 큰 과오라 아니할 수 없다.

수사의 본질은 밀행이고 따라서 수사기밀유지는 수사를 하기 위한 기초다.

기초가 무너지면 수사라는 집이 설 수 없다.

끝으로 수사기간 연장승인권자를 대통령에서 사법부로 바꿀 필요가 있다.

연장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를 중시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 또한 정치세력의 주문을 외면키 어려울 것이다.

수사기간연장 여부는 오히려 사법부에 맡기는 편이 옳다고 본다.

특검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이경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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